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주세요] 아프간 기자의 현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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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주세요] 아프간 기자의 현지 목소리
  • 김예원 기자
  • 승인 2021.10.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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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통치했었다. 그리고,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은 20년 만에 수도 카불로 무혈입성 했다. 무능했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하루 전 급히 외국으로 달아났고, 얼마 후 외신을 통해 4백만 수도 카불 시민의 생명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고 변명했다.

“교육은 모든 인간의 권리다. 이 권리를 탈레반이 아프간 소녀들로부터 빼앗게 허락하지 마라. 아프간 소녀들을 지지해라!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 탄압을 멈춰라!” 손 팻말을 든 아프간 여성. @Aref Amini
“교육은 모든 인간의 권리다. 이 권리를 탈레반이 아프간 소녀들로부터 빼앗게 허락하지 마라. 아프간 소녀들을 지지해라!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 탄압을 멈춰라!” 손 팻말을 든 아프간 여성. @Aref Amini

아프가니스탄의 현직 기자인 아레프 아미니(Aref Amini)와 전화, SNS,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실명을 밝혔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에 진행 중인 테헤란 평화회담이 합의에 도달해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활은 평온했다. 내 기억으로는 8월 14일, 갑자기 카불 대통령 관저 관계자로부터 가니 대통령이 곧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는 쪽지를 받았다.

약 한 시간 후, 최근 탈레반이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의 안보 변화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는 대통령 관저 트위터가 올라왔다.  

그리고, 가니 대통령이 현재 각료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국영 TV뉴스가 방송됐다. 특별한 내용도 사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평상시처럼 사무실에서 취재 회의하던 오전 10시쯤, 카불 서쪽 파그만 지역이, 얼마 후 이번엔 북동쪽 데 사브즈 지역이 탈레반에 함락됐다는 SNS가 속속 떴다.

갑자기 군인과 경찰들이 카불 거리에서 사라졌고,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았다.  사무실 근처 상점가의 여성용품 광고와 간판의 여성 사진, 그림 위에 사람들이 급하게 검정 스프레이로 덧칠한다.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차량이 뒤엉켜 도로가 마비됐다.  오후, 카불 번화가에 무장한 탈레반 전사를 실은 차량이 나타났다. 당직이었던 나는 동료들과 같이 사무실에서 민감한 취재자료, 정보 등이 담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파쇄했다. 그날 저녁, 가니 대통령이 어제 타지키스탄으로 피신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미군이 통제하며 출국자를 실은 군용기가 뜨고 내리는 카불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밤새 이어졌다. 산발적인 총소리가 들렸다. 총 한 방 안 쏘고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빠르게 시내 모든 경찰서와 관공서를 장악했다. 기자회견에서 탈레반 대변인은 온건한 정책을 강조했으나, 시민들을 대하는 거리의 탈레반들은 달랐다. 처음부터 주민에게 무조건 적대적이고 샤리아법만 들이댔다. 여성들의 시위와 언론 보도를 제한하더니, 시위 중인 여성들과 기자들을 무차별 폭행, 불법 구금까지 했다.

탈레반 병사들이 길에서 검문소를 운영하고 있다. @AHD
탈레반 병사들이 길에서 검문소를 운영하고 있다. @AHD

시민들은 집밖을 나설 때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주요 길목마다 탈레반이 지키고 서서 트집을 잡아 폭행하기 때문이다. 행인들을 검문하며, 스마트폰 갤러리를 뒤져 사진 등을 검색하고 있다. 탈레반이 찍힌 사진을 소지하면 채찍질을 당하거나 끌려갈 수도 있다. 탈레반은 시민을 체포하면 손을 뒤로 묶고, 신발을 벗긴 후, 두세 명을 자동차 트렁크에 던져 구겨 넣는다.

