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글 임민규 기자, 사진 서문다빈 기자, 김지미 수습기자]= 5일 오전 9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운동선수 기숙사에서 연세대학교 야구부(이하 연세대)의 조성현 감독 부임 1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의 합심 아래 액자와 케이크 전달식이 있었고, 선수단은 그간 연세대를 이끈 조성현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공식적인 행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시스붐바는 꽃다발을 직접 전달한 후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10주년

Q: 연세대 감독 부임 1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아까(액자 전달식)도 얘기했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만 저에게는 1년 같았거든요. 이렇게 제자들이 행사를 해주는 게 굉장히 낯설고, 농담이지만 ‘그만둬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웃음) 하지만 되돌아보면 (연세대는) 모교이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사명감이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Q: 부임 10주년, 2014년에 연세대 감독으로 부임하셨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연세대의 유니폼을 입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2014년에 첫 발령을 받기는 했지만, 2013년에 공채로 연세대 감독을 뽑았어요. 그 과정을 거치고 서류 심사를 거쳐서 지금까지 하게 됐죠. 학교의 부름을 받아서 2014년부터 재직을 시작했습니다.

Q: 선수와 감독으로서 느껴지는 변화도 있을 거고, 감독 생활 10년 동안에도 많은 것들이 변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 선수 때와는 많이 다르죠. 선수 시절에는 본인만 생각하면 되는데,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를 다 신경 써야 되고, 관리도 해줘야 하니까. 또, (감독으로서) 모교이다 보니까 더 책임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연세대 감독으로서 1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A: 2021년에 횡성에서 대통령기(제55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우승한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당시 고려대(고려대학교 야구부)와의 맞대결이기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지고 있었는데 9회 2아웃에 (포기하지 않고) 역전한 경기였거든요.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헤드코치

Q: 대학교 야구부는 매년 선수가 떠나고 새로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선수 기용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또, 이제는 얼리 드래프트(대학교 2학년 선수들도 KBO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있습니다.

A: 그렇죠. 4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선수들이 수업도 들어야 하고 학점도 따야 하는 그런 환경 속에 있는데, 제가 선수 시절이랑은 다른 게 (지금은) 학점을 2.0 이상 받지 못하면 시합을 뛸 수 없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고민이 많죠. 특히 저학년들은 고등학교 때 그렇게 해보지 않은 환경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반면 3, 4학년들은 진로가 있어서 선수들이 그걸 수행할 때 컨디션, 마음 상태 같은 것들을 계속 체크해줘야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되도록이면 고학년들 위주로 시합을 꾸리려고 하는데 그런 상황이 원활하지 않다면 저학년들도 뛰게 하는 경우가 있죠. 그걸 어떻게 조화롭게 잘 조율하는지가 감독의 역할인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것처럼 대학 선수들은 고등학교에 비해 자율성도 보장되잖아요. 반면에 전문적인 전공 수업을 들어야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맞습니다. 고등학교는 일단 통일성이 있잖아요. 오전에 전부 수업을 하는 식인데 대학은 수업이 오전에 있는 선수들도 있고 오후에 있는 선수들도 있으니까… 그 시간을 피해서, 그러니까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해야 되거든요. 또, 연세대는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되는 편입니다. 특히 야구가 그래요. 그래서 그 시간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쓰는지에 관해서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으로도 주문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몇 년간 계속 얘기하는 게 스스로 주도해서 시간표를 짜야 되니까요. 운동도 마찬가지고. 왜냐하면 이미 얘기했지만, 다 같이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어려워요. 그래서 자기 시간을 본인이 챙기지 않으면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연세대)가 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되거든요. 선수들에게는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기존 인터뷰에서도, 오늘도 말씀하셨지만 보통 학년에 따라 출전기회를 보장하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르게 1, 2학년 선수들도 경기에 굉장히 많이 출전했습니다. 1학년 강민구(체육교육학과 23, 이하 체교), 조영우(체교 23) 선수가 투수진에서 힘을 넣어줬고 조장현(스포츠응용산업학과 23, 이하 스응산)과 김동주(스응산 23) 선수도 간간히 타석을 소화했거든요.

