[고전소통] '위사필궐(圍師必闕), 포위할 때는 반드시 구멍을 뚫어놓는다'
상태바
[고전소통] '위사필궐(圍師必闕), 포위할 때는 반드시 구멍을 뚫어놓는다'
  • 이정랑 (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
  • 승인 2021.12.01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자병법’ ‘군쟁편’에서 제기한 ‘용병 8원칙’의 하나다. 이 계략의 기본 요구 사항은 이미 포위한 적에 대해서는 일부러 한 군데 정도 구멍을 마련해 놓고 그곳에다 매복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고대 전투에서는 성을 포위하는 상황이 무척 많았다. 성을 공격하는 쪽은 성을 지키는 군민들의 심리를 잘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포위를 당한 군인들이 성이 함락당한 후의 끔찍한 결과를 예상하여 성과 생사를 같이하겠다고 결심하면 함락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정랑 중국고전평론가
이정랑 중국고전평론가

그래서 ‘호령경(虎鈴經)’에서는 “압박을 가하여 수십 일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적을 이기는 술책이 못 된다”고 했다. [육도(六韜)의 호도(虎韜)‧약지(略地)]에서는 “적이 달아날 수 있게 일부러 빈 구석을 마련해두어서 그들의 심리를 이용한다.”고 지적한 것이나, 흔히 역대 병가에서 “포위의 이치는 사방을 포위하되 반드시 한 귀퉁이를 열어서 활로를 보여주어야 한다.” (‘백전기법’ ‘위전(圍戰)’)고 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한 귀퉁이를 열어주는 목적은 적을 향해 ‘살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안의 군민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성문을 나와 포위를 뚫으려고 하는데, 서로 자기 살길을 찾으려 하기에 군심이 흩어져 성안에서 지키고 있을 때만큼 마음이 일치될 수 없다. 이때 만약 성을 공격하는 쪽에서 미리 ‘정예병을 숨겨두는 등‘ 준비를 갖추어 공격하면 포위를 뚫고 나오는 적을 섬멸할 수 있다.

‘위사필궐’의 계략은 잡고 싶으면 놓아주고, 섬멸하고 싶으면 일부러 풀어주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적에게 패할 수밖에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인식시켜 ‘곤경에 몰린 짐승이 달려드는’ 식의 국면이 발생하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형세로만 볼 때 ‘위사필궐’은 소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계략은 적을 섬멸하여 완전히 승리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적극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적과 싸우지 않고도 탈출하여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하여, 공격하기 까다로운 ‘곤경에 처한 야수’를 ‘활만 보아도 깜짝 놀라는 새’로 변질시켜 쉽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에는 다음과 같은 전례가 기록되어 있다. 206년, 조조는 원소의 부하 고간(高干)이 이끄는 잔병을 호관(壺關)에서 포위했다. 조조 군은 사방을 완전히 포위하고 오랫동안 공격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조조는 울화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성을 함락시키고 나면 성안의 살아 있는 것들을 모조리 산 채로 파묻어버리겠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성안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죽을 각오로 성을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또 며칠이 지났다. 침체 된 분위기가 계속되자 조조의 측근 조인(曹仁)이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성을 포위할 때는 지나치게 포위해서는 안 됩니다. 활로를 하나 정도는 남겨두어야 합니다. 성을 이렇게 숨 막히게 포위하고 있는 데다가 성안의 살아 있는 것을 모조리 산 채로 파묻어버리겠다고 하셨으니, 저들이 차라리 죽을힘을 다해 고수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호관성은 견고하고 식량도 많이 비축되어 있어 무턱대고 공격만 하다가는 손실이 막대할 것입니다. 이렇듯 견고한 성을 죽을힘을 다해 지키려는 적에게 무턱대고 공격을 가하는 것은 상책이 아닙니다.”

조조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한쪽 귀퉁이를 열어놓아 성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이 성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었고, 결국 튼튼한 호관성을 함락시켰다.

‘위사필궐’은 견고한 성을 공격할 때 활용될 뿐 아니라, 매복 공격전에서도 활용된다. 두우(杜佑)는 [통전(通典)‧병]에서 다음과 같은 오왕과 손자의 문답을 기록하고 있다.

오왕 : 만약 아군이 적을 포위할 때는 어떻게 하면 되겠소?

손자 : 산과 계곡이 험준하면 넘거나 지나가기 어려운데, 이런 처지에 놓인 자를 궁구(窮寇)라고 합니다. 궁구를 공격하는 법은 병졸을 매복시켜놓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도망갈 길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적이 살기 위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적은 이미 투지가 없어진 상태가 되므로 공격하면 그 수가 많다고 해도 격파할 수 있습니다.

손자의 말은, 지형을 잘 이용하여 매복을 설치해 놓고 ‘위사필궐’을 운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위사필궐’이 병가에 의해 보편적인 용병 원칙으로 인식된 후, 그 안에 포함된 술수가 쉽게 간파당하기 시작했다. 출로를 한 군데 열어놓는 것은 분명 속임수다. 경험 있는 지휘관이라면 그 앞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간파한다. 따라서 진짜 현명한 지휘관은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실전을 거치면서 ‘위사필궐’이라는 이 고대의 군사 사상은 ‘세 군데만 포위하고 한 군데는 열어놓는다(위삼궐일 圍三闕一)’, ‘그물의 한쪽을 터놓는다(망개일면 網開一面)’, ‘일부러 활로를 남겨놓는다(허유생로 虛留生路)’, ‘몰래 자루(함정)를 설치해놓는다(암설구대 暗設口袋)’, 등과 같은 새로운 전법으로 발전했다.

이 책략은 상황에 따라서 변형되어야 한다. 즉, 필요하다면 사정없이 바짝 조여 포위권 안에서 굶겨 죽임으로써 적을 섬멸할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