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영입인사'였던 양향자, 윤석열·국힘과 어울릴 만한 이유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두차례 지냈다가 각종 논란으로 제명 의결을 받았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복당 불허 조치를 두고 '정치탄압' '정치보복'이라 발끈하며 이재명 대표까지 저격하고 나섰다. 이에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가구향리폐(家狗向裏吠)'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돌려줬다. '가구향리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집 안쪽을 향해 짖는다는 뜻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뜻이다.

김남국 의원은 18일 SNS에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계속 답변을 요구하셔서 말씀드린다. 주요 논의 안건은 박지원 전 원장의 복당이었다"라며 "양향자 의원은 ‘참조’ 정도였다.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고, 아예 토론도 없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탄압? 정치보복? 지나친 자의식 과잉으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일갈했다.

김남국 의원은 "지금의 양향자 의원은 수많은 민주당원과 광주 시민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라며 "총선 출마하면서 광주시장 경선, 최고위원 출마하면서 했던 모든 말들도 그 자리를 탐해서 했던 거짓말로 생각된다. 제대로 속았다"라고 거듭 일갈했다.

삼성전자 임원(상무) 출신인 양향자 의원은 지난 2016년초 '문재인 당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인사 중 한 명으로, 입당식 때 눈물을 흘리고 입당하는 등 '문재인 지지층'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인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치 입문 이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앞서 양향자 의원의 사촌동생이자 특별보좌관이었던 박모씨는 동료직원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양향자 의원은 박씨가 동료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에 “성폭력 관련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등 논란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7월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그는 바로 다음날 자진 탈당한 바 있다. 

양향자 의원은 또 지난 4월 민주당이 '검찰정상화' 처리를 시도할 당시,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는 민주당이 법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피하기 위한 작전이었는데, 양향자 의원은 돌연 반기를 들고 검찰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이로 인해 민형배 의원이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즉 자신을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공격한 셈이다. 

양향자 의원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사건은 그가 최고위원이었던 시절인 지난 2017년 3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온 노동인권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들을 ‘전문 시위꾼’ '귀족노조'라고 폄훼·왜곡한 사건이다. 

양향자 당시 최고위원은 취재진에게 반올림에 대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라며 “삼성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농성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유가족도 아니다. 그런 건 용서가 안 된다”고 비방한 바 있다.  

당시 반올림은 지난 2015년 10월 삼성이 가족대책위와 회사 쪽 대표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거부하고 자체 보상 절차를 강행한 것에 반발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반올림 대표는 삼성반도체 노동자이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이고, 당시 그는 딸이 숨진 후 10년째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힘겹게 싸우는 중이었다. 

즉 '반올림이 유가족이 아니다'는 양향자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이자 왜곡이며, '귀족노조'처럼 활동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역시 대지 못했다. 또 당시 반올림 활동가들은 텐트도 제대로 치지 못하며 힘들게 500일 넘도록 농성 중에 있었다.

당시 양향자 의원의 발언을 보면,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 아주 그릇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자를 혐오하는 시각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에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큰 구설수에 오른 바 있으며, 최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원칙을 깨고,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입법 일정 등 구체적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즉 '주 69시간' 근로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대화 한마디는커녕 탄압 일변도로 공격에만 나선 바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 그 못지 않게 역시 자기 지지층 결집을 위해 '노동자' 때리는 일들을 상습적으로 한다. 즉 양향자 의원이 노동자들의 인권·권리를 위해 싸우던 반올림을 폄훼·왜곡한 발언을 볼 때, 그의 정체성은 윤석열 정부와 더 맞아보이는 이유다.

양향자 의원은 지난 6월부터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언제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그가 지역구(광주 서구을)에서 재선할 가능성은 없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경기 수원이나 용인·화성·평택 등으로 거점을 옮겨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앞서 양향자 의원은 지난 17일 SNS에서 "복당 안한다는데 복당 불허? 이재명 대표님, 이런 게 '정치 보복'이다. 민주당, 뒤끝 작렬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양향자를 '반민주당 세력'으로 공개 낙인찍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민주당이 양향자에게 차인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찼다고 얘기하고 싶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양향자 의원은 "아니면 검수완박에 반대하고, 얼마 전 '이재명 리스크와 대표직 사퇴'를 주장했던 양향자에 대한 앙갚음이냐"며 "지금의 사태가 당대표의 명령이든, 아래 사람의 충성경쟁이든, 이런 것이 바로 정치로 보복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그토록 저항하는 정치 탄압"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