A: 저는 되도록이면 고학년, 특히 4학년 위주로 팀을 꾸려 왔어요. 중간중간에 저학년들도 기용한 건데, 올해 특히 저학년들이 부각된 이유 중에 하나가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합에서 잘해줬기 때문에 돋보인 거지, 전에도 중간중간 저학년들이 선배들을 많이 받쳐줬던 것 같아요.

Q: 이번에는 경기 운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정기 연고전(이하 정기전)을 비롯해서 단기전, 한판승부에서 강팀을 상대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준 연세대입니다. 특히 상대적 열세라 평가받은 작년과 올해 정기전에서 승리를 거뒀거든요. 투수 교체 타이밍이나 선발 라인업 등과 관련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 있을까요?

A: 단판 승부를 신경 안 쓸 수는 없는데 신경을 덜 쓰려고 하는 게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끌고 갔고, (토너먼트) 대회와 단기전에서 부담감을 덜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선수들이 잘 수행해줬고요. 결국 분위기를 덜 부담스럽게 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적중하지 않았나…

Q: 시합에서는 연세대의 공격 중 3루에 주루코치로 서 계신 감독님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전 지시와 더불어 선수들의 타격 자세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A: 아, 그렇습니까? (웃음) 저는 즉각적인 피드백, 그러니까 기술적인 얘기는 거의 안 하고요. 마음가짐이나 선수들과 하나가 되는 아이 콘택트 같은 거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경기 중에) 응원하는 입장이지, 경기장에서 계속 지적하는 거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들을 덜어주면서 응원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10년 동안 손발을 맞춰야 하는 코치진은 종종 변화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코치님이 새로 오시기도 했는데요.

A: 그 부분은 이제 학교 본부에서 총장님이나 교무위원 분들이 코치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주신 거예요. 그 전에는 코치와 트레이너 각 한 명씩 총 세 명이 스태프였습니다. 근데 학교에서 배려해 주셔서 코치 둘, 트레이너 하나 이렇게 네 명이 꾸려가는 겁니다. 아무래도 코칭 스태프가 네 명이다 보니까 소통이 조금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Q: 연세대 90학번이시잖아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야구에 매진하시는 동안 새로운 야구 이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혹은 추구하시는 야구는 무엇일까요?

A: 제가 지도자 생활을 27년째 하고 있는데, 새로운 과학적인 야구도 나왔고 여러 가지 부분이 변하기도 했지만 운동은 인문학 같아요. 인문학이라는 건 사람을 상대로 하잖아요. 물론 새로운 기술, 새로운 변화도 중요하지만 선수들과 지도자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 주느냐… 

제가 올해 1월에 서로 이해하자는 단어를 썼거든요. 저는 그게 제일 기초,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제 지도자도 열심히 변화하는 것들을 공부해야 하죠. 그런 것들을 적절히 믹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3

Q: 2023년, 연세대는 전통의 강호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각종 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아쉬웠던 점과 보완해야 할 점, 그럼에도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올해 총평 부탁드리겠습니다.

A: 연세대가 대통령기(제57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4강 외에는 U-리그(2023 KUSF 대학야구 U-리그) 5위로 본선에 올라가서 16강에서 졌죠. (연세대는) 전통의 강호가 맞기에 예전 선배들이 이뤄냈던 명예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2021년에 (제55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우승하고 그 이후 성적이 4강권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전통의 강호는 항상 결승에 올라가야 되니까.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서 선수들이 수시 전형으로 들어오거든요. 성적으로 들어오는 그런 부분을 좀 더 잘 보완해서 빈자리를 잘 채우고, 팀이 항상 탄탄해져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학교도 하거든요. 작년에 잘했던 선수들이 졸업하고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자리를 메꾸는 게 뎁스를 강화하는 거잖아요. 프로(야구)를 봐도 그 자리를 잘 채워주면서 해마다 4강권 유지를 하는 게 강호인데 (연세대는) 그런 게 어려웠죠. 이게 잘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그걸 보완하는 건 저학년들이 채워줘야 되는데, 그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생각이 통해야 하죠. 그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의 생각을 벗어버리고 대학교는 다른 환경과 분위기라는 것을 스스로 빠르게 이해하면, 그러니까 자기가 스스로를 컨트롤할 줄 알면 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이게 항상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올해 긍정적인 거는 빈자리를 강민구 선수처럼 저학년 선수들이 기량을 잘 발휘해서 (채워) 준 부분. 다른 포지션에서도 마찬가지로 항상 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목표 의식을 갖다 보면 3, 4학년만 나가는 게 아니라 1, 2학년 선수도 뛰면 좋죠. 이제 얼리 드래프트도 있으니까 도전해 보고, 아니면 노력해서 4학년 때 재도전하는 목표의식을 스스로 세우면 좀 더 좋아지고 (연세대가)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역시나 뎁스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센터라인에서 4학년 선수들이 세 명이나 빠져나가게 됐는데 내년에는 연세대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A: 빈자리를 기존에 남아 있는 1, 2, 3학년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데 그 선수들이 더 잘하리라 보고, 센터 라인은 훈련을 더 탄탄하게 해서 만들어내야 될 것 같아요.

