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박영수 기자='중국인은 병든 사람이 아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1973년 7월 20일 32세의 이소룡(李小龍 리샤오룽))은 영화 '사망유희(죽음의 게임)'가 완성되기 전에 별세했다.그의 일생은 짧지만 할리우드의 역사와 대중문화, 무술 마니아들 사이에서 영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리샤오룽은 현대 세계에 무술을 도입하고 절권도 스타일을 개척했으며, 영화 '당산대형'(1971) '정무문'(1972) '맹룡과강'(1972) '용쟁호투'(1973)와 미완의 유작 '사망유희' 4편만으로도 세계 각지의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중국 매체 인터페이스 뉴스는 전했다.

(사진=중국 포털 또우빤)
이소룡과 아들 이국호가 나란히 안장돼 있다. (사진=중국 포털 또우빤)

가디언은 리샤오룽의 사망 50주기를 기념하는 기사에서 1960년대 중반 할리우드에 처음 입성했을 때 동아시아 남성들은 하인, 음흉한 소인, 혹은 뻐드렁니 광대(특히 티파니의 아침 식사에 나오는 미키 루니 같은 백인 배우)로 묘사되곤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샤오룽은 진지하고 엄격하며 건장한 체격과 똑똑한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했는데, 이는 당시 서양에서 아시아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에 이소룡은 할리우드에서 '청봉협(青蜂侠)'에서 청봉협의 가토 역을 맡았는데, 이는 이소룡의 위치를 모순되게 만들었다. 가토는 일본인으로, 이야기에서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비밀 동아리의 범죄를 적발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중국 쿵푸 대사를 제압한다. Everybody Was Kung Fu Fighting의 저자 비제이 프라샤드는 1967년 '청봉협'이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그중 청봉협, 가토, 배트맨, 로빈 등이 출연했다고 지적했다. 프라샤드는 "청봉협, 배트맨, 로빈은 모두 그의 무술을 존중하지만 그가 이기거나 그들과 동등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100여 년간의 인종 문화 수준은 젊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에 의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소룡은 1971년 드라마 '쿵푸'에 캐스팅됐다가 ‘너무 중국적이어서’ 거절당했다. '용쟁호투'의 아프리카계 배우 지미 켈리는 이소룡에게 "중국인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인들이 중국 영웅을 원하지 않아 홍콩으로 건너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구차하고 칠칠맞다고 했다. 그는 제게 자신이 버티고 싶었지만 원하는 일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룡은 중국의 홍콩을 택해 영화를 찍었고, '정무문'은 민족주의 정서가 가장 강한 작품으로 천진 역을 맡았다. 영화 속 곽원갑은 1914년 상하이에서 일본인에게 만성 독극물로 살해당했고, 그의 제자인 천진(陳眞)은 서둘러 무술 수련관으로 돌아갔다. 이때 일본 무술 수련관이 사람을 보내 '동아시아의 병자'라고 쓴 현판을 보내 중국 무술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것에 불과함을 암시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단신으로 일본 무술 수련관을 찾은 천진은 중국 쿵푸로 관원들과 코치들을 혼내준다. ‘동아시아의 병자’라고 적힌 종이를 먹게 했다. 정무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진은 한 공원에 '개와 중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고, 몇몇 일본인들은 문 앞에서 그들의 개가 되고 싶다면 그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고 도발했다. 천진은 이 간판으로 솟구쳐 올라 발로 차서 산산조각 냈다.

'정무문(精武門)'은 중국 무술과 일본 무사도의 항쟁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민족주의와 일본제국주의에 항쟁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M.T. 가토는 From Kung Futo Hip Hop이라는 책에서 중국 침략 전쟁에서 일본인들이 무사도를 사용한 것은 무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량 학살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사도는 제국 신화의 상징으로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촉진시켰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무사도가 정책의 일부가 되어 현지인들에게 강요하여 일본 황권에 복종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일본 무사도가 가장 야만적이고 잔혹한 제국주의 침략을 가져왔음에도 천진 등은 '중국 무술'로 불굴의 저항을 했다.

학자 크리스 베리(Chris Berry)와 메리 파커(Mary Farquhar)는 리샤오룽(李小龍)이 생전에 연기한 인물들이 모두 중국계 또는 해외 화교인인 중국계 자녀, 제3세계 반제투사,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는 통계를 냈다. 리샤오룽은 영화에서 일본 남성이나 구미 남성들과 맞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영화 촬영지가 당시 영국령 식민지였던 홍콩 지역이라는 점도 리샤오룽의 민족적 특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샤오룽(李小龍)은 '중국인은 동아시아의 병자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개와 중국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저항한 것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중국인의 이미지를 바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민족적 특성을 지닌 남성 배우가 중국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그리울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왜 리샤오룽(李小就已经)은 세계화 개념이 유행하기 전에 이미 세계화되었습니까?

