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방배동 ​갤러리포레 개인전

새벽녘 적막과 고요...대자연의 숭고미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편완식미술기자= 명대 화가 동기창은 수묵화를 가리켜 ‘가장 화려한 세계’라고 했다. 새벽의 자연풍경을 관조적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는 강승희 작가는 이런 수묵화의 화려한 시적감흥을 동판화를 통해 구현해 내고 있다. 검은색의 역사는 인간이 공포를 점령해 나간 역사이기도 하다. 금기의 대상에서 욕망의 최상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에서 조차 가장 고급스런 검은색이다.

40년 가까이 동판화의 길을 걷고 있는 강승희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유고슬라비아와 일본의 유수한 국제판화공모전에서 수상을 통해 동판화가로서 자질을 인정받았으며 정통 동판화의 계보 속에서 새로운 판법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일구어 왔다.

갤러리포레에서 12월 13일까지 열리는 ‘강승희 동판화’전에선 새벽이라는 여명의 시간대에서 바라본 자연풍경을 드라이포인트(부식시키는 과정 없이 판면에 직접 예리하고 담담함 철침으로 강하게 긁어 그림)와 직접 부식 판법이 융합된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출품돼 수묵화의 서정성과 더불어 명상적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김영호는 강승희가 동판화를 위해 선택한 색채 블랙에 주목한다. 흑백 모노톤의 화면은 보는이들에게 실재 풍경을 넘어 심의적 세계로 안내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새벽의 시간대를 나타내는 적막과 고요의 서정과도 잘 어울리는 색이자 대자연 앞에서 다가오는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색이기도 하다. 강승희가 사용하는 안료는 다이아몬드블랙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 가루가 뿜어내는 광휘 효과의 강렬한 물성을 보이는 블랙이다. 그런데 여기에 작가가 40여년의 노정에서 얻은 비법이 숨겨져 있다. 블랙 계열의 안료에 컬러 물감을 추가로 혼합하는 것이다. 이른바 청색과 녹색 그리고 적색을 혼합하고 이를 앞서 언급한 블랙 안료에 섞어 작가 고유의 블랙을 만드는 것이다. 혼합의 과정에서 열판을 이용해 물감을 가열하며 색깔을 숙성시키면 작가가 사용하는 블랙이 완성이 된다.

김영호는 “강승희의 동판화에서 발견되는 블랙의 계보학은 동양의 먹빛에 젖줄을 대고 있다. 천연 원료로 만들어낸 자연스럽고 깊은 먹빛의 계보학이다. 해뜨기 직전의 여명과 같은 밤하늘의 색깔로 푸른빛이 도는 송연묵(松煙墨), 해가 지고 난 뒤의 밤하늘 색깔로 황혼처럼 붉은 빛이 도는 유연묵(油煙墨)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선인들은 먹그림에서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기를 가르쳤다. 심안이 작동해 사물의 색과 그 기운을 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연의 신비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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