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김기현 국힘 대표, 당지도부 제주 4·3 추념식 모두 불참]
"야구장은 가면서"..대통령 4.3 추념식 불참에 '언행불일치' 비판 고조
민주 “대선후보 시절 제주 아픔 강조, 지금 와서 외면..대구는 괜찮고 제주는 안 되는 이유는"
신평 “국민들 尹에 차츰 등 돌려..서문시장 네 번이나 방문하다니”

“제주 올 때마다 늘 4.3 보상 문제를 듣고 있다...절대 우리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3월 8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제주도민에게 약속한 말이다. 그러나 3일 열리는 제주 4·3 추념식에는 윤 대통령은 ‘일정상 이유’를 들어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리 참석했다. 또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들도 모두 불참하면서 윤 정부의 '언행불일치' 논란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일 대구를 찾아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하고, 정치권에 입문한 후 5번이나 간 서문시장을 부인 김건희씨와 또다시 방문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야구장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느냐”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라며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박 대변인은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며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제와서 제주 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또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지도부들이 모두 불참하기로 한 것에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히다”라고 개탄했다.

박 대변인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태영호)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된 점을 들어 “제주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라고 말했다.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2.4.3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2.4.3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관을 보인 김광동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을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벌인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제주를 찾아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4‧3의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라며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에도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보듬는 제주의 아픔을 현직 대통령은 외면하겠다는 것인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대신 총리와 장관이 참석하기로 했고, 지난해 당선자 신분으로 갔는데, 매년 가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해에는 총리가 참석하시기로 하셨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며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제주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함께 치유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통합’이라는 숭고한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같은날 김기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월드엑스포 2030 실사단을 국회에서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취임초부터 윤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 않고 오직 국민만 보고 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구행은 결국 대일 매국외교 논란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위기감을 느끼고 지지층을 결집해 반전을 꾀한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가 “과도하게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 “국민은 차츰 윤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라며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 결과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2일 <내년 총선과 향후 정국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윤 정부는 지금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라며 “대구의 서문시장을 네 번이나 방문한 것은 그 상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 4·3 75주년인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추념식을 찾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당선인 시절 4·3 희생자·유가족 명예 회복을 약속한 것은 진정성이 없는 행태였다며 날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제주 4·3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주요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년에는 총선을 두고 표를 의식해 (추념식에)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대통령의 4·3 75주년 추념사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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