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못된 버릇 버리지 못하고 또 정치에 끼어들려고 하나"
"보안점검 구실 통해 선관위 길들이기 시작…선거개입 망령"

[서울=뉴스프리존]김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합동으로 실시한 보안점검 결과에 대해 선관위와 KISA 동의나 사전 협의 없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전날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 명의를 도용한 '선거 개입'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국정원은 지난 10일 선관위 사이트가 사이버침해, 해킹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전자개표가 해킹을 통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위원회의 KISA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선관위 일부 시스템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해킹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도하게 해석해서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위험성이라고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렇게 단언하기 쉽지 않다"면서 국정원 위협 발표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또 이 원장은 "(국정원에 앞서) 중앙선관위가 먼저 (합동 점검에 참여해달라는) 지원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국정원의 지난 10일 발표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선관위에 대한 보안 점검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인터넷진흥원은 관련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인터넷진흥원은 점검인력 3명을 지원하는데 동의했을 뿐, 명의사용도 몰랐다가 추후에 국정원의 통보로 알았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인터넷진흥원이 정부 부처에 대한 보안 점검 결과를 공개한 전례도 없다"며 "국정원이 강서구 재보궐선거 전날,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명의를 도용한 가짜 점검 결과를 발표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선거에 대한 신뢰성을 깨뜨리려는 조작 몰이는 선거 개입이고 정치 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정원은 과거의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 정치에 끼어들려고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가짜뉴스와 괴담 선동의 진원지가 국정원이라니 기가 막히다"고 덧붙였다.

임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명의를 도용한 선관위 보안 점검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고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관련 의혹을 철저히 밝혀 선거조작몰이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정원과 인터넷진흥원의 공동명의로 보도자료가 발표됐는데, 이 발표에 대해서도 사전에 협의되거나 동의되지 않은, 명백한 국정원에 의한 인터넷진흥원의 명의를 도용한 명의도용이라는 것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은 "국정원의 독단적인 발표는 선거결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높이는 위험한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국정원이 보안점검이라는 구실을 통해 선관위 길들이기를 시작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2012년 18대 대선 댓글조작, 1997년 15대 대선 총풍사건 등 중요 선거 때마다 간첩조작, 북풍몰이, 불법사찰 등 수없이 저질렀던 선거개입의 망령이 국정원에 다시 드리워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굳이 강서구청장 선거 전날 ‘선관위 보안시스템이 취약하다’, ‘해킹가능성이 있다’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와 투표 행위인데, 선거와 투표 행위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민주주의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정치개입과 선거 개입을 다시는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들어서 일부 단체로부터 국정원 관계자들이 여러 기관도 출입하고 사람도 만나고 다닌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하게 지난번에 개정된 국정원법 위반 행위"라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국정원법을 개정했는데 만약 그런 행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에 대해서는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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