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여기숙사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지금까지 ‘금남의 집’의 상징이자 가장 안전한 여 성들의 성역으로 여겨져 왔고, 그에 따라 낭만적인 에피소드도 많았던 대학의 여 성기숙사까지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불쾌하고 불안할 따름이 다.

늑장신고, 허술한 수색과 같은 기숙사 측의 관리 소홀의 문제도 있겠으나 성범 죄가 기승을 부리고 성범죄의 위험이 날 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범죄에 관한 법규는 일반법인 형법 뿐 아니라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 에관한특례법 등 여러 관련 법률이 있고 처벌도 다른 범죄에 비하여 상당히 무겁 고, 수시로 현실에 맞게 개정되고 있다.

최근에도 법 개정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강간죄 등 성범죄의 보호대상이 되었지 만 특히 젊은 여성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 므로 성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방어 차원에서 성범죄관련 법률을 익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 형법은 1995년 말까지는 ‘정조(貞操)에 관한 죄’라 하여 여성의 정조를 지 켜주기 위해 강간죄, 추행죄 등을 처벌했 었다. 구태의연(舊態依然)한 또는 시대착 오적이라 할 수 있는 규정을 21세기가 다 되어서야 ‘강간과 추행의 죄’라고 바꾸 고, 보호법익을 정조가 아니라 여성의 성 적자기결정권으로 보게 되었다.

형법상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여성이 성행 위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안할 수 있는 권 리다. 이 개념을 오해하여 성행위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인 것으로 알고 있으면 큰 잘못이다. 즉 성행위를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하 기 싫을 때 폭행이나 협박, 위계·위력 등 에 의해 성폭행 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성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보호해주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다. 더구나 이제 는 강간죄의 대상에 남성도 포함되므로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도 보호해야 하는 데,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만일 성행 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면 큰 일 날 일이 아닌가.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를 ‘사람’으로 확대해 피 해자가 남자 또는 트랜스젠더인 경우까 지 포함하여 남녀 모두를 강간 범죄로부 터 보호하고,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던 특 정성행위를 유사강간으로 처벌하도록 유 사강간죄를 신설하고, 친고죄조항을 삭제 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성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특수강간, 아동·청소년성폭 행의 경우가 아니면 성범죄자들이 음주, 약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감경해 주었었는데 이제는 음주한 성범죄 자의 형량감경은 아예 없어졌으며, 모든 성범죄의 피해자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성범죄 전과자 정 보공개가 전보다 훨씬 더 자세히 나와 있 으니 주변을 살펴 미리 경계해야 한다.(법과대학 이영란 교수)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