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민경 수습기자]= 영웅.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해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칭한다. 2023년 상반기 연세대학교 농구부는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와 제39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준수한 성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득점이 정체되며 분위기를 내주거나, 큰 점수 차로 뒤처지며 패배와 가까워졌던 순간들,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다 역전 당하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있었다. 경기뿐만 아니라 부상과 빡빡한 일정 등으로 연세대는 여러 위기와 직면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우리의 영웅들은 연세대를 위기에서 구하고, 승리를 선사했다. 정기 연고전은 영웅의 재림을 위한 완벽한 무대다. 이번 정기 연고전 특집 시리즈 기사에서는 2023 시즌 연세대학교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운 나쁜 동계시즌

2022년 FIBA U18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당시 이란을 방문한 것 때문에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2023년 초 모든 선수들이 다녀온 미국 전지훈련에 홀로 함께하지 못한 선수가 있다. 바로 이해솔(체육교육학과 23, 이하 체교)이다. 함께 U18 대표팀에서 활약한 동기인 이주영(체교 23)과 이채형(스포츠응용산업학과 23, 이하 스응산)의 비자 발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이해솔의 비자 발급만 계속 늦춰지다 결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고 결국 이해솔은 한 달 가까이 혼자 신촌에 남아있어야 했다.

말 그대로 ‘운 나쁜 일’이었다. 체육관에서 혼자 슛 연습에 집중하며 의연하게 시간을 보낸 이해솔은 연세대 선수로는 유일하게 2023 FIBA U19 남자농구 월드컵 대표팀(이하 U19 대표팀)에 합류하며 6월 기어이 헝가리행 비행기를 탔다. 헝가리에서 돌아온 이해솔은 시즌 초보다 자신감과 기량이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 활약상을 함께 살펴보자.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 3.24 vs. 동국대학교 농구부

대학리그 최고의 슈터 유기상(체교 20)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영입된 슈터 이해솔의 첫 3점슛은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U리그) 시즌 3번째 경기인 동국대전(3/24)에서 터졌다. 3쿼터 교체 투입된 이해솔은 3쿼터 5분경, 동국대의 득점이 정체된 사이 왼쪽 코너에서 3점슛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이해솔의 연속 6득점으로 점수는 27점 차까지 벌어졌다(56-29).

3쿼터 종료 직전 먼 거리에서 3점을 성공시키며 체육관을 뜨겁게 만든 이해솔은 4쿼터에서 외곽 핸드오프 이후 수비수 사이 페인트존의 이규태(체교 22)에게 찔러주는 좋은 패스 등을 보여준 뒤 물러났다. 이날 이해솔은 12분 51초 출전해 9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 7.16 vs. 명지대학교 농구부 

U19 대표팀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농구를 경험하고 돌아온 이해솔은 더 빠르고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출전 시간이 늘어났고, 득점 시도도 함께 증가했다. 제39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이하 MBC배)에서는 매 경기 20분가량의 긴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7월 16일 치러진 명지대와의 조별 예선 경기에서는 3점 4개 포함 17득점을 기록하며 양 팀을 통틀어 경기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완벽한 찬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던 U리그 초기와는 달리, 수비자가 가까이 붙어도 자신 있게 슛을 던지는 장면이 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3쿼터 7-35초, 코트 왼쪽에서 이주영의 패스를 받아 바로 3점슛으로 연결해 득점인정 상대 반칙을 이끌어냈다. 이해솔은 직후 자유투까지 성공하며 4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이 외에도 먼 거리 3점도 여러 차례 시도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해솔은 29분 19초 출전하여 17득점 5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아기독수리’ 이해솔의 잠재력

이해솔은 외곽슈터로서 ‘저격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슛이 아닌 다른 길도 선택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더 큰 강점을 가진다. 무리한 슛을 던지기보다는 안쪽으로 뿌려주는 패스 옵션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 U리그에서 비교적 짧은 출전 시간에도 코트 안쪽, 수비자 사이의 동료를 보고 빠르게 찔러주는 패스로 확률 높은 2점 플레이를 완성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또 패스 이후 빠르게 리바운드에 참여하고 수비 시 활동량도 왕성한 모습을 보이는 등 성실한 플레이도 장점이다. 핸들링이 다소 불안하고 수비 상황에서 점프 등의 불필요한 동작 이후 역동작에 걸려 상대에게 제쳐지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다만 U19 대표팀 경험 이후 출전 시간을 많이 부여받으며 슛 시도 수와 성공률이 모두 증가하고 있고 U리그 초기보다 MBC배에서 안정적인 수비 위치선정을 보여주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해솔의 무서운 점은 ‘연속 득점력’이다. 대학 무대에서 대부분의 득점을 연속 3점으로쌓아 올리며 상대 추격 의지를 끊어버리는 저격수로서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 이미 연세대가 우위를 점한 경기에서 득점이 정체되었을 때 투입됐기 때문에 클러치 상황의 득점력과 침착함은 점검이 필요하지만, 폭발적인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식스맨의 역할을 이미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슈터는 코트 외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코트를 넓혀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런 장점은 코트 내곽으로 쇄도하여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주영, 김도완(스응산 21)같이 빠른 선수와 대학 무대에서 압도적 높이를 자랑하는 센터진을 보유한 연세대에서 더 극대화된다. 1학년이고 대표팀 차출로 인해 팀과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을 감안하면, 스크린 등 동료의 도움을 받는 이해솔의 파괴력은 기대할 만하다. 

U19, MBC배 등 단기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온 이해솔. 이해솔의 포지션과 학년을 감안하면 연고전에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유기상과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솔의 손이 불을 뿜어 준다면 항상 집중 견제당하는 유기상의 부담을 덜고, 창의적인 내곽 플레이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기 독수리’를 넘어 ‘정기 연고전의 영웅’으로 이해솔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망의 2023 정기 연고전이 돌아왔다. 연세대학교 농구부는 정기 연고전을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연 누가 정기 연고전의 영웅이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것인가?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정기 연고전 필승, 전승, 압승을 시스붐바가 응원한다. 

[2023 정기 연고전 특집: 농구] 이전 시리즈 기사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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