Q: 드래프트 얘기를 해보자면, 연세대는 작년 5명, 올해도 (현재까지) 2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습니다. 대졸 선수를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최근 경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이 있는데요.

A: 프로에 간 선수들이 아마도 4학년 때 마음을 좀 더 굳건하게 잡고 훈련에 매진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좀 더 프로에서 오래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더욱 굳건하게 잡았으면 합니다. 또, 연세대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했다는 것을 우리(코칭 스태프진)가 선수들과 같이 얘기하면서 (자부심을) 키워줘야 될 것 같아요.

도전이라는 것은 항상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 주도적으로 선수들이 자기 시간을 활용해야 되지만 뒤에서 그걸 도와줘야 되는 사람들이 지도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항상 회의하면서 얘기를 하거든요.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이번 파트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 함께한 선수단, 코칭스태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 코치 선생님들이죠. 우리 코치들도 열심히 고생하거든요. 다들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우리 후배이기도 하고요. 우리 제자(선수)들을 잘 챙겨줬던 것에 대해서 고맙기도 하죠. 또, 정기전을 승리해서 우리 동문들에게 기쁨을 준 것에 대해서 선수들에게도 고맙죠. 수업도 들어야 되지만 똘똘 뭉쳐서 이기는 기쁨을 준 거에 대해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시작

Q: 오늘 연세대 감독 부임 10주년 축하 자리였기도 하지만, 이게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요. 마지막 파트는 ‘앞으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A: 이제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해온 것보다는 할 시간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책임감을 더 느끼고 어른이 되고 싶은데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 더 고민하면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하지만 (제가) 모교에 애정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환경이나 이런 제도 속에서 연세대는 지켜야 될 자리지, 올라가야 될 자리는 아니잖아요.

전통의 강호라는 게 운동을 놓고 볼 때 어떤 부분이 충족되고 보완돼야 하는지를 더 연구를 해야 지킬 수 있죠. 관심을 많이 받는 우리 연세대 야구부뿐만 아니라 연세대 운동부니까. 그런 거를 좀 더 책임감 있게, 항상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제가 여기 있는 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연세대 야구부 감독으로서 이루고 싶으신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될까요?

A: 이런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제가 부임해서 3년 내리 정기전을 졌어요. 개인적인 목표라고 하면 5년 동안 꾸준히 이기고 싶죠. 꾸준하게. (4연승 중이지만) 7년 동안(2017, 2019, 2022, 2023) 이긴 거니까… 그게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또 하나 얘기하자면 우리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많이 두드릴 수 있게끔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두 번째 목표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10년 동안 스스로 어떤 감독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정신없이 1년, 1년을 해왔던 감독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좀 더 우직하게, 산처럼 버티면서 우리 제자들이 힘들어할 때 조금 기댈 수 있는 감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연세대 감독 10년 동안 감사하신 분들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이런 얘기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연세대는) 하나님에 세우신 학교잖아요. 제가 신앙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그 다음에 저를 감독으로 선임해주신 학교 총장님이나 저를 도와주신 교수님들께 누가 되지 않게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긴 인터뷰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연세대 감독 부임 10주년 축하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조성현 감독에게 연세대학교 야구부 감독 부임 10주년은 새로운 시작이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고 있음에도 한결같이 연세대학교 야구부의 수장인 그. 푸른 소나무처럼 한 자리만을 지킨 조성현 감독과 그의 지휘 아래 더욱 힘차게 숲을 누빌 독수리들을 시스붐바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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