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프리존=전성남선임기자]오는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도전 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혼전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3선 도전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그가 내달 중순께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 전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등판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그 역시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거의 가닥을 잡은 분위기라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3월 중순쯤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선거캠프를 꾸릴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선거대책본부를 차렸던 곳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박 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리턴매치가 성사될지 여부다. 지난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안 전 대표는 주변 인사들로부터 출마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지방선거 출마 대상자들을 만나며 인재 영입에 매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내부적으로 내달 초중순 선대위 체제를 조기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면서 선대위 조기 출범 필요성과 함께 '안철수 등판' 목소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2011년 재보궐 선거 당시 지지율 50%를 육박하던 안 전 대표는 지지율 5%였던 박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박 시장을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이후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과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10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당 지지율 난조로 인재 영입이 녹록지 않자 당을 일찌감치 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분위기를 띄워야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후 어떤 방법으로 지방선거에 투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고심 중"이라며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에 출마할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다닐지 당과 당원의 요구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일단 내달 중순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당 전면에 먼저 복귀한 뒤 당의 선거준비 상황과 보조를 맞추며 출마선언을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현재 선거출마를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인력과 조직을 차근차근 정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과 안 전 대표의 교류는 사실상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과 안 전 대표는 2016년 11월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최순실 정국'에 대한 해법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지난달 서울시가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100억짜리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자 박 시장이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는가 절망감이 든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먼저 선대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출마선언을 먼저 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부분은 이번 주에 좀 더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판 가능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설 연휴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감"이라고 추켜세우며 오 전 시장의 차출설에 불을 지폈다. 오 전 시장은 현재까지 고사하고 있지만, 인물난에 허덕이는 자유한국당이 후보로 설득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서울시장 구원 등판을 외치는 당내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당 지도부의 의중 역시 '서울시장 출마 결정을 늦지 않게 했으면 한다'는 것이어서 안 전 대표로서도 마냥 시간을 끌며 숙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오 전 대표가 바른정당 탈당 후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오 전 대표와 가까운 남재경 서울시의회 의원을 종로구 당협위원장에 임명한 점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않느냐"고 여전히 유효한 카드임을 내비쳤다.

더욱이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뜻을 모아 정식으로 안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안 전 대표에 대한 출마압박은 강도를 더해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에 이어 최근 사면 복권된 정봉주 전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안이 없다면 본인이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 안팎의 상황이 출마 결정을 빨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권리당원이 100만명 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후보 몰아주기'가 통하지 않고,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예상한다"며 "당내 후보가 많아 1위 득표율이 50% 넘지 않고,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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