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강대옥 선임기자]남북정상회담 오는 27일 당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남측 땅을 밟은 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악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길은 크게 2가지가 있다. 걸어오는 방법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지만, 직접 걸어서 MDL을 넘어올 경우 이번 회담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판문각에 미리 도착한 뒤 계단을 따라서 걸어 내려오거나 판문각 앞까지 차를 타고 온 다음에 걸어갈 수 있다.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면 T2와 T3 사이인 이 길을 통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방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순안공항에서 북쪽 땅을 밟았고, 2007년 10월 정상회담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량으로 가다가 MDL 근처에서 내려 도보로 넘은 바 있다. 회담이 열리는 평화의집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바로 앞에 있는 자유의집을 통과해 평화의집까지 가게 된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18일 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 제2차 실무회담에서 양측은 의전·경호·보도 부분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 측은 김 위원장이 도보로 MDL을 넘고, 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함으로써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하는 방향으로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차를 타고 회담장인 평화의 집에 바로 도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의 MDL을 직접 걸어서 넘는 것으로 남북이 뜻을 모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걸어서 오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의 이동 동선이 생중계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디서부터 촬영이 시작되는지 상상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생중계만으로도 전체에서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MDL 도보 이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판문점 북측 지역의 판문각과 남측 자유의 집 사이에 놓인 MDL은 높이 5cm, 폭 50cm의 콘크리트 턱으로 표시돼 쉽게 넘을 수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MDL을 넘을 때 부인 리설주와 동행하는 방안을 남북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문 대통령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MDL에서 김 위원장 부부를 맞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리설주의 동행 여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며, 오늘 실무회담의 의제였는지도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이 도보로 MDL을 넘을 경우 문 대통령은 직접 평화의 집으로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평화의 집에 들어서면서 회담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확대정상회담 형식으로 열리면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배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가급적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을 공식수행단에 포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양쪽이 숫자를 맞출 필요는 없고, 김 위원장 스타일을 보면 많은 사람을 배석시키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확대회담 전후로 단독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 오전에 단독정상회담을 한 뒤 오후에 확대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번 회담은 27일 하루 동안만 진행되지만, 두 정상은 판문점에서 당일 오찬과 만찬을 함께하며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런 사항들은 추가적인 실무회담을 열어 논의한 뒤 고위급회담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부적인 협의를 조금 더 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며 "실무회담이나 실무회담 격의 소통이 한 번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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