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 말은 ‘손자병법’ ‘구지편’에 나오는 ‘승인지불급(乘人之不及)’으로 되어 있다. 손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예로부터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을 혼란하게 만들어, 적의 전후 부대의 연락을 끊어버리고, 대부대와 소부대가 응원하지 못하게 하며, 장교와 사병이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하며, 상급 기관과 하급 기관이 서로 돕지 못하게 하며, 군사들이 흩어져 다시 모일 수 없게 하고, 군사들이 모여도 질서가 정연하지 못하게 한다.

손자는 용병 작전의 기본 규칙으로서 적이 미처 손쓸 겨를이 없는 틈을 타라고 주장한다. 『병뢰』 「승 乘」에서는 “필승술은 변화에 잘 맞추고 틈을 교묘하게 타는 데 있다. 틈을 탄다는 것은 상대가 미쳐 손쓸 겨를이 없는 틈을 타 경계를 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상대가 미쳐 손쓸 겨를이 없는 틈을 타지’ 못한다면 승리의 기회가 제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

어떻게 적의 틈을 타느냐에 관해서는 『오자병법』 「요적 料敵」에 13가지 상황이 열거되어 있고, 이 밖에도 8가지의 ‘점쳐볼 것도 없이 나아가 싸워야 하는’ ‘불복이전(不卜而戰)’의 기회를 열거하고 있다. 『병뢰』에서는 다음 10가지 상황을 늘어놓고 있다.

① 교만한 틈을 타라.
② 지친 틈을 타라.
③ 느슨해진 틈을 타라.
④ 굶주린 틈을 타라.
⑤ 목마른 틈을 타라.
⑥ 어지러운 틈을 타라.
⑦ 의심하여 머뭇거리는 틈을 타라.
⑧ 두려워하는 틈을 타라.
⑨ 곤경에 처해 있는 틈을 타라.
⑩ 위험에 처해 있는 틈을 타라.

‘투필부담(投筆膚談)’ ‘달권(達權)’ 제3에서도 “따라서 병을 아는 자는 먼저 스스로의 허점을 단단히 대비한 후에 적의 대비하지 못한 허점을 틈탄다”고 했다. 그리고 틈을 탈 수 있는 10가지 기회를 나열하고 있다.

① 적의 의심을 틈타면 이간시킬 수 있다.
② 적의 피로를 틈타면 공격할 수 있다.
③ 적의 배고픔을 틈타면 곤경에 몰아넣을 수 있다.
④ 적의 흩어짐을 틈타면 도모할 수 있다.
⑤ 적의 허점을 틈타면 놀라게 할 수 있다.
⑥ 적의 어지러움을 틈타면 얻을 수 있다.
⑦ 적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틈을 타면 교란시킬 수 있다.
⑧ 적이 아직 출발하지 않은 틈을 타면 제압할 수 있다.
⑨ 승리한 틈을 타 강탈할 수 있다.
⑩ 패한 틈을 타 후퇴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만으로도 적을 향해 진군하는 시기를 전부 개괄할 수는 없겠지만, 장병들에게 늘 적의 빈틈을 발견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 적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틈을 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다.

사람의 대뇌가 사물을 반영할 때는 관찰‧사고‧판단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준비와 무방비, 침착과 당황이 대비되는데, 언제나 전자가 유리하다. 전쟁 때에는 인간의 대뇌에 반영되는 어떤 문제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전쟁의 형세를 뒤집은 사례가 매우 많다.

기원전 632년, 진‧초의 ‘’성복(城濮) 전투‘에서 초의 장수 자옥(子玉)이 병사를 이끌고 추격해오자, 진의 장수 서신(胥臣)은 호랑이 가죽을 말 등에 씌우고 갑자기 적진으로 돌진하게 하여 초군을 당황하게 만든 다음 반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기원전 496년, 오‧월 양군은 취리(檇李)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월왕은 죄인으로 구성된 3개 소대를 진지 앞에서 자결케 했다. 오군은 무슨 일인가 싶어 진지 앞으로 바짝 나와 구경하려 했고, 그 바람에 전열이 크게 흩어졌다. 월 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어 오군을 대파했다.

2차 대전 중 소련 군 유격대는 먼저 목장에다 붉은 깃발을 꽂아 소들을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이를 본 독일군들이 소를 잡느라 정신이 없을 때 유격대는 다리를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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