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책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뒤 표지만 바꿔 출간한 대학교수 2백여 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다음 달 중 이들을 전부 기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상 초유의 무더기 교수 퇴출사태가 예상된다. 벌금 3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는다는 게 대학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일명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출판사의 이런 행위를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50여개 대학교수 200여 명을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교수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준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입건했다.

해당 교수들은 전공서적의 표지에 적힌 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새 책인 것처럼 출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교수는 의심을 피하려고 책 제목에 한두 글자를 넣거나 빼는 수법을 썼다. 실제 책을 쓴 교수들은 표지갈이 책들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입건된 교수들이 속한 대학은 수도권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50여 곳에 이른다. 국·공립 대학과 서울의 유명 사립대도 있다. 저작권을 위반한 교수 가운데는 스타 강사와 각종 학회장도 포함됐다.

검찰은 교수들이 속한 대학과 서울과 경기 파주지역 출판사 3곳 등을 지난달 압수수색해 이메일, 교수 연구 실적 등 범행 증거를 대거 확보했다. 조사 결과 교수 1명이 대체로 전공서적 1권을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했으며 일부는 3∼4권까지 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이 이공계 교수들로 소속 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음 달 중순쯤 수사를 마무리해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검찰은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책을 팔아 인세를 챙기고자 범죄 유혹에 빠진 '파렴치' 교수도 있다. 실제 책을 쓴 원저자와 허위 저자, 출판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에 표지갈이는 전국 대학에서 만연했다. 원저자는 이공계 서적을 꺼리는 출판업계 특성 때문에 앞으로 책을 낼 출판사를 확보하고자 표지갈이를 묵인했다. 허위 저자는 연구실적을 올리는데, 출판사는 비인기 전공 서적 재고를 처리하는 데 표지갈이가 필요했다.

출판사들은 교수들이 다른 곳에서 책을 내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검찰이 전했다. 입건된 교수들은 대학 강단에서 대부분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이 논문 표절 교수와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 이상 선고받은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지검(김강욱 지검장)은 최근 3개 검사실과 수사과 등을 동원해 교수 200여명의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입증한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전원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표지갈이 범행이 대부분 대학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형사처벌을 받는 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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