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단지는 입주·3개 단지 입주 중 "보강공사 진행할 것"
양주회천 LH단지,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 '부실'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도 전수조사하기로

[서울 =뉴스프리존]박영수 기자=이른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 중 파주운정, 충남도청이전도시 등 9개 단지는 이미 준공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개 단지는 입주까지 마친 상태다. 무량판은 지난 4월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구조다.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7월31일 국토교통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철근 누락 공공주택단지 현황' 조사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토부는 원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점검한 결과, 15개 단지(16.5%) 지하주차장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만큼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야 한다. 하지만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인천 검단 아파트의 경우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아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파주 운정,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양주 회천 등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가 공개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 분양 5개·임대 10개 단지 1만여세대 여파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는 ▲ 파주 운정(A34 임대·1천448세대) ▲ 남양주 별내(A25 분양·380세대) ▲ 아산 탕정(2-A14 임대·1천139세대) ▲ 음성 금석(A2 임대·500세대) ▲ 공주 월송(A4 임대·820세대) 등 5곳이다.

이 중 파주 운정과 아산 탕정은 1천세대 이상 대규모 임대주택단지다.

입주 중인 단지는 수서 역세권(A-3BL 분양·597세대), 수원 당수(A3 분양·400세대),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822세대) 등 3곳이다.

오산 세교2(A6 임대·767세대)는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30일 입주가 예정돼 있다.

공사 중인 단지는 ▲ 파주 운정3(A23 분양·1천12세대) ▲ 양산 사송(A-2 분양·479세대) ▲ 양주 회천(A15 임대·880세대) ▲ 광주 선운2(A2 임대·606세대) ▲ 양산 사송(A-8BL 임대·808세대) ▲ 인천 가정2(A-1BL 임대·510세대) 등 6곳이다.

철근 누락 단지 15개 단지 세대 수는 모두 합하면 1만1천168세대에 달한다.

양주 회천은 철근이 설치돼야 하는 기둥 154개 전체에서 누락이 확인됐다. 남양주 별내와 음성 금석에선 다른 층 도면으로 철근을 설치해 각각 126개(42%), 101개(82%) 기둥에 필요한 철근이 빠져 있었다.

원 장관은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에서 국민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명단 공개를 원치 않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기로 했다고 LH는 밝혔다.

이한준 LH 사장은 "발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축소·은폐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아주 경미한 부실까지 소상히 발표했다"고 말했다.

◇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 '부실'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돈을 아끼려고 고의로 철근을 빼먹었다기보다는 설계·감리·시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사는 대보건설, 대림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등 13곳이며 설계도 각각 다른 업체가 했다.

이한준 사장은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업 시스템 구조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한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으려면 기둥 주변에 철근(전단보강근)을 여러 겹 감아줘야 하는데, 문제 단지들은 철근을 필요한 것보다 덜 썼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은 붕괴 사고로 이어진 바 있다.

국토부는 입주가 진행 중인 3개 단지에 대해선 기둥을 덧대고 슬래브 등 보강 공사를 마쳤다. 4개 단지는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다.

8개 단지에 대해선 신속히 보강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 별내, 양산 사송, 파주 운정은 8월 1일부터 보강 공사에 들어간다.

보강 조치가 끝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에서 정밀안전 점검을 거치기로 했다.

◇ 무량판 사용 민간 아파트 293개단지 전수 점검

정부는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아파트는 관련 법령에 따라 2∼4년 주기로 정밀 안전점검을 받고 있어 모든 아파트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관행적으로 있었던 안전불감증과 그로 인한 부실시공 일체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을 지은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사용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준공된 민간 아파트는 188개 단지이며, 현재 무량판 구조로 공사 중인 곳은 105개 단지다. 모두 293개 단지가 조사 대상이다.

안전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강 공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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