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랜 75.... 노인의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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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랜 75.... 노인의 나라는?
  • 김덕권
  • 승인 2022.08.0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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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플랜(plan) 75’는 일본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45)’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달 열린 ‘칸영화제’에서 신인상에 해당하는 ‘카메라 도르 특별 언급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내용을 살펴볼까요?

영화 갈무리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일본은 원래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 아닌가.”

근 미래의 일본, 위와 같은 이런 끔찍한 주장을 하며,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고령화가 불러온 사회 혼란 속에서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합니다.

죽음을 국가에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주는 ‘플랜(PLAN) 75’라는 이름의 제도입니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본 사회는 차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지요.

일본에서는 75세 이상을 ‘후기고령자’라고 부르는데, 감독은 이 단어가 주는 불편한 느낌에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인데 ‘당신 인생은 곧 끝난다는 식’의 ‘후기(後期)’란 말을 붙이는 게 기분이 나빴어요. 나라가 나이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영화에는 정확한 연도가 드러나지 않지만, 일본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3년 후인 2025년을 떠올리게 됩니다. 2025년에는 일본 국민 5명 중 1명이 ‘후기고령자’가 될 것이란 예측입니다. 의료비·사회보장비 부담이 폭증하고,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는 점점 악화, 노인으로 가득한 일본은 활기와 매력을 잃은 나라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깔려있습니다.

영화 속 ‘플랜 75’는 ‘2025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도입됩니다. 담당 공무원들이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하고,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라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전화상담실’. 이 제도를 선택한 이들에게 나라가 위로금으로 주는 10만 엔을 받아 마지막 온천 여행을 떠나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네요.

영화 후반에는 이런 뉴스 설명이 나옵니다. “정부는 ‘플랜 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 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방치하면 다음 순번은 ‘당신’이 될 것이란 경고, 그리고 관객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 묻습니다.

“당신은, 살겠습니까(あなたは生きますか)?”

어떻습니까? 이게 이웃 나라 일본의 얘기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우리 발 아래 펼쳐지는 처절한 현실입니다. 10년 전에 나온 일본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더 극단적입니다. 70세 사망법이 통과돼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2년부터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죽어야 한다는 줄거리이지요.

우리의 ‘고려장’ 설화(說話)와 같이, 늙은 부모를 산에 내다 버리는 ‘우바스테야마’ 설화의 나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일본에서나 나올 법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연금개혁 모범국인 일본은 올해 4월엔 연금 수령 개시 나이를, 현행 60∼70세에서 60∼75세로 늘려 잡은 ‘75세 플랜’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75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86세까지 살아야 손익분기점을 찍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55년이면 기금도 바닥이 납니다. 그때부터는 일하는 세대가 월급의 최소 30%를 보험료로 떼어 줘야 한다네요. 과연 그렇게 할까요?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기사에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경축! 국민연금 수급자 600만 명 돌파!!』란 현수막을 내걸자, “이게 축하할 일이냐?” “완전 다단계 금융사기”라며 들끓은 게 젊은 민심입니다. ‘미래 세대의 반란’ ‘연금 지급을 끊는 연금 고려장’이 경고에서 끝날 분위기가 아닙니다.

윗 세대보다 더 배우고도 못 버는 젊은 세대,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에 폭탄을 떠넘기기보다, 내 몫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만이, ‘그만큼 살았으면 그만 좀…’이라는 야만의 상상력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큰일입니다. 날로 쇠약해져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꼭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지요. 오늘도 집사람이 요양사의 손을 잡고 영양주사를 맞으려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차라리 우리나라도 차제에 <플랜 75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저 보고 <건강하세요>하는 덕담을 주십니다. 고마운 말씀이지요. 하지만 제게는 그 말씀이 꼭 저주의 소리로 들리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또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한 푼도 안 남겨 줘도 좋으니 마음껏 쓰고 가라’고 하네요.

어쩌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하고 편안하게 누리는 노후(老後)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보 소, 젊은들! 당신들도 곧 늙음이 찾아옴을 잊지 마시구려!” 너무 오래 살았습니다. 죽을 준비를 끝낸 지 오래입니다. <플랜 75법>이 제정되기 전에 어서 가면 좋겠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8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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