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월호 vol.65] 시붐쓸잡

[글 박성재 기자, 사진 시스붐바 DB, 강진군청, 대한럭비협회 제공]= 1년 동안 어떤 이름의 럭비 대회가 열릴까? 또 어디에서 럭비 시합이 치러질까? 이번 3월호에 다시 찾아온 <시붐쓸잡(시스붐바가 알려주는 쓸모 있는 잡학사전)> 코너의 주제는 ‘국내 럭비 대회 & 경기장’이다. 한국 럭비는 인프라의 한계로 연중 집체식 대회와 주말 리그가 혼재되어 있고, 홈 & 어웨이 방식의 경기는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럭비 대회는 지방, 특히 전남 강진, 진도와 경북 경산에서 자주 열리는데 이는 유치의 적극성, 비용 문제와 더불어 럭비 전용 구장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 럭비의 종목 특성상 트라이 시 럭비공만 인골 라인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트라이 하는 선수가 공을 들고 달려서 인골 지역에 공을 찍어야 한다. 따라서 인골 지역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축구 전용 구장이나 육상 종목용 경기 장소가 함께 설치된 종합운동장은 그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부상 위험성이 높다. 신체적 경쟁이 허용되므로 천연 잔디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럭비 전용 구장이 설치된 지역에서만 대회가 계속 열리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항상 원정 취재를 다니는 시스붐바 럭비부와 함께 1년 동안 어떤 대회가 열리는지, 그리고 럭비 경기에 쓰이는 운동장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자.

Topic 1. 1년 동안 열리는 럭비 대회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스붐바의 시리즈 ‘Rugby News’란의 기사는 왜 이렇게 뜸하게 올라올까? 연중 열리는 럭비 대회가 정말 많지 않기 때문인데, 그 원인에는 비용 문제, 그리고 부상 고위험 종목인 럭비 자체의 특성에 있다. 주요 럭비 대회들의 특성을 알아보자.

2024년 치러질 대한럭비협회 주관 경기(2.07 기준), 대한럭비협회 제공
2024년 치러질 대한럭비협회 주관 경기(2.07 기준), 대한럭비협회 제공

진도군체육회장배 전국럭비대회 겸 스토브리그

1월 말~2월 초에 열리는 대회로 올해(2024년) 2회가 치러졌다. 중고등 럭비부를 대상으로 하며 대회뿐만 아니라 스토브리그까지 개최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럭비 규격을 갖춘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전국 중고등 럭비 선수들에게 양질의 겨울 전지훈련을 제공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전국춘계럭비리그

보통 3월 말에 개최되는 대회로 과거엔 4월 충무기 전국 중고 럭비 대회(이하 충무기)와 겹치지 않도록 이른 시기에 개최했으나 충무기 폐지 이후엔 3월 말에 치러진다. 집체식 대회이므로 지방, 특히 경산에서 자주 열린다. 올해 역시 경산에서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개최 예정이다.

코리아 슈퍼럭비리그

국내 럭비에서 가장 주가 되는 대회로 일반부와 대학부가 참여한다. 일반부만 열리다 대학 A부가 코리아 슈퍼럭비리그(이하 슈퍼 리그)에 참여하기 시작한 2022년 1차 대회부터 2023년 1차 대회까지 3회 연속으로 고려대학교 럭비부(이하 고려대)가 우승했다. 2023년 2차 대회는 승강제로 운영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현실적인 문제로 전국춘계럭비리그(이하 춘계 리그)와 초반 일정을 겹치게 해 같은 개최지(지방)에서 함께 치렀으나 올해부턴 대회의 위상에 따라 전 경기를 수도권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치른다. 4월 13일 개막 예정이고, 하반기엔 7인제 대회와 왕중왕전도 추진 중이다.

서울특별시장기럭비대회

서울특별시럭비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다. 보통 슈퍼 리그나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이하 종별 선수권)와 겹치지 않도록 6월 초에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의 서울시 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서 열린다. 다만 고려대 이광문 감독(고려대 02)이 서울특별시럭비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들에 소극적인 편이라 대학 경기는 잘 성사되지 않고 있어 전국체전 대학일반부에는 주로 연세대학교 럭비부(이하 연세대)가 참가하고 있다.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

주로 6월 중하순에 치러지는 대회로 중, 고, 대학, 일반부 모두 열리는 대회다. 다만 2023년엔 한·중·일 종합경기대회 청소년 대표 선발전을 겸해서 개최하다 보니 16세, 19세 이하 부 경기만 열렸으나, 2024년엔 예전처럼 춘계 리그가 선발전을 겸하는 방식으로 회귀해 네 종 모두 열릴 예정이다. 역시 집체식 대회로 서울 육군사관학교 을지구장(이하 을지구장)이나 강진 하멜럭비구장(이하 하멜구장) 등에서 주로 열린다.

대통령기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

2023년 대통령기 시상식
2023년 대통령기 시상식

7월에 열리는 대회로 전국체전을 제외하면 대한럭비협회 주관인 대회 중 슈퍼 리그 다음으로 큰 대회다. 종별 선수권과 마찬가지로 집체식 대회며 진도공설운동장이나 하멜구장에서 주로 열린다. 2023년 대학부는 고려대가 우승, 연세대가 준우승을 거뒀다.

