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전성남선임기자] 6·13 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우택ㆍ나경원ㆍ이주영ㆍ유기준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과 홍 대표의 대립이 노골화되면서다. 중진들은 지난 22일 모여 홍 대표의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앞으로도 정례 모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나경원 의원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사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 당이 시스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며 홍 대표의 지방선거 후보자 전략공천을 겨냥했다. 당초 지방선거는 여권이 우세한 분위기 탓에 제1야당인 한국당이 내부의 결속을 중시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홍 대표 체제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똘똘 뭉쳐야한다는 정서가 여전히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홍 대표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어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길로 가고 안보 관제 포퓰리즘을 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 침체 상황에서 말을 아끼는 게 오히려 해당행위라 생각했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같은 당인데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다보니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며 “보수가 점잖다는 건 다 옛말”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과거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중진들을 향해 ‘부패로 수사받는 사람’ ‘원내대표 꼴찌한 사람’ 등이라 특정해가며 비꼬았다.

정우택 의원은 당 지지율 정체 요인으로 "당 대표의 오만과 독선을 넘은 안하무인격 당 운영 행태"와 "당 대표의 품격 없는 언동"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서 오르지 않은 것을 예전에 당을 지켜온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도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동안 중진들이 잠잠했던 요인 중에는 “차라리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마치는게 낫다”는 판단도 있었다. 어차피 중요한건 21대 총선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이고, 내년쯤에는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홍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는가 하면, 반발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고름’, ‘암 덩어리’ 등 거친 표현을 내뱉었다. 이주영 의원은 “개별적으로 대화해 보면 같은 우려들을 하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한다. 상처 주는 당 대표를 피한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홍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인재 영입이 제대로 안 됐을 때 스스로 뭔가 결기와 책임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며 사실상 홍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당 대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를 하게되면 새 당대표의 임기가 2020년 6월까지라 21대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a곳 확보를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현재 최고위원 3명이 공석인 상황도 조기 전당대회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주영 의원도 "홍 대표가 독선과 독주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유기준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가 당 운영에 대해서 너무 독선ㆍ독주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당의 갈등이 증폭되고 분열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국민과 당원 인내도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고 가세했다.

전날 있었던 홍 대표의 ‘연탄가스’ 발언도 논란거리였다. 유기준 의원이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정우택 의원에게 ‘청주에서 와서 빨리 오셨나’라고 묻자 “청주까지 연탄가스 냄새가 나서”라며 “바퀴벌레는 연탄가스에 죽나. 에프킬라에만 죽나”라고 답했다. 전날 페이스북에서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던 홍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지난 20일 홍 대표는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된다면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당 지지율 정체와 '인물난'에 '비홍' 중진 의원들의 집단 행동까지 본격화되면서 홍 대표의 '승리 공식'은 흔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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