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까지 갤러리 그림손 초대전
"사유감각의 확장 보여주는 실험"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산그림에는 삼원이 있다. 산 아래에서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고원과 매달려 보기라 할 수 있는 산 앞에서 산 뒤를 엿보는 심원.가까운 산에서 먼산을 바라보는 평원이 있다. 북송 화가 곽희는 삼원 가운데 평원을 유독 좋아했다.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나형민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12일까지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는 나형민 ‘산수를 바라본다(望山水圖)’전은 과거의 선인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해 온 산수에서 은거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듯이 산수자연을 보고 향유하는 와유(臥遊)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산수의 심도를 보여주는  렌티큘러 작품과 인공지능(AI) 작품을 같이 선보여 시대의 변천에 따른 산수화의 진화를 엿보게 해준다.

평원의 깊이를 더한 인공지능 작품
평원의 깊이를 더한 인공지능 작품

렌티큘러 망산수도는 근경과 중경, 원경의 레이어를 두어 평원의 심도를 높였다. 심도 있는 공간은 영혼을 평온하게 해주는 이상향이 된다. 인공지능 작품은 정신적 이상향의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가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사유 체계를 확장시켜 무한한 상상을 가시화해 낸다. 인공지능이 나형민의 망산수도를 학습해서 새로운 이상향을 제시하는 일을 목격한 감상자는 적극적 사유의 체계에 놓이게 된다.

평원의 심도를 높인  렌티큘러 작품
평원의 심도를 높인  렌티큘러 작품
수묵채색 작품
수묵채색 작품

2023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김최은영 전시감독은 "어느 때보다 작가가 제시한 예술에 동참하며 개념의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유와 신체(화면을 포착하려는 행위)는 능동성을 띄게 된다. 또한 공간예술이었던 시각예술 시간예술로의 확장도 그러하다. 시각적 포착으로만 감상하고 떠나는 전시 공간이 아닌 사유의 시간 할애를 통해야만 진정한 감상이 가능한 작품들은 작품 안에 시간성을 필요충분조건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희 혹은 감탄이 발생하고 결국 예술의 궁극 목적 중 하나인 소통에 다다를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열리게 되는 셈"이라며 "예술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낯선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형민이 제시한 작품은 낯설지 않은 체험을 가상이 아닌 현실로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전술했던 전통예술을 가치 판단했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 등 기술이 결합된 망산수도 작품들이 우리에게 선보인 것은 익숙하지 않는 기술이 아닌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개념처럼 사용된 기술, 그 기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성, 확장된 사유 감각에서 오는 새로움, 그 새로움을 통한 신선한 가치 발견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획득한 감각을 뛰어 넘는 새로운 사유와 예술! 바로 그것이다."라고 평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