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까지 ‘스페이스 오렌지해어’ 개관기념전
팔대산인 고금도와 어우러진 설산풍경 눈길끌어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공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것이 마차푸차레 설산풍경이다. 힌두교도들은 이 산을 신의 영역이라 여겨 정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금지한다.

신성하게 여겨 숭배하는 성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동열 작가는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자화상 같은 팔대산인(1624-1704)의 고금도(孤禽圖 고적한 새)를 화폭에 담았다.

새의 눈은 세상을 매섭게 직시하는듯 하기도 하고 세상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선사(禪師)의 눈빛 같기도 하다. 다리는 외다리다. 흔들림 없이 외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림속 글(화제)에서  팔대산인은  70세가 되어도 하루 일을 하듯 그림은 그린다고 썼다. 최동열 작가의 오늘의 모습이기도 하다.

월남전 참전 이후 방랑자 같은 삶을 살아 온  최동열 작가 
월남전 참전 이후 방랑자 같은 삶을 살아 온  최동열 작가 

최동열 작가의 대표작 ‘히말라야 연작’을 보여주는 전시가 13일부터 2월28일까지 ‘스페이스 오렌지해어’ 개관기념전으로 열린다. 판교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에 위치한 공간이다.

A Bird with Machapuchare
A Bird with Machapuchare

40년 넘게 화업을 이어오고 있는 최동열 작가는 198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생명력이 넘치는 화폭으로 일반에 이름을 알렸다. 1990년도에 티벳, 네팔 방문을 시작으로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히말라야를 직접 오르며 이번 연작을 완성하였다. 6년 넘게 히말라야 산맥의 잔스카, 라다크,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또 오르며 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은 원색의 강한 대비에서, 백색과 원색의 강한 대비로, 나아가 설산 그 자체로 강렬한 표현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진화해 왔다.

히말라야 사막에 피는 야생장미는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눈 사이로 드러난 히말라야의 산맥은 야생의 뼈대를 드러내듯 위용을 떨친다. 히말라야에서 마주한 강인한 생명력은 고스란히 그의 화폭에 담겼다. 순백의 설산과 히말라야에 직접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산맥의 다양한 지형들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어떤 강렬한 색감보다 더 강한 표현력을 드러낸다.

Annapurna 3 & Gangapurna Glacier
Annapurna 3 & Gangapurna Glacier

이번 전시는 7년 여에 걸쳐 완성된 히말라야 시리즈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것으로도 평가된다.

히말라야 산맥은 서양화로 대표되는 여성의 누드, 장미와 대비를 이루는 것에서 점차 동양화 속의 캐릭터(중국 명청시대의 대가 ‘팔대산인’ 작품 속 새)와 대비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작품의 변화는 서양과 동양을 오간 그의 삶이 작품 속에서 더욱 원숙하게 통합되는 모습이다.

Nude with Annapurna 2
Nude with Annapurna 2

히말라야의 설산에 빗댄 순백의 여성 누드는 강한 생명력의 표현이다. 작가가 평생 천착했던 생명의 표현은 숭고미로 승화되고 있다. 칸트는 ‘거대함’에 느껴지는 것을 숭고미라 했다. 히말라야 설산 같이 공간을 압도하는 존재는 자연이 창조한 가장 큰 생명체다. 이 거대한 존재 앞에서 우리는 약간의 공포와 두려움을 수반한 낯선 감각을 경험한다. 광활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생명탄생의 시간을 환기시키는 태초의 숭고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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