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은 양쪽 다 원하지 않는 모습
[서울 =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 기자= 파키스탄이 인접국 이란의 공격을 받은지 이틀만인 18일(현지시간) 보복공습을 단행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전쟁이 중동을 넘어 서남아시아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이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정세 불안은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무장단체 은신처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을 단행했다.
이는 앞서 지난 화요일(16일) 이란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국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단체 ‘자이시알아들’의 근거지를 공습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공습으로 파키스탄 국경에 있는 사라반 마을 근처에서 여성 3명과 어린이 4명 등 이란 시민이 아닌 9명이 숨졌다고 알리 레자 마르하마티 이란 시스탄-발루치스탄주 부지사가 밝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국익 수호를 위해 이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의 테러범 은신처에 정밀 타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군은 드론과 로켓,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부터 이 지역에서 활동해온 소수민족 분리주의 단체인 발루치 해방군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이 “무고한 발루치인을 순교시켰다”고 파키스탄을 비난했다.
파키스탄은 화요일 공격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란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했고 이란도 이란 주재 파키스탄 고위 외교관을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의 이런 충돌에 대해 분석가들은 양국이 각자 안고 있는 내부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연쇄적인 인접국 공격은 국외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란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에 대한 이란의 공습은 중동에 대한 야망보다는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풀이했다.
AP통신은 이란이 신정체제에 대한 불만에 직면해 있으며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 이후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자국이 지원하는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힘을 과시하려는 이같은 행위가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파키스탄 역시 내부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보복 공격이 촉발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파키스탄 분쟁 및 안보 연구소의 분석가 압둘라 칸은 AP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언론을 통해 (화요일의) 공격을 축하했기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는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원하는 대중의 기대에 따라 대응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무장한 이들 국가는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가들은 진단했다. 양국이 모두 성명에서 군사행동을 가자 전쟁이나 이란과 동맹을 맺은 아랍 민병대 네트워크가 팔레스타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행한 공격과 연관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다.
미국도 이란과 파키스탄간 무력충돌의 확대를 원치 않는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악화된 상황을 분명히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양국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이 화요일 표적으로 삼은 수니파 분리주의 단체인 자이쉬 알-아들은 오랫동안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며 이란 보안군을 공격한 혐의를 받아왔으며, 파키스탄이 공격을 감행한 발루치 해방군은 이란에 숨어 파키스탄을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9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밀수업자와 무장세력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