미국 오클라호마대 영화미디어연구과 예만펑 부교수는 저서 '무협영화와 홍콩현대성'에서 무협영화가 적에게 몸으로 도전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것을 강조한 것은 중국 민족의 자부심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급성장한 홍콩 지역의 노동집약적 경제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노동자는 서로 다른 감독과 훈육에 직면해야 하지만, 영화 주인공은 여러 가지 한계를 뛰어넘어 '해방된 노동자'(liberated labor)의 표상이 된다는 것도 영화 관객인 노동자 계층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예만펑은 리샤오룽(李小龍)이 세계 관객들의 추종을 받게 되는 것은 '인종적 독특성' 때문이 아니라 '보편적 인종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샤오룽은 일본인과 러시아인, 미국 흑인을 상대했지만 종종 신분 이상의 정치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 '맹룡과강'에서 주인공 탕룽은 시골 청년으로 로마에 가서 친척 집이 차린 식당을 돕는데, 식당은 백인 자본가 상업집단의 위협을 받곤 한다. 상업 집단은 식당에게 땅을 팔도록 강요했고, 그래서 종종 악당을 보내 문제를 일으켰고 탕룽은 중국 무술로 그들을 쓰러뜨렸다. 여기서 인종 의제는 계급 갈등으로 전환되었다.

영화 '당산대형'도 노사 갈등을 다뤘다. 제빙소 노동자들이 자주 이유없이 실종되고 조사자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면서 노동자들은 집단 파업을 결심하고, 사장은 노동자들을 다시 일하게 하기 위해 ‘주먹’을 파견했고, 이소룡이 연기한 주인공은 중요한 순간 구출에 나섰고, 노동자들도 그를 '탕산대형'이라고 존경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곳의 '탕산'은 허베이성 탕산이 아닌 중국을 의미한다. 공장 주인은 상황을 보고 전략을 바꿔 단결하는 노동자들을 분화시켜 주인공을 매수하려고 했다. 이런 이야기 내용은 실제 노조 투쟁과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 자본가는 적이 되고 노동자는 영웅이 되며 이소룡의 이야기에서 약한 노동자는 자신의 힘으로 계급 충돌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제이 프라샤드는 리샤오룽이 제3세계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그리고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자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오랫동안 노예제, 인종차별, 제국주의로 억압받아 온 인종 집단에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소룡의 쿵푸 세계에서는 "비백인들이 맨주먹 혁명으로 무장한 백인 우월주의의 아성에 맞서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중국 포털 또우빤)
(사진=중국 포털 또우빤)

하지만 리샤오룽을 탈중국화해 전 세계의 영웅으로 만든다면 ‘문화 유용’ 혐의가 있느냐는 것. 데이비드 카론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이소룡: 장르에 맞지 않는 영화와 인용의 즐거움'이라는 기사에서 유용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유용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양 관객들은 동질적이지 않고 실제로 서양에서 이소룡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주로 거부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기업은 경제적 자본을 가지고 있고 학자는 상징적 자본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자본도 없는 사람은 어떤 것도 유용할 수 없다'. 리샤오룽에 의해 영감을 받은 전 세계의 소외된 사람들은 한 국가에서 재료를 가져와 다른 국가에서 상품을 만든 다음 막대한 이윤으로 원료의 원산지에 판매하는 남용 행위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리샤오룽(李小龍)이 중국의 것이냐 보편적인 것이냐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중국인은 병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분노는 마음속에서 폭발했고, 저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분명 민족주의나 인종차별적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들은 것은 '한 사람으로서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오(Alain Badiou)는 인간 삶의 내적 차이가 계층적 형태(빈곤자와 권력자, 외국인과 내국인, 도시인과 시골인)에 따라 코딩되고 부호화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회적 억압은 형태는 다르지만 실제로 서로 관련되어 시스템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소룡을 사랑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은 다양한 소외감이나 억압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이소룡과 같은 외부인에게서 자아상의 외래성을 보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동일한 가치 규범 체계 배제의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고 자료

1. Everybody Was Kung Fu Fighting Vijay Prashad Beacon Press 2002

2. From Kung Fu to Hip Hop M. T. Kato State Univ of New York Pr 2007

3. 무협영화와 홍콩의 현대성 예만펑 지음 담이노 옮김 수민출판사 2020

4. "리샤오룽의 신비로운 죽음, 중국 민족주의, 그리고 영화의 유산"...왕더웨이 편집장 장즈 등 역 쓰촨인민출판사 2022

5. "문화 아이콘 이소룡: 안 들어간 영화 장르와 인용의 즐거움" 문화충돌과 다문화 전파 단파 등 사회과학문헌출판사 2015

6. 톰 크루즈, 반제국주의와 체지방 제로: 이소룡 사후 50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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