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우리 댕댕이 그림 보는 날’ 특별행사
전시관람 답례로 견공들에 드로잉 그려줘
반려견 뮤즈삼아 만남과 관계의 미학 천착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견공들이 전시장 관람객으로 당당히 초대를 받았다. 전시장 출입금지 대상에서 주인공으로 바뀐 반려견들이 그림감상에 나선다. 30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편집없는 대화’전을 여는 이이수 작가가 17일 ‘우리 댕댕이 그림 보는 날’ 특별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작가는 답례로 견공들의 드로잉을 그려주는 이벤트도 펼친다.

“댕댕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맑은 영혼의 바다에 빠져들게 됩니다. 잠들어 있는 제 영혼마저 흔들어 깨우지요”

요즘 미술시장에서 인기작가로 부상하고 있는 그는 19세에 수도원에 입회한 뒤 6년간 수녀 생활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1000km를 침묵 속에 온전히 걷고 나서야 깨달음의 실마리를 얻어, 가방 하나 들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로마 국립미술원에서 회화공부를 마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아니 새로운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댕댕이 그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이수 작가 

“사람들은 제게 평생 개만 그릴 수 있겠냐고 물어요. 저는 망설임 없이 답하지요. 다른 것을 그리더라도 제 그림에는 항상 강아지가 등장할 거라고요”

그는 개가 좋다. '개' 정도만 하고 살아도 멋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선배 수행자들도 그리 말했다. 개는 한번 믿은 마음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좋고 반가운 마음도 숨길줄 모른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뮤즈가 마음에 남아요. 때론 그 뮤즈가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이나 어떤 시간,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마음에 오래 남을 때 그는 그이의 '개'를 그리곤 한다. 그렇게 그리는 그이의 '개' 안에 그의 마음을 담는다. 그만큼 '개'는 그가 그림으로 표현하기 가장 익숙하고 친숙한 언어다.

“강아지들의 순수한 믿음, 의심하지 않는 마음, 좋은 것을 숨길 줄 모르는 성격이 저를 늘 감동시킵니다. 저도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저 반갑고 좋기부터 한 그의 철없음(?)이 댕댕이들을 많이 닮았다. 그는 늘 바란다. 만나는 사람들을 깊이 신뢰하고 좋은 마음을 나누는 만남이고 싶다고.

배웅
배웅

“5년간 이어왔던 색 추상 작업을 멈추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 시작한 작업이'강아지'였습니다. '강아지'는 제게 특별한 존재지요”

그가 수녀원을 나와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인연이 강아지 '또복이‘였다. 귀국해서 다시 만난 또복이와 두 마리의 새 친구들.그 모습이 반갑고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지난 1월 가장 약하고 애틋했던 '또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시작한 것이 '또복이'작업이었어요"

또복이
또복이

‘또복이’ 작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또복이의 상실을 그림으로 풀어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많은 만남들이 주어졌다.

“만남은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철저하게 주어지는 선물이지요. 저의 공로나 업적에서 오는 것이 아니에요”

유목민들이 찾아온 낯선 손님을 하늘이 보내주신 선물이라 여기며 융숭히 대접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제 저는 사람을 그리고 만남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에 '강아지'가 여전히 함께 하지요”

그림속에 등장하는 '강아지'는 때론 작가 자신을 투영시키는 존재로서 나타난다.

우리들의 대화
우리들의 대화

“이번 ‘편집없는 대화’전 에서는 인간의 만남과 관계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만남과 관계 속에서 ‘편집없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을 묻고 있다.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봐 줄 수 있는‘진정한 너’의 존재가 있는지, 그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얘기한다.

“저의 작업은 상상이나 다른 이의 경험이 아닌 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과 시간으로부터 출발하지만,색과 구성을 통해 완성된 그림은 보는 이에게 각자의 경험과 기억, 거기서 비롯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의미가 있지요”

이렇게 그림이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 그의 작업 이유가 된다.

그의 작업은 맑고 투명하다. 개도 사람도 그 순수한 농도에 하나의 영혼이 된다.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심플한 것이 그의 작업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러기에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여백’이 된다. 팬덤을 형성할 정도의 인기비결 요소다.

도란도란
도란도란

“단순함을 얻기 위해 육체적으로 움직이는 시간보다 작업의 과정에서 그림을 바라보고, 색이 갖고 있는 감정들을 느끼고 발견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그는 채웠던 것을 지우고 덜어내는 과정속에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비우는 것에 집중 할 때 그림은 힘을 갖게 되는 ‘비움의 역설’이다. 비우면 약해지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덜어낼수록 작가 자신이 꼭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한 가지가 남게 된다. 덜어낸 색과 형태들은 여러 겹의 붓질 레이어가 돼 단단한 무게감으로 고유한 아우라를 발산하게 된다.

'내려놓음의 경지'인 어눌함으로 그려낸 '뒷모습'은 인간이 스스로 볼 수 없는 유일한 모습이다. 편집할 수 없는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제가 속해 있었던 상황, 관계, 그리고 제가 경험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감정을 간직하고 고스란히 느끼면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작품 ‘배웅’은 그가 작업을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어려웠던 날 찾아뵈었던 분이 모티브가 됐다. 아무말 나누지 않았지만 만남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무심한듯 어깨를 토닥여 줬던 그날 그 골목길 배웅을 잊지 못해 그린 것이다.

“제 그림은 저를 믿어주시고 제 작업을 응원해 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거에요”

작품 ‘그날 그 골목’은 ‘배웅’이 대구에서 소장되어 서울에서 보여줄 수 없는 아쉬움에 다시 그린 그날의 기억이다.

“저를 배웅해 주신 선생님의 마음을 모성애를 간직한 따뜻한 여성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윗옷을 하늘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종교적 의미로 하늘색을 모성을 드러내는 색으로 쓰는데, 저도 같은 의미로 그렇게 썼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 골목’ 그림에는 그 선생님의 강아지도 함께 그려넣어서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편집없는 대화
편집없는 대화

편집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만남. 그것은 가장 본질적이면서 또한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머물러도 괜찮은 만남은 인간에게 깊은 안정감과 위로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만남에는 뒷모습이 존재한다. 꾸미거나 감출 수 없는 뒷모습이다.

“편집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각자의 '너'를 떠올리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사람의 뒷모습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등이 말을 한다. 그 빈약함 때문에. 가면과 꾸밈이 없는 뒷모습이 그래서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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