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프리존DB자료

[뉴스프리존=김현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당시 군 수뇌부가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퇴진 촛불 혁명’ 당시 군이 무력을 동원해 진압을 모의했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군 지휘부는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군인권센터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군에서 군 병력 투입이 논의가 있었다”며 “당시 구홍모 수도방위사령관(중장, 현재 육군참모차장)은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해 ‘소요사태 발생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 회의가 사령관이 주재하고 인사·정보·법무참모 등이 참석하는 정상적인 참모회의가 아니라 병력을 동원할 사람들 일부만 참석한 긴급회의 였다고 설명했다. 탄핵심판이 기각될 때를 대비해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이 소요 발생 시 무력 진압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했다는 것이다.

군 인권센터는 당시 군 병력 투입의 근거로 위수령을 검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970년에 생긴 위수령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군을 동원하도록 한 법령이다. 위수령은 국회의 동의없이 대통령의 명령만으로 치안 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하는 조치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체포·진압할 수 있어 초법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부독재 유지를 위해 1970년 만든 위수령은 1965년 한·일 협정 체결 반대 시위,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부정 규탄 시위, 1979년 부마항쟁 시위 등 세 차례 발동된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탄핵정국 당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위수령 폐지 의견을 질의했지만, 센터는 “군이 박 전 대통령의 직무 복귀 때 위수령을 선포하여 촛불혁명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상황을 예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위수령 폐지를 반대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군 수뇌부들은 "촛불집회가 위수령이나 계엄령을 내릴 사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위수령 존치 논의에 대해서도 "이미 사문화된 위수령의 존폐를 논할 필요가 없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방부는 2차례 질의에도 답이 없다가 탄핵이 인용된지 3일만에 이 의원에 “위수령 존치 여부는 심층 연구가 필요해 연구용역을 맡길 예정”이라는 회신을 보냈다. 센터는 “청와대 눈치를 보던 국방부가 탄핵이 인용되자 뒤늦게 답한 것”이라며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됐기에 위수령은 발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하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감사관실을 통해 즉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성명 전문

촛불혁명 무력진압, 친위쿠데타 모의한 軍 수뇌부를 엄단하라

- 軍, 탄핵 정국 위수령 및 군대 투입 검토 폭로 긴급 기자회견 -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 당시 군이 무력 진압을 모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국방부 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에 대비하여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구홍모 중장(現 육군참모차장, 육사40기)은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소요사태 발생 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보수단체들이 날마다 ‘계엄령 촉구 집회’를 열어 시민 학살을 운운하며 내란 선동을 하던 때에 군이 실제 병력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군이 이러한 참담한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수령(대통령령 제17945호)’이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수령은 대통령의 명령만으로 치안 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하는 조치로 1970년 박정희 가 군부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근거법도 없이 제정한 시행령이다. 계엄령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나 국회의 동의 없이도 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위헌적이다. 실제 1965년 한·일 협정 체결 반대 시위,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부정 규탄 시위, 1979년 부마항쟁 시위 진압 시 발동된 바 있다. 위수령은 대한민국 법률 체계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으로 정부 시행령에 불과하나 법률의 통제를 벗어나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위수사령부 소속의 장병은 제15조에 따라 폭행을 저지르는 자나 폭력이 수반 된 소요를 총기를 발포 하여 진압할 수 있고, 제17조에 따라 폭행 등의 현행범인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외적이 아닌 국민을 적으로 상정하여 군의 정치 개입에 단초를 제공하는 악법인 것이다.

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시 위수령을 선포하여 촛불혁명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상황을 예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은 탄핵 심판 중 한민구 前 국방부장관이 위수령 폐지를 반대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에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의견을 질의하였다. 이에 주무부서인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에서는 합참 법무실에 법령 검토를 맡겼고, 법무실은 폐지 의견으로 이를 회신하였다. 그러나 합참이 이를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하자 장관은 폐지할 수 없다며 존치 의견으로 검토하게끔 지시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국방부 법무관리관 주도 하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법무관리관은 청와대 파견 법무관들과 자주 연락하며 교감했기 때문에 위수령 존치는 사실 상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방부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던 중 3월 10일 탄핵이 가결되자 3월 13일 이철희 의원실에 ‘위수령 존치 여부는 심층 연구가 필요하여 연구 용역을 맡길 예정이다.’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청와대, 군 지휘부, 법무계통이 은밀히 모의하여 위수령을 활용, 탄핵 부결 시 군 병력을 투입하는 ‘친위쿠데타’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엄군이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광주 시민을 학살한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군은 또 다시 부정한 권력에 빌붙어 시민들을 총칼로 짓밟을 계획을 세웠다. 이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란 음모나 다름없다. 육사 출신의 정치군인들이 여전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망령을 잊지 못하고 기회를 엿보아 국민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할 뿐이다.

3일 뒤인 3월 10일은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박근혜 대통령 파면 1주기다. 금번 밝혀진 친위쿠데타 시도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언제든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사에 유래 없이 평화적으로 불의한 정권을 몰아낸 촛불혁명을 총칼로 짓밟으려 한 민주주의의 적들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 역사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민구 前 국방부장관, 구홍모 육군참모차장을 위시하여 위수령 존치를 통한 친위쿠데타에 관련된 군 지휘부, 법무계통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내란 음모 혐의로 낱낱이 색출하여 엄단하라. 아울러 독재정권의 잔재인 초법적 ‘위수령’을 즉시 폐지하고 개헌 시 계엄령 발동 조건을 엄격하게 개정하여 시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8. 3. 8.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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