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SK케미컬, 애경 전 대표 금고 4년형 선고
"전국민 상대 독성 실험한 것" 1심 무죄 판결 뒤집어
재판부 "개별 피해사례 보며 너무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토로

[서울=뉴스프리존] 김석 기자= 5천명 이상에게 폐 손상 등의 피해를 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들이 11일 서울 중앙지법 부근에서 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들이 11일 서울 중앙지법 부근에서 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해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완전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그러나 2021년 1월 1심은 CMIT·MIT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연구를 고려하면 CMIT·MIT가 이 사건 폐 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등의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됐고 이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나타난 사실이 2011년부터 드러나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2016년 검찰은 폐질환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옥시 제품에 대해 기소했고 2018년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SK케미컬과 애경 제품은 CMIT-MIT와 폐질환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아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피해자는 5691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1262명에 달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 피해 사례를 읽으면서 너무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