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계엄령 문건 작성 당사자 혐의 인정 안 했는데 법원 보석 청구 인용
당초 잡을 의지조차 안 보였던 '윤석열 검찰'···석방으로 증거인멸 시간 벌어준셈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지난 2017년 박근혜씨 탄핵 정국 당시 소위 '계엄령 문건' 작성의 핵심 당사자이자 '내란음모'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8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조현천 전 사령관은 지난 3월 해외도피 5년여만에 자진귀국해 검찰에 체포된 바 있는데, 불과 석 달여만에 풀려난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이날 조현천 전 사령관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조현천에게 건 보석 조건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 및 증거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주거지 제한 3가지에 불과하다.

조현천 전 사령관은 지난 2017년초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을 앞두고 8쪽짜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과 67쪽에 달하는 '대비계획 세부 자료', 소위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 구성과 국회와 언론 통제 방안,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 등에 장갑차를 비롯한 공수부대를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즉 '군부 쿠데타' 시도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의 '계엄령 문건'은 2018년 7월 군인권센터로부터 공개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그 몸통인 조현천 전 사령관이 해외도피했다는 이유로 군검 합동수사단의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바 있고, 그 윗선인 박근혜씨나 황교안 전 총리,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도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조현천 전 사령관이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할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중대한 범죄 혐의자였음에도, 당시 검찰은 그를 체포해 송환할 별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특히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밖에도 조현천 전 사령관은 지난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지지 집회를 연 혐의와 사드 배치 지지 여론 형성을 위해 기무사 예산을 투입하고 예비역 장성을 동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핵심 사안인 '내란음모' 건에 있어 재판도 열리지 않은 상황이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며, 조현천 전 사령관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보석을 허가해준 것은 일종의 특혜로 해석된다.
또 조현천 전 사령관은 보석을 '구치소'와 '법원'이 멀다는 논리를 썼다. 조현천 전 사령관 변호인은 지난 21일 보석 심문에서 조현천이 출국금지돼 해외로 도망할 염려가 없고, 수감 중인 서울 남부구치소(서울 구로구)가 법원(서울 마포구)과 멀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구로구와 마포구 사이엔 영등포구 하나만 있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앞서 조현천 전 사령관이 5년여만에 자진귀국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권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뒷말이 쏟아진 바 있다. '무혐의'나 '솜방망이 처분'을 확신하지 않고선 들어올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에도 이 내란음모 건에는 아예 손을 놓은 거나 다름없어서이기도 하다.
이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성명에서 "조현천은 ‘계엄문건으로 부대가 해체되고 수많은 부서원들이 인사 조치, 수사, 재판을 받는 등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했다. 게다가 혐의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는 ‘절대 도망가지 않고, 증거도 인멸하지 않겠다.’던 조현천의 립서비스를 믿었던 것인가? 석방 결정으로 인해 조현천은 옛 부하들을 만나고 다니며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고 질타했다.

임태훈 소장은 "근본적으로 이 사태를 야기한 것은 검찰이다. 신병 확보 이후로 3개월이 지나도록 계엄 문건 사건 수사는 제자리 걸음"이라며 "조현천만 잡아오면 퍼즐을 맞춰 계엄 문건을 내란음모죄로 엄단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도 검찰이다. 이 당시 검찰을 이끌던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앉은 자리가 바뀌고, 처한 위치가 달라지니 법적인 판단도 달라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임태훈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눈에는 평화롭게 집회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군대 투입을 검토하고, 국회 해산과 방송국 장악 계획을 담은 문건이 통상적인 비상사태 대비 계획쯤으로 보이는 것인가"라며 "조현천이 윤석열 정부, 법무부와 짜고 기획 입국했다는 일각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현천 전 사령관을 내란예비음모죄로 다시 구속기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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