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니홍조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중국 송(宋)나라 시대, 소동파(蘇東坡 : 1036~1101)의 시(詩)에 나오는 말이 ‘설니홍조(雪泥鴻爪)’입니다. ‘기러기가 눈밭에 남기는 선명한 발자국’이란 뜻이지요. 그러나 그 자취는 눈이 녹으면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니까 중년의 나이를 넘으면 존경을 받지 못할지언정 욕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의 흔적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언젠 가는 기억이나 역사에서 사라지는 덧없는 여로(旅路)! 뜻있는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지내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중국(中國) 고사(故事)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산이개(江山易改) 본성난개(本性難改)』 ‘강산은 바꾸기 쉽지만, 본성은 고치기 힘든 것 같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나이 먹을수록, 본성이 잇몸처럼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송곳처럼 뾰족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하고 일갈(一喝)했을 때, 그의 친구들이 그럼, “너는 자신을 아느냐?” 라고 되물었지요. 그때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본성을 고치는 첩경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다섯 가지를 잘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1,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2, 물을 잘 먹어야 한다.

3, 공기를 잘 먹어야 한다.

4, 마음을 잘 먹어야 한다.

5, 나이를 잘 먹어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삶의 비결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존경 받는 삶의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즉, ’중년의 나이를 넘으면,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기보다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존경을 받지 못하면,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스무 살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의 공적(功績)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중년 이후의 얼굴은 그 사람 인생에, 대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지요.

따라서 큰 업적이나 칭찬 받기보다는, 지탄 받거나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는 인생이 더 훌륭한 삶이 아닐까요? 옛날에 사향노루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숲속에서 살던 사향노루가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 것이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깎아 지른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 디 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향노루.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더 먼 곳, 더 새로운 곳. 또 다른 누군 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야말로,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비명횡사 한 사향노루가 아닐까요?

우리는 최고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의 최고 향기는 무엇일까요? 그 향기는 오랜 수행을 통해, 삼대력(三大力)의 위대한 인격을 닦아, 불 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첫째, 항상 청정심으로, 모든 불 보살을 공경(恭敬)합니다.

둘째, 정법(正法)을 공부하고, 믿으며, 불 보살의, 바른 행을 따릅니다.

셋째, 첩첩이 쌓인 업을 달게 받습니다.

넷째, 중생에게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 행을 합니다.

다섯째, 국한(局限)을 터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불 보살들은 이 천지를 편안히 살고 가는 안주 처(安住處)를 삼기도 하고, 일하고 가는 사업장을 삼기도 하며, 유유 자재(悠悠自在)하게 놀고 가는 유희 장(遊戱場)을 삼기도 하느니라.」 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불 보살이 되어 여생을 유유 자재하게 살아가면 어떨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4월 28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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