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치닫는 경영권 분쟁... “싫든 좋든 악역 담당”
세 모녀, 일부 계열사 요구할 수도.. LS, LX 등 분할 사례

[서울=뉴스프리존]한 민, 김 기훈 기자= 고(故) 구본무 LG 회장은 딸 사랑이 유난했다고 전해진다. 오죽하면 생전 첫째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한 집에서 생활했을까.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이러다보니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와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에 블루런벤처스의 전신인 노키아벤처파트너스에 입사했다. 2006년 결혼 이후에도 LG그룹에 합류하지 않았다. 대신 독자적으로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역할에 전력을 다했다.

구본무 회장은 이 같은 ‘외부인’ 윤 대표에게 신사업 진출 건 등을 자문했다. 철저한 외부의 시각이 필요할 때 윤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얘기다.

당시 LG그룹 임원들도 “윤 대표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데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외부 아이디어 수혈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블루런벤처스 건물. 외부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블루런벤처스 건물. 외부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윤 대표가 최근 LG그룹에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세 모녀 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상수’로 등장해서다.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 구연경 대표, 구 대표의 동생 구연수씨를 말한다.  

LG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윤 대표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단지 맏사위라는 이유만으로 LG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게 됐다”며 “LG그룹측이 오히려 그의 위상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윤관은 과테말라인이었다” “LG家 맏사위 윤관, ‘2억’ 대여금 반환 소송 피소”  등의 윤 대표를 향한 다소 말초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세 모녀 뒤에서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는 전언 역시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재계 일각의 지적도 있다.        

이에 비해 윤 대표측은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일절 반응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타워
LG타워

경영권 분쟁을 놓고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G그룹의 지분 현황은 구광모 회장 15.95%, 구본식 LT그룹 회장  4.4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05%, 김영식 여사 4.20%, 구연경 대표 2.29%, 구연수씨 0.72%다.

세 모녀의 요구대로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구 선대회장이 남긴 ㈜LG의 지분 11.28%를 재분배할 경우 구 회장 9.71%, 김 여사 7.96%, 구 대표 3.42%, 구연수씨 2.72%가 된다.

세 모녀의 합산 지분율이 14.1%로 구 회장 9.71%를 뛰어넘는다. 

서초동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법 감정과 사법부의 판단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LG그룹측이 내 세우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유지 등은 공판 진행 과정에서 유리한 정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14%대 지분으로만으로는 세 모녀가 경영권을 차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양측이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세 모녀가 소송을 통해 ㈜LG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이를 이용해 일부 계열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과거 LG가 GS, LS, LX 등 지분 정리를 통해 계열분리를 한 것이 그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윤 대표가 구광모 회장측과와의 협상파트너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 모녀는 기업 경영 경험이 부족하지만 윤 대표는 블루런벤처스 등에서 다양한 금융투자 금융 경험을 축적해서다. 구광모 회장측이 윤 대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세 모녀가 지분을 매각해 현금 보유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가능성이 극히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 모녀가 굳이 현금 보유를 위해 경영권 소송을 제기했을 리가 만무하다”며 “결국은 지분 싸움이다”라고 봤다.  

구 회장측이 오히려 세 모녀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경우의 수도 제기된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가문의 전통을 유지하고 경영권 강화를 위해 추가 지분이 필요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의 각 시나리오에서 윤 대표는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싫든 좋든 그가 악역을 담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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