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화재 발생, 강풍 타고 주거지역 덥쳐
현재 완전 진압 안 돼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칠레 중부 지역을 휩쓴 산불로 112명이 숨지고 3백명 이상이 실종됐다.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가운데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칠레 비냐델마르 지역을 덥친 불길(사진=AFP, 연합뉴스)
칠레 비냐델마르 지역을 덥친 불길(사진=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가까운 중부 발파라이소주의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처음 신고된 산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해안으로 확산되더니 주거지역을 덮쳤다.

외신들은 불길이 시속 60㎞의 건조한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민가를 덮쳤다고 전했다. 칠레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비냐델마르, 퀼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발파라이소지역의 건축업자인 페드로 케자다는 “바람은 매서웠고 더위는 무서웠다. 숨돌릴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수천 채의 가옥이 파손되고 도로는 불에 탄 자동차 잔해로 뒤덮였다. 발레리아 멜리필란 퀼푸에 시장은 이 지역에서만 1400채의 가옥이 소실됐다고 CNN에 전했다. 1931년 설립된 비냐델마르의 식물원도 화염으로 90% 이상 소실됐다.

비냐델마르 지역의 자동차 잔해들(사진=AFP, 연합뉴스)

인구 33만의 도시인 비냐델마르의 엘올리바르 지역 주민인 오마르 카스트로 바스케스는 “이건 화재가 아니라, 핵폭탄이었다”면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NYT에 말했다.

마카레나 리파몬티 비냐델마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밤 기준 비냐델마르에서 37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고, 친구”라면서 “이들의 시신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겠다”고 약속했다.

불길은 공단 지역인 엘살토로도 번졌다. 이 지역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내부의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다. 

아직까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상태로,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칠레 법률의료서비스(SML)는 확인된 사망자 수가 112명으로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또한 칠레 내무부는 비나 델 마르와 퀼푸에 지역에서만 약 14,000채의 가옥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했다. 

알바로 호르마사발 국가재난예방대응청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전국적으로 16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중 102건은 진압했다고 전했다. 19건은 관찰 중이며, 40건의 화재는 진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로 부서진 비냐델마르의 건물들(사진=AFP, 연합뉴스)
화재로 부서진 비냐델마르의 건물들(사진=AFP, 연합뉴스)

칠레 재해예방대응청은 1300명에 달하는 소방관과 군인이 화재 진압에 애쓰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여름인 칠레에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며 산불이 더 큰 범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4일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5일과 6일을 화재 희생자를 위한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또 해당 지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우리는 모두 함께 비상사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선순위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규모 8.8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525명의 사상자가 났던 2010년 참사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없이 2010년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산불원인과 관련해 발파라이소 로드리고 문다카 주지사는 “이번 화재가 4개 지점에서 동시에 시작됐다”라면서 “당국자로서 우리는 엄격히 책임자를 찾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CNN칠레는 최소 1명이 이번 산불과 관련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칠레경찰는 이 남성이 칠레 중부 탈카시에 있는 자택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불이 시작돼 인근 초원으로 번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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