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월호 vol.64]

[글, 사진 이건희 기자]= U리그를 필두로 정기 연고전까지, 2023년 연세대학교 운동부의 일정이 마무리돼 간다. 올 한 해도 연세대학교 5개 운동부 선수단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열심히 땀 흘리는 동안, 시스붐바 역시 선수들의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눈물을 글, 사진, 영상으로 전했다. 이번 12월호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시붐쓸잡>(시스붐바가 알려주는 쓸모 있는 잡학사전) 코너, 그 첫 번째 주제는 ‘대학축구 경기장 가이드’다. 겨울에는 통영을 시작으로 여름에는 태백, 봄과 가을에는 홈과 원정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대학축구의 일정에 맞춰, 시스붐바가 직접 방문한 대학축구 경기장별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담아봤다.

*경기장 이름은 대한축구협회 통합경기정보 시스템 웹사이트 ‘JoinKFA’를 기준으로 작성됨.

대학축구의 일 년 일정은 2월 경남 통영에서의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시작으로 3월 개막해 11월에 막을 내리는 대학축구 U리그1, 2와 8월 강원 태백에서의 추계대학축구연맹전까지 세 개 대회를 중심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학축구 U리그1(이하 U리그1)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2023년 기준 권역별 1~3위)은 U리그1 왕중왕전까지 치른다.

연세대학교 축구부 독수리들의 요새, 연세대 인조구장

이와 같은 대학축구의 타임 테이블에 따라 연세대학교 축구부(이하 연세대)는 2월 중순부터 11월 초, 길게는 11월 말까지 연세대학교 5개 운동부 중 가장 긴 시즌 일정을 보낸다. 이렇게 바쁘고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연세대에 한 줄기 빛이 돼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 ‘대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연세대 인조구장이다. 연세대 인조구장은 연세대의 U리그1 홈 경기가 펼쳐지는 보금자리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평일 오후 3시부터 약 두 시간가량 이어지는 훈련의 공간으로도 쓰인다. 연세대 인조구장은 많은 학우 및 동문이 알고 있듯, 신촌캠퍼스 남문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 건물로는 GS칼텍스산학협력관, 제3공학관 등이 있다. 정문을 통해 걸어오는 경우 공학원과 공학관 사이를 지나, 야구장 앞 로터리를 거치면 연세대 인조구장에 도착할 수 있다.

연세대 인조구장은 매우 쾌적한 환경과 운동 시설을 자랑한다. 지금의 훌륭한 시설을 갖춘 배경에는 2018년 시스붐바를 비롯한 학우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연세대는 최악의 인조잔디 품질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U리그 개최 부적격 판정을 받아, 안방이 아닌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홈팀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던 시스붐바의 특집 기사와 연세대 여자축구 동아리 W-kicks의 움직임이 더해져, 학우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해 10년 넘게 방치된 연세대 인조구장의 인조잔디 교체를 이뤄냈다. 결국 연세대는 2019년 10월 안방을 되찾는 데 성공했고, 이제는 연세대 인조구장이 정말 포근한 안방으로 자리 잡았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연세대 인조구장에서 펼쳐지는 연세대의 U리그1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시험 기간의 따분함을 해소하고 공강 시간의 여유를 극대화하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스탠드에 지붕이 없어 우천 경기 때는 관람이 어렵다.

최대 라이벌 고려대학교 축구부의 안방, 고려대 녹지운동장

다음은 연세대의 숙적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축구부의 안방, 고려대 녹지운동장이다. 고려대 녹지운동장은 연세대, 고려대 합동 응원전이 펼쳐지는 장소기도 하다. 고려대 녹지운동장은 한쪽 스탠드를 아예 설치하지 않은 대신, 양 팀 벤치 뒤에 큰 규모의 돌 계단식 스탠드를 만들어 웅장함을 더했다. 스탠드 뒤쪽의 푸른 나무와 경기장의 인조잔디가 함께 어우러져 경기장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경기장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거의 꼭대기에 위치해 교내 셔틀버스나 자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위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진된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6호선 안암역이 아닌 고려대역 3번 출구로 나와 ‘성북 20’ 마을버스를 타고 고려대아이스링크 정류장에서 내리면, 아이스링크와 화정체육관을 지나 고려대 녹지운동장에 다다를 수 있다.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고려대의 홈 경기, 특히 연세대와의 비정기 연고전 분위기는 매우 뜨겁다. 양교 응원단의 응원가 메들리와 경기장을 찾는 많은 관중, 고려대 축구부 프런트에서 준비하는 각종 이벤트 등이 합쳐져 축제 느낌이 한껏 난다.

