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내년 3월 17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신작들의 흰색은 생각 이전의 시작점 상징"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정현 작가는 올해 초 여수 장도에 위치한 레지던스에 초청받아 4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해안가 돌밭을 하루 두 번 걸으면서 온전히 돌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마저 사라지는 무념무상의 발걸음이었다. 나를 내려놓고 모든 것을 잊는 시간이었다. 그 때 원초적인 돌덩어리가 다가왔다. 덩어리는 조각의 기본이다. 어떤 돌은 파도에 씻기어 둥글둥글한 몽돌이 됐고 태풍에 깨진 큰 돌덩어리 조각들은 여전히 뽀족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원시상황이고 미술의 시작점이란 깨달음이 왔다.

조각의 기본인 덩어리에  천착하고 있는 정현 작가 
조각의 기본인 덩어리에  천착하고 있는 정현 작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 남서울미술관에서 20일부터 내년 3월 17일까지 열리는  정현 개인전 ‘덩어리’는 이같은 통찰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손에 익은 조형 어법과 기존의 관습을 비워내고 백지상태로 시작하고자 섬에 머무는 시간 동안 작업 구상보다는 걷는 행위에 집중했다. 잡념을 비워내면서 몸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발에 차이는 돌을 하나씩 작업실로 수집해 온 것이 이번 신작의 출발점이다. 모은 돌들은 섬에서 발견된 위치에 따라 파도에 심하게 마모된 돌과 거친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돌로 구분된다. 신작은 이렇게 수집된 돌을 모두 3D 스캐닝 기술을 통해 확대·축소하여 변형하여 질감을 극대화 시킨 결과물이다. 미술관 실내 전시품은 스치로폼 캐스팅을 했고 야외 전시품은 알루미늄 캐스팅을 했다. 색은 모두가 흰색으로 칠해졌다.

“유채색의 색상을 칠한다는 것은 생각을 담는 행위입니다.  힌색은 생각 이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 제목 ‘덩어리’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매체의 물성을 극대화하는 작가의 접근방식과 작품의 재료가 고유 존재로서 살아내고 견뎌온 ‘덩어리진 시간’을 함의한다.

전시는 하찮거나 쓸모를 다한, 그러나 시간과 경험의 결이 응축된 재료에 주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비조각적 재료를 조각화하는 정현 특유의 작업 세계를 함축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전시에는 침목, 폐자재, 고철 등 쓸모를 다한 재료를 다루며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 정현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그리고 다수의 신작을 포함한 30여 점이 소개된다.

정현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조소과를 거쳐 1986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귀국한 뒤 1992년 원화랑에서 가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과 생-클루 국립공원에서 가진 야외조각 전시 등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다수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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