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뒤 행보에 대해 "'네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미약품그룹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사 통합을 통해 이뤄질 시너지 4가지를 전망했다.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을 위한 발판과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자금 수요 등이 그것이다.

한미약품 본사 간판. (사진=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 본사 간판. (사진=한미약품그룹)

우선 한미사이언스의 채무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IT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다만 1300억 원대의 한미헬스케어 부채도 함께 떠안으면서 채무 조기 상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받아 왔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상속세 납부 등 목적으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들이 받은 주식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의 차입금 증가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 주주 가치 훼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OCI와의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가치 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측은 전망했다.

다음으로 1500억 원대 운영 자금을 확보함으로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OCI그룹 계열사인 부광약품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R&D(연구개발)가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부광약품은 우울증, 파킨스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 신약개발이 추진 중이어서 서로 다른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은 주력 제품도 달라 구조조정 없는 R&D 및 영업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사측은 보고 있다.

세번째로 한미약품은 수천 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한국 최초의 기술수출 사례로 기록된 1987년 로슈와의 '세프트리악손' 계약 체결 후 "우리가 끝까지 만들어 해외에서 팔 수 있을 정도 규모의 회사였다면, 이번 계약금액 뒷자리에 0을 몇 개쯤 더 붙일 수도 있었다"고 소회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약품 측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OCI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는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각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상속세 문제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너 일가 지분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 중장기적으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인한 R&D 투자 동력 상실 및 이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등 여러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고히 지켜내면서도,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OCI와의 통합이 오히려 '이종산업간 결합'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송영숙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담대한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며 "OCI와의 통합은 한미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한미 정체성과 'R&D에 집중하는 DNA'는 통합 이후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OCI 본사 간판. (사진=한미약품그룹)
OCI 본사 간판. (사진=한미약품그룹)

한편 한미약품은 지난 12일,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과 각 사 현물 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통합하는 합의 계약을 체결한 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반대하며 수원지방법원에 공동으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을 겪고 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24일, 각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하고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송영숙과 특수관계인으로서 연명 보고를 해왔으나, 자본시장법에 따라 임종윤·종훈과 그 배우자 및 직계비속은 더 이상 송영숙(그 특수관계인 포함)과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없어 신규 보고 형식으로 보고서를 제출한다"며 의결권을 분리하며 3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한미약품 그룹을 둘러싼 논란성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사측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2일에는 OCI그룹과 통합이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 "기존 상속세 금액은 이미 확정됐으며, 이 금액을 절감하는 방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경실련 측은 "현행법상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세율이 60%까지 올라가는데, 통합으로 양사가 서로의 최대 주주가 되면 다음 세대에 할증 없이 상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측은 "정해지지도 않은 미래의 상속세를 현재 시점에서 논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과도한 추정에 의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또 29일, 최근 일부 언론이 한미그룹 공익문화재단인 가현문화재단과 OCI홀딩스간의 주식 양수도 계약을 '배임 논란'으로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미 작년에 자산 매각에 대한 이사회 의결과 문체부 승인을 마쳐 아무런 위법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가현문화재단은 수년간 누적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3년 3월 24일 자산 매각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마쳤으며,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3년 4월 17일 자산 매각을 승인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산 매각 승인 조건으로 '재단 부채상환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 금지'를 명시했으며, 가현문화재단은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수취한 자금을 재단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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