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전 일본이 대한제국을 공식적으로 빼앗은(경술국치) 날인 29일 전국적으로 추념식이 열린 가운데 일제가 국권을 강탈한 '경술국치' 113주년인 29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육사 출신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 휘하 군 당국자들과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육사 총동창회 등은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어 육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립운동 단체들은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가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제는 이미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이후 조선반도와 대륙침략에 대한 야욕을 품고 있었다. 1876년 2월 강화도조약을 체결하여 조선의 해안측량권을 확보하며 이후 동학혁명을 진압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사실상 조선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오늘은 경술국치일이다. 일본에서는 한일합방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이런 표현을 사용해 왔다. 1910년 8월 29일의 일이다.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1907년 정미늑약을 통해 우리의 입법권과 행정권을 빼앗았다. 이후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했으며, 경찰권을 박탈하고 드디어 1910년 8월 29일 국가를 잃은 최종적인 슬픔에 잠긴 날이 된 것이다. 

113년 전 오늘 우리는 단 한방의 총성도 없이 나라를 빼앗겼다. 아니 외적에게 나라를 갖다 바친 셈이다. 그래서 오늘을 ‘국치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어느 달력에도 경술국치일은 표시되지 않고 있다. 임시정부는 국치일의 치욕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하루 종일 식은 죽 한 그릇만 먹었다고 한다. 

망국의 며칠간은 이러했다.

1910. 8. 22. 순종으로부터 전권위임장을 받은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은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와 조일병탄조약을 체결한다. 이로써 조선은 일본에 병탄되었다. 일본입장에서 실제로 병탄이 성립된 날이 이 날이기도 하다.

1910. 8. 26. 순종은 이완용과 궁내부대신 민병석에게 대한제국 최고훈장인 금척대수훈장을, 박제순 등에게는 이화대수훈장을 수여했다.

1910. 8. 29. 조일병탄조약에 따른 순종의 조칙이 반포된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이에 한국의 통치권을 예전부터 믿어 의지하던 이웃 나라 대일본 황제폐하께 양여하여 밖으로 동양의 평화를 공고케하고 안으로 팔도의 민생을 보전케 하노니 너희 대소 신민은 나라의 형세와 시대의 추이를 깊이 살펴 번잡하게 소요하지 말고 각기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여 일본 제국의 문명한 새로운 정치를 복종하여 행복을 다같이 받아라. 짐의 오늘 이 조치는 너희 백성을 잊음이 아니라 너희 백성을 구제하고 살리고자 하는 지극한 뜻에서 나온 것이니 너희 신민들은 짐의 이 뜻을 능히 몸받으라.(순종실록 4년 8월)’

‘야금야금’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강화도조약이후 경술국치까지 약 35년 동안 일제는 ‘야금야금’ 조선을 먹어치웠다.

참고로, 병탄의 댓가로 일제는 조선왕실 및 전·현직 대신 76명에게 작위를 수여하고 거액의 은사금을 지급하였는데, 그들 중 단 2명만 작위를 거부했다. 작위를 수여받은 자들의 후손은 대한민국에서 대대로 부를 누리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작위인 후작을 받았던 거물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는 연이어 국가에 승소하여 물려받은 수백억원 대의 친일재산을 지켰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친일파 단죄를 통한 역사적 정의보다 사유재산 보호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지어 이해승은 조선왕실의 왕손이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통해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중이다. 가장 인접해 있는 우리 바다의 피해는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일본 내부의 반발은 물론이고, 주변국가들 뿐만 아니라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조차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다의 영토는 영해라 하여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있지만 그곳의 생명체는 결국 돌고 돌아 어느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1910년 8월,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설움에 이어, 21세기 8월은 어쩌면 바다를 빼앗긴 계절로 영원히 기억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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