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궐기대회 과잉진압 논란 확산.. "골절, 안구출혈 일으킨 참가자 많아"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인 백남기(68)씨의 가족들은 16일 병원을 찾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낮 12시께 백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대기실에서 백씨의 아내와 딸을 만났다.

백씨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너무 비참하게 당하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잡냐”고 했다. 그는 “현재 (남편의)발에 온기가 없고 호흡도 없다. 약물로 버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백씨의 딸도 “너무 심하게 다치셨다. 아빠가 나오는 영상을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너무 불쌍하다. 시위 진압한 경찰에게 책임을 묻고 싶고, 책임 있는 사람이 나와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다고 아빠가 회복될진 모르겠지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며 “당 차원에서 계획이 있다. 진상을 밝히고,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당일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도왔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6일 “경찰의 물대포 집중 사격으로 중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수십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눈에 물대포를 맞고 출혈을 일으킨 40대 환자를 치료했다는 안과 의사 조수근(41)씨는 “물대포 수압이 굉장히 세서 안구 부분에 직사를 당하면 외상성 망막 손상과 신경 손상, 녹내장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실명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일 현장에 있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 김모(40ㆍ직업환경의학과)씨는 “물대포로 경상을 입은 집회 참가자만 100여명을 진료했고, 골절 및 열상 환자 등 중상자 30여명을 응급처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뇌출혈을 일으킨 백씨 사건에서도 쟁점마다 경찰과 시위주최 측간 공방이 치열하다. 먼저 살수 과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은 훈령인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경고방송 후 경고살수, 본격살수(분산→곡사→직사)의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당시 수압과 관련해서 경찰은 직사살수시 2,500~2,800rpm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직사살수의 경우 물살세기를 3,000rpm 이하로 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준수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수압이 기록에 남지 않는 시스템이어서 당시 사용했던 rpm 수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 의문은 경찰이 왜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15초간 추가 살수를 했느냐는 점이다. 지침에는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생기면 즉시 구호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살수요원은 물론 4기동단장도 백씨가 넘어진 상황 자체를 몰랐고, 시위대를 떨어뜨려 놓기 위한 살수 과정이 조준사격처럼 비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과 주최 측은 “현장 동영상을 보면 백씨와 다른 시위대의 거리는 1m 이상 앞뒤로 떨어져 있어 구분이 어려웠다는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고 넘어지는 상황과 관련한 과실 또는 고의성 여부로 모아진다. 백씨는 당시 빈 손 상태로 시위대와 떨어져 있다가 직사살수를 머리에 맞고 쓰러졌다. 직사살수는 통상 쇠파이프 등 무기를 소지한 시위대에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살수 방식이다. 물살이 센 탓에 겨냥 부위도 가슴 이하로 제한돼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두 규정을 모두 어긴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묶은 밧줄을 재차 잡아당기려는 시도를 해 살수했을 뿐”이라며 고의적으로 백씨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 안에서 물대포를 조종하는 경찰관이 호스 끝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제한된 영상만을 볼 수 있어 거리를 가늠하거나 집회 참가자의 신체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회 당일 경찰의 살수차 운용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백씨를 중태에 빠뜨린) 해당 경찰관의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주최 측은 “과실 여부를 떠나 쓰러진 사람에게 15초간 물대포를 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도 볼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법정으로 공방이 옮겨갈 공산이 크다.

한편 백씨는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공급하는 영양제에 의존한 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65)씨는 “나도 집회 장소에 있었는데, 최루액 타서 시민 얼굴에 정조준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쏠 수 있나. 너무나도 폭력적이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고,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중환자실로 들어가 잠시 백씨를 병문안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현재 상태는, 전혀 의식이 없고, 발에도 온기가 없으시고, 손도 움직이지 않으시고 의식도 없으시다. 외부 영양제와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으로 돌아가서 대책위에서 오늘 방문한 내용을 반영하겠다. 오후부터 있을 집회나 기도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쾌유를 빌고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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