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바로 말에도 품격(品格)이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철이 들어가면서 특히 말의 무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과 여러 가지 희망과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여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대기업 CEO가 지하도를 건너다가 길거리에서 연필을 팔고 있는 걸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행인처럼 그 CEO도 1달러를 주고, 연필을 받지 않고 그냥 지하도를 건너갔습니다. 지하도를 얼마 지나지 않아 CEO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서 왔던 길을 돌아 걸인에게 다가갔습니다.

“방금 제가 1달러를 드렸는데 연필을 못 받았군요. 연필을 주셔야지요.” 걸인은 처음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1달러를 주고 지저분한 연필을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 연필들 좀 봅시다. 이 연필 한 자루가 좋겠군요. 사장님” 그러자 거지는 또다시 이상한 표정으로 CEO를 쳐다보았습니다. “이제 당신은 더 거지가 아닙니다. 당신도 저와 같은 사업가입니다.” 매일 연필을 들고 돈을 구걸하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장님’이란 말을 들은 걸인은 갑자기 자신의 자아(自我)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업가? 그래 맞아! 나는 연필을 팔았으니까 사업가야. 당당하게 연필을 팔고 돈을 받는 사업가지! “그 CEO의 말에 걸인은 갑자기 자아의 벽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이 달리 보기 시작했고, 자기 스스로에게 ’난 거지가 아니야. 난 거지가 아니야. 난 사업가야‘ 하며 스스로에게 각인(刻印)시켰습니다.

만약 그가 ’난 거지야, 그래서 거지처럼 행동하고, 거지처럼 비굴하게 굴며, 거지처럼 표징 짓고 살아야 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거지의 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걸인이 아닌 사업가로 당당히 성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말의 위력이 이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의 품격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요?

첫째, 이청득심(以聽得心)입니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잘 들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평소 어떤 사람과 얘기를 나눌 때, 이야기에 진전은 없는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이때는 내가 마음속 깊은 생각을 꺼내지 않았거나 상대방이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傾聽)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게 하는 것이지요.

둘째, 과언무환(寡言無患)입니다.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의 무게가 꼭 달변가(達辯家)의 말이 아닌,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심이 담긴 말들이 더 말의 품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짧고 굵게 핵심을 집어내는 것이, 더 전달력 있고, 말의 무게를 늘릴 수 있는 것이지요.

셋째, 언위심성(言爲心聲)입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속어(卑俗語)를 적게 써야 합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그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 뿐만아니라, 짧은 10분 대화에서 언행이 어떠냐에 따라서도 결정됩니다.

넷째, 대언담담(大言潭潭)입니다.

큰 말은 힘이 있다는 뜻입니다. 평소 인간관계를 잘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편견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소위 ’꼰대‘로 보이기 쉽습니다. 조언과 지적을 해야 할 때는 정확히, 따뜻하게, 착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조언이나 지적은 충분한 지식과 깊은 내공(內功)이 바탕으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은 잘못 쓰면 화문(禍門)이지마는 잘 쓰면 복문(福門)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짓는 업(業) 중에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이 있습니다. 구업에는 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의 4가지 업이 있지요. 그만큼 업 가운에 입으로 업을 짓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말장난으로 시작했는데, 목숨을 걸어야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람에게 재앙이 찾아오는 길은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직 말을 통해 오는 재앙이 가장 가혹한 것입니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나아도 말(言)에 찔린 상처는 낫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덕으로 일어서고 말로 망합니다. 어찌 우리가 혀를 조심하고 덕을 펴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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