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권한 축소에 방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의 반영 비중 축소를 지난 11월 24일 의결했다. 개정안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친 70% 중에서 대의원 표의 가치를 낮추고,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가치) 비율을 20 대 1 미만의 내용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선출된 신임 최고위원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선출된 신임 최고위원들

대의원의 권한 축소는 전통적 민주당원보다 최근 합류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친명 당원들의 목소리를 보다 반영해야 한다는 의중이 내포되어 있다. 팬덤 지지층들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가치 비중을 1대 1로 하자고 주장해왔다. 이를 20대 1로 조정하는 것은 대의원과 권리당원간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정당법상 정당은 대의 기구를 두게 돼 있어 대의원제를 폐지할 수는 없지만, 현재 당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다만 비율을 낮추는 쪽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결안은 당헌 개정 사안인 만큼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인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각각 거쳐야 한다. 당무위는 11월 27일, 중앙위는 12월 7일 각각 예정돼 있다.

대의원은 주로 전국대의원대회에서의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 당헌 제·개정 절차 등에서 권한을 행사한다. 대의원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당원 등으로 구성되며 각 지역위원회에서는 정기적으로 대의원을 선출한다. 민주당 당헌 14조에 따르면, 대의원은 당 최고대의기관인 전당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1만6000명의 대의원이 있다. 반면 권리당원은 6개월간 월 1000원씩 당비를 낸 당원들로 120만 명에 달한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 30%,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40%, 당비를 안 내는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의 비율로 치른다. 

대의원제 개선 요구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해 표 등가성이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민주당은 2022년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기존의 45%에서 30%까지 낮춘 바도 있다.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 반영 규칙을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변경했는데, 이는 대의원 표 비중을 줄여 상대적으로 권리당원 표 가치를 늘린 것이다.

이외에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도 맞물려 정청래 최고위원 등 일각에서는 아예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 2021년 5월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당시 강래구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당내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다. 

이 때문에 대의원 한 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의원 관리만 집중하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해지는 구조라 금권선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의원제 폐지 요구는 주지하다시피 이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청원 사이트인 국민응답센터에 따르면, 올 5월 24일, “민주당의 구태적인 대의원제도 완전 폐지를 요구한다”는 청원은 5만3474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의무 답변 대상이다. 이는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가 주장해온 대의원제 폐지 혹은 축소와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차기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 말인 만큼 지도부가 왜 현시점에서 당내 휘발성이 민감한 문제를 굳이 건드렸는지 의아하다는 평가이다.아직 전대까지 시간도 많이 남은데다 그 사이에 총선도 있기 때문이다.

대의원제 ‘영호남 배려 산물’  

대의원제는 김영삼·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각 정당에서 시행한 것으로, 소위 각 정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지역의 목소리에 민심이 왜곡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다른 지역의 민심도 정당 활동에 두루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민의힘의 경우 현재 대의원제가 폐지됐지만 민주당에는 남아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민주당 대의원제는 당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 적용되는 제도다. 박광온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우리 권리당원들은 수도권·충청·호남에 집중돼 있어, 권리당원만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영남은 완전히 소외된다. 이를 보완하는 게 대의원제”라며 “권리당원 수가 적은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대의원제는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매번 의결을 할 때마다 영남 혹은 호남 당원의 목소리가 크고, 이에 정당이 영남이나 호남 민심에 휘둘려 움직일 수밖에 없어 민심의 왜곡 현상이 심화됐다. 이런 이유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민심이 최대한 많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자면 ‘당원 가입’이 영남이나 호남보다도 많아야 하지만 이 또한 각 정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지역의 민심을 정당 활동에 최대한 반영하자는 차원에서 대의원제를 설치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대의원 1명 당 당원 60명의 효과를 두는 형식으로 대의원제를 운영해왔다. 즉, 대의원 1명의 투표는 당원 60명이 투표한 것이나 동일한 효과를 담보했다. 이와 함께 대의원을 국회의원이 선출하는 방식이 되면서 국회의원은 지역이라는 소왕국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됐다.  결국,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대의원을 틀어쥔 현역의원들의 입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거 입당을 하면서 전국 정당이 됐고, 당원들도 수백만 명이 됐다. 이들은 자신의 투표권 강화를 위해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대의원제 존속, 권리당원 공존” 

민주당혁신행동은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혁신, 당원 민주주의 강화가 정답이기에 표의 등가성에 위배되고,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대의원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또한 지난 5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선거에선 당대표도 1표, 당원도 1표를 행사해야 한다.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최고위원회의 발언
이재명 대표, 최고위원회의 발언

민주 핵심 지지층들은 “당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폐지하지 않은 대의원제도는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기득권적인 당운영을 해온 민주당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이런 구태적인 대의원제도를 철폐하고 반드시 당원중심의 깨끗하고 공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해야 국민들이 인정하는 공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의원제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입장 차이는 명확하다. 친명계 및 강성 지지층은 현행 대의원제를 폐지해 현역 의원들의 파워를 줄이고, 당원 중심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은 강성 당원의 입김을 키우는 것이라 주장한다 “원내에서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 지도부가 숙고 없이 결정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기적으로도 총선을 앞두고 내부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 당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로선 대의원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표의 등가성을 균형적으로 조절하여, 권리당원과 상호 납득할 수 있도록 당내 민주주의에 부합되는 공존책을 사려 깊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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