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도 우주의 별처럼 서로의 연관 속에서 이뤄져"
꿈을 좇는 청춘들의 모습 '고래사냥 '으로 형상화
2~ 26일 장은선갤러리 초대전...행복한 동화그림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옥션에서 ‘고래사냥’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준엽 작가가 오랜만에 갤러리전시를 갖는다. 3월 2일부터 26일까지 장은선갤러리서 초대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희망도 우주의 별처럼 서로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화적 분위기와 다양한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했다.

꿈이 빈곤한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전준엽 작가
별 하나에 행복의 씨줄과 날줄을 보는 전준엽 작가 

활짝 웃는 고래가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우주를 유영한다. 커다란 고래의 입에서 온갖 꽃들이 쏟아져 나오고 오색찬란한 팔색조가 고래주위를 날아다니는 동화 같은 행복한 그림이다. 오토바이를 탄 위풍당당한 남자의 거침없는 질주는 온 우주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작가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자주 읊조린다.

”1941년 어느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시인은 자신과 연결된 많은 일들을 기억해 냈을게다. 그가 헤아렸던 밤하늘 별을 나도 보고 있다. 그러다 떠오른 주제다. 저 무수히 많은 별 중에 먼지처럼 반짝이는 빛 하나가 지구겠지. 그 곳에서도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 태어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일까. 그 무엇은 필연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이어온 인연의 결과가 오늘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이다. 동양에서 키워낸 세상 바라보는 이치를 그려보고 싶었다“

불꽃놀이

예부터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이 날줄과 씨줄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품어 왔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유일하다고 믿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창조와 종말이 아니라 생을 거듭하는 윤회를 믿게 된 까닭도 그런 이유다.

우리 삶은 좌우전후 사방팔방으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이 서로 주고받는 작은 힘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즉,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고 우주의 모든 것이 연결된 결과의 한 순간이며, 내가 존재하는 일도 그런 연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결과라고 여겼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추억과

”이런 신비로운 삶을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밤하늘을 배경 삼아 유영하는 고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고래 주제 작품 중 우화적 분위기의 ‘고래사냥’시리즈는 밝은 세상을 희구하는 보통 사람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 희망도 우주의 별처럼 서로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작가가 그려내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푸른 빛은 우리의 민족성과 고유한 미감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다. 하늘을 나는 고래, 만발한 꽃, 반짝이는 질감의 동화 같은 작품은 작가만의 조화로운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예술가에게 지사적 삶을 요구하는 시대가 있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절이 그랬다. 타고난 서정성 탓에 행동하는 지식인이 될 수는 없었던 그는 시대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참회의 고백으로 시에 담았다. 하늘, 별, 바람 그리고 시로만 시대를 견뎌야 하는 자신이 밉다고. 그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고난의 농도나 시대 성분이 달라져도 예술가의 고뇌는 같다. 이념이 번성하는 시대의 예술은 피폐할 수밖에 없으니까.

고래사냥
고래사냥

윤동주 시인을 옥죄였던 이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감성을 적신다. 예술의 생명력이다.

전준엽의 작품에서 또 하나의 이미지가 넘실거린다. 바로 1970~80년대 청춘들의 해방가였던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이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청춘들의 이상과 꿈을 ‘고래’로, 꿈을 쫓는 여정을 ‘사냥’으로 치환한 노래였다.

같은 맥락에서 희망이 빈곤한 젊은층이 전준엽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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