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0일까지 개관전 '수평의 미학'전 ...평평한 지역적 특성 미학적 '영접'
김도희 차기울 이지송 도병훈 등 자기만의 세계 뚜렷한 14명의 작가 참여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경기 서남부지역의 문화거점이 될 평택 'mM아트센터'(관장 최승일)가 지난달 말 개관했다. 전시와 공연, 교육, 그리고 각종 문화체험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서울로 집중되었던 문화·예술 행사와 활동을 탈중심화 시켜 지역적 위상을 구축하고, 한반도를 넘어서 아시아, 그리고 글로벌 아트씬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mM아트센터의 목표다. 6월30일까지 개관전으로 ‘수평적 미학’전이 열린다.

전시기획의 키워드는 수평이다. 사실 수평의 본질은 표면이다. 면에서 선으로 그리고 점으로 귀결되는 유클리드적 추상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수평은 입체고 또 가변적이다. 평택의 들판이나 해변에서 도달하는 시선의 끝은 들, 바다, 하늘이 맞닿은 하나의 선으로 보이지만, 그 들판이나 바다는 울퉁불퉁하고 출렁인다. 표면이나 해면 아래는 비어있지 않고 생물과 무생물로 꽉 차있고, 그 위도 비어있는 듯이 보이지만 역시 뭔가로 가득 차 있다. 그냥 볼 수 없고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질료로 가득 차 있다. 실재하지만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이 세계를 미술은 상상적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을 현실에 투사하면서 우리에게 실재를 가시화시켜서 대면하고 접촉할 수 있도록 해준다.

mM아트센터의 메인 전시장은 온 세상에 가득 차있는 이런 실재로서 질료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변성되어 다양하게 변하면서 드러나는 형태를 작품으로 설치하여 전시하고 있다. 성소의 재단화처럼 설치된 김도희의 작품 ‘살갗아래의  모래사장(The Beach under The Skin)’은 표면의 속성이 또 다른 표면이라는 것을 촉각적으로 보여준다. 표면을 덮고 있는 껍질이나 피부를 드러내고 제거하여 드러나는 속살이 다시 표면이 될 수밖에 없는 표면 아래의 표면을 쓰리게 보여준다. 반면에 차규율의 작품 ‘고고학적 풍경- 불의 만다라’는 표면 아래 덥혀있던 다른 세상에 대한 흔적을 발굴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걷어내는 표면 아래 실재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한기주의 연작 ‘Work-간(흔적)’은 나무 판을 끍어내거나 파내서, 그리고 한지를 쌓거나 캐스팅을 해서 울퉁불퉁한 지표를 재현한 조각 작품이다. 이렇게 재현된 자연 자체가 우리가 살아 온 삶의 흔적일 수 밖에 없다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희 ‘살갗아래의 모래사장(The Beach under The Skin)’

도병훈의 작품 ‘22-0220-공간탐색’도 땅의 표면을 추상화 시켜서 상징으로 재현한 옛날 지도 위에 역사적 정보를 입혀서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남부지역의 과거를 현재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허공에 떠 있는 외계의 괴생물체 같기도 하고, 산업 폐기물의 우발적 조합 형태 같기도 한 홍장오의 연작 ‘L-C000’시리즈는 자연과 인공이 뒤섞인 문명에 대한 메타포처럼 느껴진다. 표면 아래와 마찬가지로 표면 위도 뭔가로 꽉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층과 2층 사이 층인 메자닌에 전시된 작품들은 하늘과 땅 표면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관한 전시다. 강석호의 연작 ‘트랜스-소사이어티(Trans-Society)’는 흰개미들이 주어진 책이나 특정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 위에서 살아간 흔적을 작품으로 제시하였다. 개미와 사람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냉혹한 농담을 시각화한 것이다. 김윤재의 ‘메탈 산수’ 시리즈와 ‘그리운 금강산’ 연작은 머리와 신체 속에 각인되고, 체화된 우리나라 산과 들을 형태화시킨 작품들이다. 동양화에서 느껴지는 산수의 세계가 철로 입체화 되어 드러나 있다. 이상용의 벼루 연작 ‘숙명(The Fate)’도 벼루라는 동아시아 인문의 도구를 미술의 매체로 전유하여 세계의 조각을 새겨서 보여준다.

전원길
전원길 '생리적 풍경'

2층은 회화 전용 전시장이다. ‘인식과 재인식의 간극 속에서 피어나는 회화’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구성했다. 우리의 의식도 자연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의식 속에는 또 다른 의식이 중층적으로 겹쳐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뇌의 주름이 표면과 표면 사이에 존재하여 의식을 만들어 내듯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생겨난 다양한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페인팅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원길의 ‘생리적 풍경’과 ‘풍경’ 연작은 풍경이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개인의 자아나 마음에 새겨지고 구축된 이미지라는 것을 환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손승범의 회화 ‘사라지는 라오콘’, ‘빛을 잃은 달과 돌담’, 그리고 ‘꿈틀되는 비석’은 깨어나서 복기하는 꿈속의 이미지처럼 아련하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느끼는 감정처럼 실재와 환영 사이에 간극에서 오락가락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힌개미와 협업한 강석호
힌개미와 협업한 강석호의  ‘트랜스-소사이어티(Trans-Society)’

윤해진은 스스로를 험한 세상에 존재하는 작고 가련한 몬스터로 상상한다. 몬스터를 중심으로 원색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만든다. 반대로 김유의는 스스로를 자연의 이미지로 이입을 시켜서 자연을 환각적으로 재구성하여 그 세계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약속(Promise)’, ‘황금문(Gold Gate)’, ‘물방울(Trickle)’등의 페인팅을 전시한다.

지하 1층과 2층은 영상설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정기엽은 두 개의 우산 사이의 공간에 수증기를 채워서 그 수증기에 영상을 투사한다. 구름처럼 꿈틀되는 수증기 속에 드러나는 빛의 세계는 몹시도 장엄하여 세계가 창조되는 순간을 목도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지하 1층에 있는 이지송의 투 채널 영상 ‘산타페’는 끝없이 스쳐가는 땅을, ‘i phone sx’는 한 없는 바다를 보여준다. 지하 2층의 5채널 인스톨레이션 ‘laundry cube’연작은 더 없이 넓은 지하 공간을 색이 요동치는 댄스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mM 아트센터는 제강사(製鋼社)에 주 원료를 공급하는 고품질의 철 스크랩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을 예술공간으로 재생한 곳이다. 주식회사 지오비스가 평택 포승에 있는 철강회사 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아트센터다. 철 스크랩 산업이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철강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면, 문화예술 산업은 후기산업의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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