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의 NFZ 수첩

▶ 한 위원장, 김건희 명품 가방 수사 촉구하라

작금의 국민 정서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비슷하다.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을 압도하고 있다.

또 그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밑바닥이다. 9회말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했다.

하지만 그런 흐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만일 이런 기조가 설 민심으로 고착된다면, 국민의힘은 4·10총선 승부를 가를 수도권에 회복 불능에 빠질 것이다.

4·10총선 참패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는 ‘영남당’이라는 지역당으로 추락을 의미한다. 

정당과 정치인에게 헌법보다 무서운 게 있다. ‘국민정서법’이다.

이 법은 특히 선거를 앞두고 큰 위력을 발휘한다. 비판과 지적을 외면하던 최고 권력자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머리 숙인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하던 정치지도자는 ‘내 탓이오’를 되뇐다. 선거 출마자도 미래 세대의 힘이 되겠다고 호소한다.

‘국민정서법’이 무섭기 무서운가 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바빴던 국민의힘이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에서 금기가 깨졌다. ‘김건희 명품 가방’ 얘기가 나왔다. 김경률 비대위원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김 비대위원은 “명품 가방이 주가조작 의혹보다 국민 감성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라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기대치가 있는데,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든, 그의 배후자인 김건희 여사든 국민 앞에서 사과하라는 요구였다.

▶ 한 위원장의 명품 가방 언급은 윤석열 사단으로부터 독립선언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화답’했다. 그는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선물’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위원장은 또 “국민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감정이 매우 안 좋다’는 뜻이다. 그는 이튿날인 지난 19일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거듭 밝혔다.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밝힌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게 있다. 한 위원장의 발언에 주어가 분명해졌다. 국민이다. 국민을 중심 정치를 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하지만 아직 말이 향하는 과녁이 분명하지 않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명품 가방’에 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대처방안이 빠져있다. 정치인의 말은 정곡을 찌를 때 힘이 생긴다.

정면 돌파해야 한다. 정곡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사 촉구다. 수사 촉구를 해야 했다. 한 위원장이 전향적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한 제2부속실 부활과 특별감찰관 임명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해야 할 말을 가려서 하고 진심을 담아서 하라는 금언이다. 특히 정치인에겐 일성이 중요하다. 한 위원장의 취임 일성도 “국민의 생각과 상식의 나침반”이었다. 취임사만 있는 게 아니다.

현안에 관한 첫 언급도 중요하다. 명품 가방에 관한 그의 첫마디는 “‘명품 가방’ 의혹은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이었다. 함정취재를 한 매체에 대한 수사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변화다.

‘김건희 명품 가방’에 관한 한 위원장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의힘이 당·청 관계의 재정립 여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명품 가방’이 하나의 모멘텀이라는 얘기다.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통령에게 쓴소리한다고 수평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말을 잘 따른다고 수직관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꼭 해야 할 말’을 하는 게 수평적 당·청 관계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았다. ‘꼭 해야 할 말’은 국민과 당원을 중심에 놓으면 저절로 나오는 의견이다.

국민의힘이 꿀 먹은 벙어리 행세라도 했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은 두둔하고 지지했다. 특히 ‘김건희 리스크’ 방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것을 일체화된 당·청 관계라고 자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된다. 당연히 권력은 분립 되지 않았다. 협조와 견제라는 생산적 당·청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 한동훈 현상은 있는데 한동훈 효과는 없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선거가 눈앞에 있다. 선거는 다차 방정식이다. 선거의 주체는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주도해서 4·10총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중가 평가의 성격을 갖는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은 대통령과 정부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실시됐다. 총선의 결과가 어느 선거보다 대통령에게 중요하다. 만일 패배라도 한다면 잔여임기 3년여를 레임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은 총선의 승리가 꼭 필요하다. 

다차방정식을 푸는 국민의힘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적 지지받지 못하는 윤 대통령을 챙길 수도 없다. 버릴 수도 없다. 묘한 처지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서는 안 된다.

조속한 대응보다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국민의힘이 독립적으로 4·10총선을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 위원장의 말대로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는 원하지 않는 공이 들어오더라도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쉽게 말하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 차별화의 전제조건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위상을 재정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사적 관계도 재설정해야 한다. ‘윤석열의 아바타’에 머문 상태에서 총선 기반은 무의미하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20여 일 동안 행보에서 이미 확인됐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순회하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수많은 지지자로부터 환대받았다.

다양한 정책공약도 제시했다. 충분히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정당 지지도는 꼼짝도 안 했다. 답보상태였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중도층과 무당파까지 지지 세력으로 흡수하지 못했다.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한 위원장의 취임 후 20일 행보는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도로 투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훈 효과’는 ‘인형극장효과’라고 한다. 인형극장효과는 사물이 실제보다 훨씬 작게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한동훈 현상’은 있지만 ‘한동훈 효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불법 도찰, 함정취재라고 ‘김건희 여사 영상’ 없어지지 않는다  

성공의 문을 열기 위해서 문을 밀든지, 아니면 당기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선택, 즉 ‘한동훈식 정치’를 강요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이 아니다.

그의 앞에는 숙제가 있다. ‘킬러 문항’ 풀이다. 그중 최고의 난제는 ‘김건희 리스크’다. 김건희 여사에 관한 의혹은 켜켜이 쌓여 있다. ‘주가조작 의혹’, ‘논문표절 의혹’, ‘허위 경력 의혹’, ‘양평 특혜 의혹’,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의혹’……. 이런 의혹은 ‘성역’에 갇혀 있다.

국민에게 소환되지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가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 분기점에 ‘명품 가방’이 있다. 한 위원장에게 ‘불편한 트리거’이긴 하다. 하지만 ‘명품 가방’은 국민적 공분이 가장 큰 사안이다. 거기다가 명확한 증거가 있다.

함정취재에 의한 불법 촬영된 것이라고 해서 김건희 여사가 담긴 영상이 거짓이 되지는 않는다. ‘용산’ 입장에서도 ‘명품 가방’이 가장 약한 고리다. 

때마침 김경률 비대위원, 하태경·이용호 의원, 영입 인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등이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오자, 한 위원장은 차별화의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위원장으로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 명분을 찾고 정당 지지율을 회복할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같은 정치결사체 구성원이 하는 말은 의미가 같아야 한다. 하지만 윤재옥 원내대표의 언어는 다르다. 대통령실의 생각도 다른 듯하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졌을 때 대통령실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어진 반응은 “선거를 앞두고 왜 영부인을 소환하느냐”는 것이었다. ‘한동훈식 정치’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얘기다. 

한 위원장은 고충을 이해한다. 조언 한마디만 덧붙이자. 많은 정치지도자는 가장 쉬운 문제를 어렵게 풀다가 난항에 봉착하고 낙마했다. 결단한 대로 행동에 옮겨라.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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