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명가 재건을 위한 확실한 비전과 방향성 있어야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이하 전북)가 지난 5월 초 김상식(47) 감독의 성적 부진에 의한 자진 사퇴에 따라 6월 루마니아 출신 딘 페트레스쿠(56)를 선임, K리그에 또 다시 외국인이 지휘봉을 잡는 선례에 동참했다. K리그는 1983년 출범 이후 40년 동안 많은 외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영위하며 K리그 발전에 공헌한 지도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만큼 K리그에서 외국인 지도자의 성공은 어렵고 힘들다. 그렇지만 성공 신화를 일구며 K리그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지도자도 없지 않다.

그 중 K리그 최로로 사령탑에 오른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프랑크 엥겔(72세, 독일, 1989.12~1990.11)과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 발레리 니폼니쉬(80세, 러시아, 1994~1998),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56.세, 브라질, 2005~2009.12), FC 서울 세뇰 귀네슈(71세, 튀르키예, 2007.1~2009.11) 감독 등은 K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영위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그 밖에 지도자들은 굳이 K리그를 논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의 자질 부족으로 경질을 피해가지 못했다.

여기에는 2019년 당시 단 7경기 만에 경질된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60세, 노르웨이, 2018.6~2019.4)과 K리그2 전남 드래곤즈 파비아노 수아레즈(57세,포르투갈, 2019.1~2019.7), 부산 아이파크 히카르두 페레스(56세, 포르투갈, 2020.11~2022.5), 대구 FC 알렉산드르 가마(55.세, 브라질, 2021.12~ 2202.8) 감독 등이 있었다.

따라서 전북 지휘봉을 잡게 된 페트레쿠스 감독의 지도력에 관심은 집중됐고, 한편으로 페트레쿠스 감독은 안데르센, 파비아노, 히카르두, 가마 감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화려한 선수 경력과 뛰어난 지도력에 의한 수상 경력까지 갖추고 있어 추락한 전북의 '명가' 재현에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전북의 현실은 K리그에 외국인 지도자 필요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다.

K리그1 감독 직책을 수행하려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규정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2007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현재 개인 라이센스 수료자를 포함, 국내 지도자 약 250여명이 P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따라서 K리그1 12개팀, K리그2 13개팀 등, 총 25개팀이 현존하는 K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으려면 12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야말로 바늘구멍 같은 확률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 감독이 K리그 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국내 지도자들의 K리그 도전은 단지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도력을 갖춘 외국인 지도자로 인한 팀 및 K리그 발전과 더불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같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여 K리그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 대다수는 이와는 거리가 먼 지도력으로 K리그에 도전 실패를 맛봤다.

그렇다면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국내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팀과 K리그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K리그 발전 없이 한국 축구 발전을 논한다는 것은 실로 '언감생심'이다. 그만큼 한국 축구에서 K리그의 존재 가치는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적인 한국 축구의 특성과 더불어 선수 심리적인 면까지 아우르고 있는 국내 P급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에게 K리그 진출 기회는 더욱 확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선수 시절의 명성이나 지도자 경험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실패로 끝난 젊은 지도자들이 명확히 증명해 준다. 

전북은 K리그 역사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후후무'한 K리그1 5연패는 물론 통산 9회(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 FA컵 5회(2000, 2003, 2005, 2020, 2022), 슈퍼컵 1회(2004),  ACL 2회(2006, 2016) 우승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K리그 최고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2019년 11월 구단 최초로 외국인으로서 전북 사령탑에 올랐던 포르투갈 출신 주제 모라이스(58.2018. 11~2020.11) 감독은 부임 초 공언했던 트레블 달성에 실패하며 부임 첫 리그 우승도 울산 현대의 행운으로 차지할 만큼 지도 역량에 의구심을 낳았다.

특히 모라이스 감독은 영입 선수에 대한 투자에 비례하지 않는 엇박자 운영으로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고 결국 전북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전북은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명가'의 재현을 꿈꿨지만 2023년 시즌 전반기 3승 1무 6패 리그 순위 10위의 극심한 부진으로 사퇴했다. 반면 새롭게 김두현(41) 감독 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로는 '현대가 더비'였던 16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하는 선전을 이어가며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리그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국내 지도자의 지도력을 입증시켜 주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전북이 뜬금없이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며 리그 우승의 야망을 버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작금의 현실에서 결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현재 K리그1은 35라운드에서 울산이 대구 FC를 2-0으로 잡고 조기 우승을 확정지은 채 2023시즌 리그 각 팀이 최종 2경기씩 만을 남겨놓고 있다. 한 마디로 반전을 노리며 '명가' 재현을 꿈꿨던 전북으로서는 실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 격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은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 불안정한 경기력으로 반전은 고사하고 '명가'로서 모든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33라운드에서 FC 서울을 2-0으로 꺾고 대구 FC와 승점이 같았지만 다득점에 앞서 리그 순위 7위에서 4위 자리에 안착, 극적으로 '파이널A' 잔류를 확정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전북의 2023시즌 각 부분별 숫자가 증명해 주는 부진은 통산 6번째인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도전에서도 포항스틸러스에 2-4로 완패해 준우승에 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4년부터 매해 리그, FA컵, ACL 중 최소 한 대회는 무조건 우승하는 대기록을 써온 전북이다. 그렇지만 2023시즌 중 페트레스쿠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명가' 재현은 고사하고 10년 만에 무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할 처지다. 

또 엎친데 겹친 격으로 지난 8일 2023~2024 ACL F조 4차전(싱가포르 잘란베사르 스타디움) 싱가포르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와의 맞대결에서도 졸전 끝에 0-2로 무릎을 꿇는 굴욕을 당하며 2승 2패 승점 6점으로 조 2위로 밀려났다.

실로 이는 '명가' 전북이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부진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전북은 1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파이널A 36라운드에서도 1-1로 무승부를 기록, 리그 순위 반등에 실패하며 37, 38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6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24시즌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은 틀림없다.

매년 많은 투자와 대대적인 선수 보강으로 K리그를 대표하는 '리딩 클럽'으로 우뚝 섰던 전북이지만 미래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방향성이 없다면 앞으로 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현재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는 '전북 왕조'를 일군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사라졌고, 역습을 통한 실리 축구의 효율성도 없어 전북의 자존심만 실추시키는 축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이 K리그 최고 명문 구단으로서 위상을 되찾으려는 확실한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첫 번째 추진 사항은 '미다스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 영입이 돼야한다. 1994년 창단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성장, 2006년과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며 세계 무대까지 K리그는 물론 구단의 위상을 드높인 전북이다.

이에 전북의 '명가' 재현 추진은 당연하다. K리그 발전을 선도한 전북으로서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구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구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전북에 집중되고 있다.

K리그1 파이널A 37, 38라운드 경기일정

라운드 상대팀 날짜 경기장 전적.승점 순위
울산현대 37 인   천 11월24일 인천 축구전용 22승7무7패.73점 1
.. 38 전   북 12월3일 울산 문수 . .
전북현대 37 광주 FC 11월25일 전주 월드컵 15승9무12패.54점 4
,, 38 울   산 12월3일 울산 문수 . .
인천Udt 37 울   산 11월24일 인천 축구전용 13승14무9패.53점 5
,, 38 대구 FC 12월3일 대구 DGB . .
대구FC  37 포항 스틸러스 11월25일 포항 스틸야드 12승14무10패.50점 6
,, 38 인   천 12월3일 대구 DGB . .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