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뉴스프리존=나영창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설 연휴를 마친 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부당하게 상납받은 혐의로 본격 재판을 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또다시 재판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재판 진행 상황에 관심이 모인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변호인들이 다 사퇴를 하면서 한 달 반 가까이 중단된 상태이다. 국선 변호인들로 자리를 채워서 재판이 다시 시작, 계속 재판을 거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나와 “아직 박 전 대통령과 접견이 허용되지 않아 혐의를 인정할지 여부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에게 여러차례 ‘인터넷 편지’를 보내 접견 의사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열린 뇌물수수 혐의 등 1회 공판준비기일에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절차의 경우 피고인 출석의 의무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변호인 접견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재판을 거부한다면, 재판부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재판은 이미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채로 진행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구속 연장에 반발해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재판부가 궐석 재판을 진행키로 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는 국선변호인 정원일(54·사법연수원 31기) 김수연(32·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가 출석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제기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어겼기 때문에 무효”라며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 공소사실 외에 법원에 예단이 생길 만한 내용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 경우 변호인단이 임의로 혐의를 인정하거나 증거사용에 동의할 수 없어 법정 공방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일 변호사도 지난 12일 첫 준비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지 않고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다투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기재된 표현과 특활비 용처를 기재한 각주 일부를 문제 삼았다. 정 변호사는 “세칭 ‘문고리 3인방’이라는 표현을 써 대통령의 도덕적 타락상을 강조하거나, 국정농락을 당한 무능한 대통령처럼 평가되도록 기재했다”면서 “특활비를 수수했는지가 쟁점인데 용처를 강조하면서 법원이 수수 사실을 예단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문고리 3인방’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고, 용처는 범행의 경위와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필수적인 문구”라고 반박했다.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전직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이유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뇌물죄란 직무와 연관된 공직자에게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을 때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대가성 없이 잘못된 관행에 따라 특활비를 줬다면 설령 ‘검은돈’일지언정 뇌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정 변호사는 “코끼리를 다 그려놓은 검찰과 이제 막 코끼리 다리를 그리기 시작한 변호인단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것 같다”며 “변호인의 입장에서 혼을 다해 변론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향후 자리보전이나 예산 편성에서 혜택을 기대하면서 특활비를 정기 상납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전직 국정원장들은 예산 지원이라 생각하고 청와대에 돈을 줬을 뿐 대가를 바란 건 아니라고 항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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