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0억 인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5,200만 인구가 살아갑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슨 인연이 있어 도반(道伴)과 동지(同志)로, 이처럼 아름다운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 : 1879~1944)의 <어우렁더우렁>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인연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읊은 시인 것 같습니다. 한 번 감상해 보시지요.

<어우렁더우렁> -만해 한용운-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낮단 말/ 빈말 안 되게./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살다가 보자.」

어떻습니까? 우리의 인연이 이런 것입니다. 어렵게 맺은 인연 아웅다웅하지 말고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그 인연을 이어가면 좋을까요?

우리 말에 <덤벙주초(柱礎)>라는 말이 있습니다. 둥글넓적한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덤벙 주초’라고 부릅니다. ‘덤벙 주초’는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竹西樓)’라는 누각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입니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한 것이지요.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짧은 다리도 있고 긴 다리도 있습니다. 이렇게 초석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라 불리는 것이지요.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지혜와 여유가 놀랍지 않은가요?

옛날 어느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은 엄벙덤벙 사는 거야” 이 할머니 말씀의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때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가만있지 않고 흔들거립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옛날 젊은 시절 저는 이와는 반대로 살았습니다. 모난 돌이 정(鋌)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난 바위도 세월이 흐르면 풍파에 깎여 두루뭉술 유연해지는데,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모가 난다는 것은,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입니다.

‘저분은 젊을 때나 나이 들어서나 각진 것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자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젊을 때야 삶의 경험이 부족하고 도전적인 시기니 그럭저럭 넘어가지만, 인생 수업을 제대로 한 나이까지 그런다면 정 맞기 십상이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내 생각은 이렇지만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내가 강하게 주장했던 것 중, 틀린 행동을 수없이 해 수많은 정을 맞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은 아주 좋다 거나, 아주 싫다 거나 극단적인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 우리 국민은 대체로 양 극단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도 그런 사람들을 보면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닙니다.

중화(中和) 중도(中道) 중용(中庸)이 도(道)입니다. 한쪽에 치우치면 도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렇다고 자기 주관까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타인의 다양한 생각까지 받아 줄 유연함과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7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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