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상화패, 비트코인 ⓒ뉴스프리존DB자료

[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금융위원회가 23일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허용됐지만, 은행들이 기존 고객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거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법을 위반한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 은행들은 가상화폐 개인 투자자가 거래소와 하루 1000만원 이상, 일주일에 2000만원 이상 입출금 거래를 할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심거래로 보고해야 한다.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신규 투자가 가능해진다.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매매 금지가 풀리는 것이다. 은행들은 가이드라인 시행에 맞춰 실명확인 계좌 서비스도 시행한다. 기존 투자자들은 큰 무리 없이 실명 계좌로 전환이 가능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 가상계좌는 입금이 제한되고, 출금만 가능해진다. 기존 투자자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가 이용하는 은행의 계좌를 사용하면 기존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은 시스템 관리를 위한 인력 충원 및 교육 등의 부담을 안게 된다. 투자자도 자금 출처를 은행 등이 요구할 경우 적극 제출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금의 경우 수사기관 조사나 세무조사 등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참여자들의 거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들이 기존 고객의 실명전환을 우선 추진하면서 신규 계좌 개설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사 법인계좌로 투자금을 모아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행태 역시 은행 감시 대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A사의 경우 투명하고 엄정해야 할 투자금 관리가 임원 계좌에서 이뤄졌다. A사는 투자자들의 자금 586억원을 다른 거래소 B사 명의의 은행 계좌 3곳으로 송금하기도 했다(그래픽 참조). 현재 시스템으로는 왜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 파악도 못하는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발표에 따라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의 책임이 상당히 커지면서 (은행들이) 상황을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여러 건의 위법 정황들을 포착했다. KB국민·신한은행은 신규 투자자에 대한 입장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실명확인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마쳤지만 기존 투자자들에게 가상계좌를 제공해 오지 않았던 점과 가상화폐 시장 상황을 고려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준수할 수 있는 여건 마련 등에 시간이 필요해 신규 투자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 여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고객 자금을 거래소 대표자나 임원 명의 계좌로 이체한 경우이며 당국은 횡령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단기간에 수십억 원이 개인 또는 법인 계좌로 이체된 후 현금 인출되기도 했다. 신규 투자자의 진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현재까지 신규 투자자에 대한 실명확인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의무를 부과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신규 계좌 서비스를 제공할지 말지는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마약 대금 등을 반입했거나 수출대금을 적게 신고한 뒤 가상통화로 지급해 조세포탈 및 관세법 위반으로 주목되고 있다. 가상통화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속여 자금을 모으거나 가상통화 채굴기 투자 명목 등으로 일반인 자금을 모집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이에 따라 30일 실명확인 계좌 서비스가 실시돼도 신규 투자자들의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신규 투자자에게는 당분간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을 통해 투자했던 기존 투자자들만 실명인증을 통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은행들도 자금세탁 의심거래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가상통화 구입 목적의 외환송금 거래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고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계속 하락세인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들이 섣불리 접근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높은 가격에 샀다가 손해를 보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 지금 새로 뛰어들었다가는 차익실현의 대상이 될 위험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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