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자식, 못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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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자식, 못난 자식
  • 김덕권
  • 승인 2022.05.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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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저는 원불교 여의도교당에서 <부처님 오신 날> 경축식,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 또한 <전산 김주원> 종법사(宗法師)님의 법문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또 교당의 봉공회, 여성회, 청운회, 청년회에서 마련한 카네이션과 여러 가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지요.

그런데 저녁이 다 되도록 딸애와 사위, 손주 녀석이 소식이 없어 속으로 무척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애들이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왁자지껄하며 들이닥쳐 온 집안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행복에 취했지요.

그런데 세상엔 그런 행복을 모르는 어버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립니다. 사실인지는 모르나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공유합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래 낮엔 어딜 갔다온거유?” “가긴 어딜 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그래, 내일은 무얼 할 꺼유?” “하긴 무얼 해, 고추 모나 심어야지!” “내일이 무슨 날인지나 아시우?” “날은 무신 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 “다른 집 자식들은 철 되고 때 되면 다들 찾아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아내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했습니다.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어험!”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했습니다. “세상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식 잘못 기른 내 죄지 내 죄야!” 아내는 밥상을 치우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네요. “어험, 안 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 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다음날 어버이날이 밝았습니다.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부터 이집 저집 승용차가 들락거립니다. “아니 이 양반이 아침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고추 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 모도 안 뽑고” 아내는 이곳저곳 영감을 찾아봐도 간 곳이 없었습니다. 혹시 광에서 무얼 하고 계신가? 광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거기엔 바리바리 싸놓은 낯선 봇 다리가 2개 있었지요. 봇 다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한 병에 고추가루 한 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 큰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 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봇 다리를 풀자, 거기에도 참기름 한 병에 고추가루 1봉지, 민들레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작은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둔 것입니다.

아내는 그걸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 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왔는지,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 며칠을 캐야 저만치 되는데, 어젠 하루종일 안 보이시더니, 읍내에 나가 참기름을 짜오셨구나! 자식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 아내는 천천히 발길을 옮겨 동네 어귀 장승백이에 영감님은 홀로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없는 자식 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그냥 없는 듯 잊고 삽시다.” “험험!” 헛기침을 하며 따라오는 영감이 무척이나 애처로워 보이네요. 그때였습니다. “아브이, 어므이~” 하면서 재 넘어 막내딸과 사위가 들이닥쳤지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늘 구박만 주었던 딸인데,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들어 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깜짝 놀라며 “아니 니가 어떻게?”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니?” “어므이, 아브이! 오늘 어브이날이라 왔어,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므리 떡 해가지고 왔어”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니?” “저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부터 만들었어, 맛이 있을 런지 몰라 히히!”

“이보게! 박서방! 어떻게 된 건가?” “네! 장모님, 저 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첬어요. 장인어른께서 쑥 버므리 떡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를 치고 또 밤새 울 거 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왔어? 천천히 오지.”

“저 사람이 쑥 버므리 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 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 해서 가지고 왔어유!” “에이구! 몸도 성치 않은 자식인데,..” 소아마비로 인해 딸이 몸이 성치 않아 몇 년 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애입니다.

언제나 부부는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그저 두 내외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어느 사이 아내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습니다. “참! 아브이 어므이 이거!” 하면서 카네이션 두 송이를 꺼내어 내미는 거였습니다.

“저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 왔어! 이쁘지? 히히! 내가 달아 드릴게!” 하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었습니다.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돼! 알았지? 히히히.”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어떻습니까? 잘난 자식, 못난 자식이 어디 따로 있나요? 아들자식들은 무슨 사정이 있어 못 왔겠지요. 여하간 어버이날이라도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 기쁘게 해드리는 효도를 다 하면 좋으련만...!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5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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