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노 삼아 피안심원으로 간다”, 7월10일까지 금호미술관 개인전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옛 그림에서 우리는 조각배를 본다. 예술가의 마음을 소풍보내며,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는 상징물이다. 나는 색의 조각배를 타고 있다.”

묵직한 울림의 색채추상 작가 김가범 개인전이 7월10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색조의 일렁거림으로 화폭은 역동적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산’을 모티브로 삼은 ‘Mountain’ 시리즈를 통과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1000호 대작 앞에 선 김가범 작가 섬
1000호 대작 앞에 선 김가범 작가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두고 수십, 수백 번 칠하고 긁고 벗겨내고, 다시 덮어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색의 바다를 흔들어 조각배를 띄으려는 몸짓이다. 화폭에 빠져들고 때론 무아지경에서 붓 놀림을 한다.

블루 계열의 500호 작품들은 아득히 먼 곳의 부름에 끌림을 당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한 창공에 마음을 풀어놓은 느낌이다. 검정색이 감도는 바탕에 새하얀 터치가 포인트로 들어간 1천호 크기의 작품은,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웅장하고 광활한 우주 속에서 들어 와 있는 것 같다.

원색의 물감을 아낌없이 짜내어 나이프 터치로 과감하게 작업한 화폭의 질감은 강력한 에너지를 듬뿍 머금고 힘찬 기운을 뿜어낸다. 여러 가지 색을 고루 섞되 과하지 않게 하나의 느낌으로 녹여낸 작품은 디테일과 간결함을 아우르고 있다. 전통적 회화장치인 3차원 공간감을 제거하고, 캔버스 면의 분할을 전제로 한 부분과 부분간의 연관성이 없는 무관계적 구성에 충실하다. 중심이 되는 초점이나 기준점이 없는 전면회화(All-Over)방식의 회화다. 안료는 기본적으로 칠해진다기 보다는 캔버스를 뒤덮어서 캔버스와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전체가 된다. 그 결과 캔버스는 거대한 규모로 확대되고, 순순한 면과 색으로만 이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작가는 요즘들어 부쩍 대작들에 심혈을 기울인다. 작은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해야할 연배임에도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나를 내던지는 심정이다. 그럼으로서 나를 내려 놓고 싶었다. 비로서 내 자신에 솔직하고 정확해지는 것 같다”

그는 잡념들을 칼로 베어내듯이 나이프로 과감한 터치를 이어 나간다.

“어쩌면 화폭에 순수의식만을 담아내고자하는 몸부림일지 모른다. 그렇게 무언가에 다가서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이 아닌가”

 

그의 화폭에선 조각배가 흘러가고 있다. 그 길따라 사유의 여백이 활짝 열리는 모습이다.

“나와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저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유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의 손에 든 붓이 조각배의 노가 되어 알 수 없는 ‘그 너머’로 나아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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