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15 공동회담

남북 정상회담이 남측 지역에서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열린다. 남북이 4월 말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전격 합의했다.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과 북이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나서는 모양새다. 큰 돌발변수가 없다면 2000년 6월 1차,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 뒤 10년6개월 만에 마주 앉게 된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개최됐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대화 기간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은 예상을 뛰어넘는 남북 간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은 귀환 기자회견에서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판문점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측 지역인 통일각과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이 마주보고 있다. 3차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비록 판문점이지만,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에 내려오게 된다.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로 방남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두 정상의 조기 정상회담이 합의된 것이다. 정 실장은 “3차 정상회담은 개회식 당시 북한 대표단이 내려왔을 때 조기 개최 입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면서 “양측이 편리한 시기를 정한 게 다음 달이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국가정보원 라인을 통해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점을 청와대는 당초 대북 특사단이 합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재개는 남북 간 발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로 가급적 조기에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남북 공통의 입장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5일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 및 만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남북 관계 발전방안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는 북남 관계 개선 발전방향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며 “북남 관계 개선과 조선반도(한반도) 평화 안정을 유지·보장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구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포함해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4월말’로 못박은 점은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의 시점을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김 부부장의 방북 초청에 당시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번 남쪽 특사단 접견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북-미 대화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남북이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일단 4월말로 정한 것”이라며 “특정 일자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에게 신뢰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지난 60일간 남북 관계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친서와 특사를 교환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상징성이 크다.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집’을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평화의집’은 판문점의 남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김 위원장이 ‘방남’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이는 앞선 두차례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 것을 두고 남쪽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을 의식한 북쪽의 배려로 보인다. 정 실장은 “지난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며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다. 제3차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한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집은 유엔군사령부 관할지역으로 민간인 출입도 통제되는 구역이어서, 경호 측면에서도 양쪽이 안심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과 예정됐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은 진전됐지만, 비핵화 문제에서는 특별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를 ‘위장된 합의’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모든 합의에 조건이 붙은 조건부 합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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