축구 전문 응원단이 만드는 홈 분위기, 숭실대 대운동장

숭실대학교(이하 숭실대) 축구부의 홈 숭실대 대운동장도 안방으로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경기장이다. 우선 경기장의 구조가 상당히 독특하다. 경기장 북측과 동측을 학생회관 건물이 인조잔디 경기장을 계단식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에 따른 효과로, 북측 골대 뒤쪽은 높은 건물이 든든하게 지켜주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경기장을 왼쪽에 끼고 올라갈 때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펼쳐지는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숭실대 대운동장의 분위기를 더욱더 끌어올리는 것은 프로축구 못지않은 열정적인 홈 관중의 응원이다. 동측에 위치한 홈 관중은 응원용 북과 플로어탐까지 동원해 홈팀의 사기를 증진하고 홈 어드밴티지를 한껏 배가한다. 숭실대 대운동장의 접근성은 꽤 좋다. 7호선 숭실대입구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약 7분 정도 걸어 오르면 바로 경기장과 마주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의 성지, 효창운동장

상술했듯이, 효창운동장은 어느 특정 팀의 홈구장으로 쓰이는 곳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연세대의 U리그1 상대 중, 2018년 무렵의 연세대와 비슷하게 동국대학교 축구부(이하 동국대)가 자신들의 안방이 아닌 효창운동장을 홈으로 삼아 경기를 치르고 있다. 효창운동장은 현재는 동대문 역사 문화 공원(DDP)이 들어서며 철거된 동대문운동장과 함께 20세기 한국 축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식 규격 축구 경기장, 이른바 ‘근본’ 경기장이다. 1960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을 비롯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올림픽 축구 예선 등이 치러졌다. 현재는 U리그1을 포함해 전국 초등, 중등 축구 리그 개최지로 쓰이고 있으며,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가 창단한 어쩌다FC의 홈구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각급 아마추어 경기가 이뤄지는 만큼 좋은 품질의 인조잔디를 자랑한다. 서울에 위치한 경기장답게 접근성 역시 훌륭하다. 6호선 효창공원앞역 1번 또는 2번 출구로 나와 쭉 직진하다 보면 바로 왼편에 위치한 효창운동장을 볼 수 있다.

멀고도 험한 취재 길, 안성맞춤C축구장

경기 안성을 연고로 하는 중앙대학교 축구부(이하 중앙대)의 안방 안성맞춤C축구장은 최근 2년간 연세대의 U리그1 원정 경기장 중 가장 좋지 않은 접근성을 자랑한다. 서울로부터 거리는 100km 미만으로 아주 멀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고속, 시외버스 정류소로 경기장에서 약 5km 떨어진 대림동산정류소가 있다. 하지만 해당 정류소에서 경기장 근처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전무하고, 근처에 택시도 거의 없어 약 1시간을 걸어 경기장까지 가야 한다. 시스붐바 역시 안성맞춤C축구장 원정을 갈 때는 취재기자 자차 또는 연세대 선수단 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방문 난이도는 극상이다. 또한 경기장 주변에는 하수처리시설이 위치해 환경 또한 열악하다. 잘 관리된 인조잔디 상태와 지붕이 있는 스탠드는 방문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여준다.

다양한 운동 시설과 준수한 접근성, 화산체육공원

홍익대학교 축구부는 동국대,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캠퍼스 내 운동장이 아닌 경기 화성에 위치한 외부 인조잔디구장 화산체육공원을 홈으로 삼아 U리그1 경기를 치르고 있다. 화산체육공원 역시 자차가 있다면 자차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서울과 인접해 거리와 시간이 얼마 들지 않고, 주차 공간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록 인도가 정비돼 있지는 않으나, 1호선 병점역에서 약 1.5km 떨어져 있어 도보 또는 택시로 경기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한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등 기타 운동 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만 이곳은 하수처리장 유휴 공간이기 때문에 경기장 주변 대기질은 그리 좋지 않다. 관중을 위한 스탠드가 없는 것도 대학축구 경기장으로서 흠이다.

