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항의하며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10.25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10.25 [공동취재]

이날 민주당은 본회의장 참석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이xx" 사과하라!'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현수막에는 ‘국감방해 당사침탈 규탄한다’는 내용이 들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동시에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재명 대표도 윤 대통령 도착에 앞서 '야당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오전 9시40분경 윤 대통령이 국회 정문을 통과해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애초 약속한 침묵시위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의 시위에 윤 대통령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쳐다보지도 않는다"라며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실로 향하자 다시 구호를 외치면서 항위 시위를 이어 갔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지금 시급한 것은 전 정부와 야당탄압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 안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입법과 예산심사를 하는 국회에는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있다"라며 "민주당은 오늘 윤 대통령의 국회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제외교현장에서 국회를 ‘이 XX들’로 표현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는 우리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인정했다"라며 "‘이 XX’라 멸칭된 야당 국회의원들로서, 최소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로 오기 전에 그간의 막말과 정쟁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매듭짓길 기대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어제, '시정연설 조건은 헌정사에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께 묻고 싶다. 역대 대통령 중 국제 외교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버젓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는가?"라며 "‘바이든’이라 말해놓고 ‘날리면’이라 알아들으라며, 전 국민의 귀를 시험한 억지야말로 근현대사를 통틀어 초유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종북 주사파’ 운운하며 협치 불가를 선언한 것 또한, 군부독재 시절에도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민주화 이후 제1야당 중앙당사를 국정감사 중에 침탈한 것 역시 유례가 없다.지금 헌정사에 초유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 소속 강원도지사의 경솔한 조치 하나로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금융시장이 마비될 지경"이라며 "무능한 정부의 뒤엉킨 국정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건만,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국감마저 마비시켰다. 민생과 경제 위기의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건만, 집권세력의 안중에 국민의 삶은 실종되고 있다. 국정 논의는커녕, 야당을 아예 ‘말살’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차별 영장 남발과 전방위 수사 등 전 정부 털기 정도가 아니라 ‘전면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다고 이 정부가 초래한 온갖 참사, 국정무능·민생실패가 가려질 리 없다"라며 "검찰독재와 신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민생을 파탄내는 정권을 신뢰할 국민도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이 윤석열 정권이 사정정국으로 노렸던 바와는 거꾸로 중도층의 마음마저 떠난 상황"이라며 "제2의 외환위기, 제2의 연평도 사태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협치는 팽개치고 ‘검찰공화국’ 본색만으로 국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6년 6월 인수위원회 없던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처음 방문했을 때 항의 손팻말을 들었다.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모두 검은 복장 근조 리본을 달고, 대형 현수막 세 개에 고성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한 바 있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석의 반도 못채운 상태로 이뤄진 시정연설, 시민에게 외면받은 대통령,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심판 받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무턱대고 휘두른 도끼, 결국은 제 발등만 찍는다. 물러나라는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것이다. 민심이 천심이고,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거다"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일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일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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