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저희는 유가족입니다. 아들딸이 이태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지 1년이 됐습니다. 159명의 영정 앞에서 진정으로 눈물 흘리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대회가 열렸다. 추모대회 4대 종단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종단 인사들이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그럼에도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인 추모대회에는 참사 책임의 주체격인 윤석열 대통령과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여당 대표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 집회’를 빌미로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유족들의 절박한 호소는 오늘도 외면 받고 있는데 정부는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성토하면서   “10.29 이후의 대한민국은 이전의 대한민국과 달라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는 상반되게 국민의힘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련 규정을 마련한 ‘재난안전기본법’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지난 1년간 여야 의원들은 70여건의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을 앞 다퉈 발의했다. 행안위는 지난달 9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중 정부안을 포함해 여야 의원이 발의한 22건을 병합한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 대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간 이견이 적은 만큼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응당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로 국민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과와 위로가 담진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

외국인 포함 ‘최대의 대형 참사’ 

159명의 희생자(남성 57명, 여성 102명)가 발생한 이태원 10.29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비극적  대형 압사 사고이다. 29일 오후 10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모인 인파가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에는 외국인 희생자도 26명으로 상당수 포함됐다.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3명, 일본 2명, 미국 2명, 그리고 프랑스·호주·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 각 1명이다.

이 사고는 2003년 192명이 사망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와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사고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인명사고로 기록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후 1년을 맞았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전무한 상황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인원은 23명. 하지만 기소된 이들에 대한 재판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구속했던 피고인 6명 모두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다. 책임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았지만 검찰 수사는 지연됐고 사임하거나 해임당한 정부 고위 관료는 한 명도 없다. 불과 몇일 전에서야 감사 착수를 발표한 감사원의 요식 행위는 파렴치하고 분노스럽다” 

최근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를 중심으로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점검하는 늦장 감사에 착수하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25일 감사원은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자료 수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자료 수집은 본격적인 실지 감사(현장조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예비 조사 단계다. 이태원 참사 발생 1년 만에 자료 수집을 통해 관련 감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빨리 마무리해야

유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다. 이에 앞서 국정조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일부 증인들의 불출석, 출석한 증인들의 위증과 자료제출 거부로 반쪽짜리로 마무리 되었다. 

사진: 뉴스프리존
사진: 뉴스프리존

이후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노력으로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4월 20일 특별법안이 남인순의원 등 야4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183인의 공동발의로 발의되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의 반대로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6월 30일, 야4당 의원들은 이태원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7월 들어 행안위에 상정되어 공청회까지 진행했으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의 심사거부로 논의가 기약 없이 미뤄지자 8월 31일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특별법 제정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의 신속처리절차를 거쳐야만 오는 12월 이후 본회의에서 표결로서 입법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별법에 따른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은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정립하는데 무척 중요하다. "정부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선례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장, 재발방지대책마련을 위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독립적 진상조사기구의 구성 방안 △진상조사 과정의 유가족 참여 △피해자 권리의 보장 방안 △재발방지대책의 마련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와 함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운영,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 청문회 등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특별검사 수사 필요시 요청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든 크고 작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이태원 10.29 참사는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하였기에 다수의 목격자와 관련자들이 있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시민들에게 우리 사회가 고통을 공감하면서 사고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지속적 관심과 합당한 지원을 보내야 한다. 개인 차원의 심리 처방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재난 생존자 등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참사 유족의 슬픔과 희생의 의미를 사회적, 공동체적 범주에서 끌어안고 안전한 사회구축에 나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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