체육 명문의 널찍한 스타디움, 용인대 운동장

용인대학교(이하 용인대) 축구부는 체육 명문 대학답게 좋은 경기 환경을 갖췄다. 용인대 운동장은 용인대 캠퍼스 정문으로 들어와 올라가다 보면 중턱쯤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할 경우 에버라인 시청 · 용인대역에서 2km 정도를 도보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타고 3분 정도 이동하면 바로 용인대 운동장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자차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며, 경기장 근처에 있는 종합체육관이나 체육과학대학 건물 앞의 주차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비록 경기장 스탠드는 낙후된 편이나, 꽤 훌륭한 인조잔디를 갖췄다.

캠퍼스의 중심, 학생과 함께 호흡하는 선문대 인조구장

서울과 수도권 구장들을 알아봤다면, 이제는 지방 대학들의 홈구장도 살펴보자. 먼저 충남 아산에 연고를 둔 선문대학교(이하 선문대) 축구부의 안방 선문대 인조구장은 경기장 둘레의 트랙 없이 잔디구장만으로 이뤄져 있어 경기장 규모가 크지 않고, 관중 스탠드 또한 경기장 서측과 남측 일부를 사용해 아담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이 작은 경기장이 뿜어내는 기운과 열정의 정도는 그 규모를 훨씬 초과한다. 우선 많은 선문대 학생이 선문대 인조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낸다. 특히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경기장 주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경기를 관전하는 무리도 적지 않아, 마치 소풍을 온 듯한 느낌을 풍긴다. 학교 캠퍼스가 다소 외진 곳에 있긴 하지만, 천안아산역/아산역과 천안역, 천안터미널 등 주요 교통시설에서 캠퍼스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청춘FC 그때 그곳, 청주대 축구전용구장

충북 청주에 위치한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 축구부의 보금자리 청주대 축구전용구장은 2015년 방영된 지상파 방송사의 한 축구 예능 프로그램의 애청자에게 꽤 익숙한 장소다. 이곳이 바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구성한 팀 청춘FC가 이을용 전 코치의 도움을 받아 전지훈련과 연습 경기를 진행한 곳이기 때문이다. 방영 당시와 최근 모습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청주대 축구전용구장은 준수한 인조잔디를 갖췄지만, 관중 스탠드는 지붕 없는 시멘트 바닥이다. 경기장 접근성은 상당히 훌륭하다. 무엇보다 청주대 정문 바로 앞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위치한 것이 크나큰 장점이다. 비록 청주대 축구전용구장은 예술체육대학 내에 위치해 있어 정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나, 교내 셔틀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해 터미널에서 약 10분 만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축구학과 보유 대학의 3개 운동장 중 최고, 전주대 인조A구장

대학축구 강호 전주대학교(이하 전주대) 축구부의 홈구장 전주대 인조A구장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가기엔 꽤 어려운 장소다. 왜냐하면 전주대학교 캠퍼스 내에 위치한 정식 규격 운동장은 전주대 인조A구장을 포함해 바로 옆 인조B구장, 대운동장까지 무려 세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A가 붙은 건 다 이유가 있다. 역시 ‘축구학과’를 보유한 대학다운 경기장 개수다. 전주대학교 역시 학교 후문 근처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어 캠퍼스로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전주대 인조A구장은 둘레 트랙 없이 잔디구장으로만 이뤄져 있으며, 관람 스탠드 또한 잘 갖춰져 있다.

의외의 접근성 강자, 글로컬캠퍼스 축구장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축구부는 충북 충주의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를 연고로 두고 있다. 글로컬캠퍼스 축구장은 캠퍼스 후문 근처에 위치하며, 잘 정비된 인조잔디 구장에 둘레 트랙과 골대 뒤 풋살장까지 좋은 시설을 갖췄다. 기본적인 관람 시설은 없지만, 학교 측에서 천막과 간이의자를 제공한다. 또한 학교 내 여러 시설과 가깝다. 기숙사 바로 앞, 특히 기숙사로 향하는 지름길에 걸쳐 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매우 좋은 위치다. 서울에서의 접근성 역시 훌륭하다. 훌륭한 접근성의 기반은 바로 건국대터미널이다. 건국대터미널은 동서울터미널 기준으로 편도 약 1시간 30분~2시간이 소요되며, 글로컬캠퍼스 정문과 붙어 있어 학교 내로 이동하기도 굉장히 편하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용인, 성남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이로써 필자가 지난 2년간 U리그1을 취재하며 방문한 각 학교 홈구장에 대한 리뷰와 정보 소개를 모두 마쳤다. 이번 <시붐쓸잡> 코너를 참고해 가까운 연세대 인조구장부터 방문해 축구의 재미와 진수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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