낡은 슬리퍼를 신고 산속에서 총질만 하던 탈레반에게 남녀평등, 인권은 애당초 기대할 수도 없다. 프로판 가스와 휘발유 1 리터 당 미화 50센트 정도였는데,  탈레반 장악 후 수입이 막혀 이젠 미화 1불이 넘고, 물가도 40% 이상 하루가 다르게 뛰고, 그나마 구하기도 힘들다. 여유 있던 상류층들도 식료품이 필요해 사용하던 가구와 전자제품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꾸준히 외국으로 탈출할 기회를 찾고 있다. 새 여권이 절실해 관공서가 다시 문 열기만을 고대한다. 육로를 통한 출국도 여러 서류와 뇌물이 필요하고 탈레반의 검문소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일반 공무원들은 전 정부부터 대부분 3~4개월 치 급여를 못 받았다고 주장한다.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은행 현금자동인출기 앞에는 줄 서는 게 일상화됐다. 일 인당 2만 아프가니(한화 약 27만 원) 인출만 가능하지만, 그나마도 현찰이 부족해 헛걸음질하는 게 허다하다. 운전할 수는 있지만 도로 검문소에서 탈레반이 모든 차량 탑승자의 휴대폰을 검사하고 와이파이와 연결했는지 확인한다.

탈레반은 카불과 각 지방에서 경찰, 군인, 공무원, 외국기관 근무자와 정부 차량, 총기들을 찾는 대대적인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또, 전에 탈레반에게 중형 판결을 내린 판·검사도 수배하고 있다. 한편, 하자라자트와 칸다하르 지방에서 탈레반이 하자라족 수천 가구를 집에서 강제로 내쫓고 그 집을 차지했다. 아프가니스탄 신분증엔 출신 민족이 표시돼 중국에서 넘어 온 위구르족과 종교가 다른 소수민족인 시크교인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다이쿤디 지방에서는 탈레반이 각 가구당 5천 아프가니(한화 약 67,000원)를 세금으로 요구했으나, 주민들은 음식을 살 돈도 없다며 집을 뒤져 있으면 가져가라 항의했다는 등 탈레반의 언론 통제 속에도 SNS 등을 통해 뉴스는 전파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한 사업가와 그의 아들을 납치해 돈을 요구했던 납치범 4명을 사살한 탈레반은 납치범들의 시신을 도시 광장에 매달아 전시했다. 지방 한 도시에서 어린 소년을 탈레반 서너 명이 돌아가며 채찍질하는 영상이 퍼졌다. 남자들은 무조건 머리와 수염을 길러야 하며, 서구식 복장과 흡연은 엄격히 금지됐다.

도로에서도 시간이 되면 기도해야 한다. 음악과 춤 등도 금지다. 시장과 노점은 문을 열었으나, 흥정하는 건 거의 남성들이고, 시장 등에서 보는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 대부분은 탈레반 가족 등이다.

탈레반을 지지하는 부르카를 입은 정체모를 여성들의 집회에 용감하게 서구식 복장의 젊은 여성이 홀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Aref Amini
탈레반을 지지하는 부르카를 입은 정체모를 여성들의 집회에 용감하게 서구식 복장의 젊은 여성이 홀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Aref Amini

코로나 검사소도 문을 닫았다. 마스크, 세정제도 없고, 탈레반 치하에서 아무도 3,800만 국민들의 방역과 코로나 19를 신경 쓰지 않는다. 탈레반은 판시르 지역을 공격해 주요 거점을 장악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마드 샤 마수드(자살테러로 숨진 정치가)의 아들 마수드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끌며 여전히 북부 판시르 일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타 저항 세력과 정부군 일부가 NRF에 가담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기 힘들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153개 이상의 언론사가 문을 닫고 많은 언론인이 직업을 잃었다. 탈레반은 카불 등지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을 폭행, 고문 및  절차없이 구금했다. 기자 등 언론인들은 가족을 떠나 다 각자 흩어져 숨어있다. 다행히도 아직 와이파이 인터넷망은 살아있어 나라 밖과 소식을 나눌 수 있다. 지난 8월 15일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전과 후로 명암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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