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8일 갤러리 H 초대전
평면 벗어난 조형 설치 작업도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보따리는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다.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아우르며 담아내기에 유연성이 크다. 정형화된 가방에 꾸릴 수 없는 것까지도 싸개질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삶의 다양한 무게를 인생 보따리로 비유하곤 한다. 이야기 보따리처럼 마음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나 재담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6일부터 18일까지 관훈동 갤러리 H에서 개인전을 갖는 박용일 작가는 우리네 삶을 이야기 보따리처럼 형상화하는 작가다. 너무 많은 삶의 사연들을 미처 다 그릴 수 없어 보따리로 묶어 내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4층 전관을 사용해 대형 걸개그림을 포함해 모두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복이나 돈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그리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더 아름다웠던 그 날을 추억하는데, 아픈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차가운 현실을 견디는데,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는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 보따리이길 바랍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삶을 보다 기름지게 하는 ‘이야기’를 담는 거푸집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의 보따리는 보는 이들의 자유로운 해석에서 완성되는, 또한 해석을 촉발하는 상상에 담긴 ‘사연의 총체’에 가깝다. 모든 무게를 안아 추슬러 준다. 위로와 편안함이다.

걸개형식의 설치와 평면에 문자를 자수로 새기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업들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실험작들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초기 태극기가 그려진 대형 천에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를 한자 한자 손으로 옮긴 것이다. 또 다른 작품엔 전쟁을 반대하는 영문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 작업은 한 예술가인 작가 자신이 세상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진 않으나 세계인들에게 당면한 과제와 당사자들이 겪는 역경을 어떻게 하면 오늘의 화제로 승화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평면에 머물던 보따리 작업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어 공간을 ‘싸는’ 행위로까지 진일보하고 있다. 철망 조형작업이 그것이다. 매체에 국한되지 않은 태도도 그렇지만 공감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취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박용일의 보따리는 누군가에겐 단지 자신이 바라는 세속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으나 혹자에게 그의 보따리는 삶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희망의 서사를 감싼 틀이다. 이것이 박용일 작업의 미학적 미덕"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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