전국체육대회

10월 초 열리는 전국체전은 매년 개최지로 선정된 개최 시 · 도에서 열린다. 럭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인프라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해에 따라 환경이 크게 다르다. 2023년은 럭비 인프라가 발달한 전남에서 열려 좋은 환경이었으나 2024년 경남, 2025년 부산, 2026년 제주는 상당히 열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연세대는 서울 대표로 출전, 현대 글로비스 럭비단(이하 현대)을 8강에서 만나 패배하며 전국체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한럭비협회장배전국럭비대회 & 서울특별시럭비협회장배럭비대회

대한럭비협회장배전국럭비대회(이하 협회장배)는 2019년부터 개최, 연간 대회 중 가장 늦은 11월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중고 럭비대회(이하 장관기)와 마찬가지로 영월, 서울 등 주로 서울 근교에서 열리고 7인제로 치러졌다. 올해는 협회장배가 8월에, 장관기가 11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특별시럭비협회장배럭비대회도 열렸으며, 주로 중고등 엘리트 팀들과 대학 및 일반 취미 팀들이 참가한다.

Topic 2. 우리나라 럭비 경기장은 어디에 있을까?

럭비는 지역에 따라 인프라의 차이가 큰 편이다. 특징이라면 근교 지역이라도 정책에 따라 인프라 여부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지역별 현황을 분석해 보자.

서울 - 육군사관학교 을지구장

서울에서 열리는 럭비 경기가 대부분 치러지는 을지구장
서울에서 열리는 럭비 경기가 대부분 치러지는 을지구장

현재 서울에는 럭비 전용구장이 없다. 구로구에 국제 규격의 서울 럭비 구장이 있었으나 철거했고, 대체 구장 건립을 럭비계에 약속했으나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없다. 서울에는 중고등 럭비부 여섯 곳과 대학교 엘리트 럭비부 두 곳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럭비 전용 구장이 없어 전국/서울 단위 대회를 치르는 경우 인조 잔디 구장이긴 하지만 을지 구장에서 진행한다. 대한럭비협회는 본지와의 과거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럭비 대학부를 U-리그에 편입시키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는데, 서울 관내 럭비부를 보유한 세 대학인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모두 운동장이 럭비 경기를 치르기엔 부족하다.

인천 -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

2023 코리아 슈퍼럭비리그가 펼쳐졌던 남동 아시아드 구장
2023 코리아 슈퍼럭비리그가 펼쳐졌던 남동 아시아드 구장

인천은 수도권에서 유일한 국제 규격의 럭비 전용 구장인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학교 럭비부 두 곳과 고등학교 럭비부 한 곳이 위치하고 있고, 대학교 럭비부는 없지만 현대가 연고지로 삼고 있다. 현대의 홈이지만 남동아시아드 럭비 경기장은 슈퍼 리그 대회 때 중립 구장으로 자주 쓰이고 여자축구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의 홈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도권 유일의 럭비 전용 구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경기 - 없음

경기 또한 럭비 전용 경기장이 마땅치 않다. 고려대학교 송추 수련원 운동장에서 전국 대회를 치르기도 했고, 2011년 전국체전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치렀다. 모두 럭비 전용이 아니다. 다른 럭비 대회에 잘 쓰이지는 않지만, 정기 연고전 럭비 경기도 축구용인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렀다. 아마추어 저변도 중학교 럭비부 서너 곳이 사라져 부천북고등학교 럭비부가 신입생 영입을 클럽팀인 ‘부천 G-스포츠클럽’에 사실상 의존할 정도로 열악하다. 성남고등학교와 백신고등학교도 등록 선수가 부족하다. 대부분 공립학교라 초빙교사제로 럭비 선수 출신 감독 교사를 초빙하지 못한 대부분의 학교들은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 다만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럭비부가 선전하고 있고, 시흥에 위치한 군서미래국제학교에서 학교 수업 중 럭비 교육을 필수화하고 ‘블랙 리노스’라는 이름으로 혼성 중등부 럭비부를 창단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대구/경북 - 송화 럭비구장

경산시 송화럭비구장
경산시 송화럭비구장

먼저 경북 경산의 럭비 인프라가 상당히 좋다. 경산중고등학교 럭비부가 있고, 포스코이앤씨 역시 경산이 홈이라고 볼 수 있다. 前 대한럭비협회 부회장 송화 박진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딸이 건립한 천연 잔디 운동장인 송화 럭비구장도 경산에 위치해 있다. 다음으로 대구는 무려 두 개의 중학교 럭비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수도권 밖에서 충북과 유이하다. 고등학교 럭비부도 한 곳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군체육부대 상무 럭비단 역시 대구를 연고로 하고 있다. 주로 훈련은 김천에서 김천 상무 축구단과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이나 전국체전 대표팀으로 선발된 경우엔 대구 대표로 출전한다. 다만 경기장은 마땅치 않아 대구 개최 전국체전에서도 송화 럭비구장을 사용했다.

부산/울산/경남 - 울산 삼성SDI 경기장

울산 삼성SDI 경기장
울산 삼성SDI 경기장

럭비 불모지다. 부산에는 중고등부 럭비부 두 곳이 있으나 울산에는 없다. 경남에는 창원공업고등학교 럭비부가 있었으나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클럽으로 전환됐다. 과거에는 실업팀 삼성SDI(삼성중공업)가 울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해체했다. 다만 울산에 위치한 삼성SDI 럭비장은 아직 남아있어 울산에서 개최된 2022년 전국체전의 럭비 경기장으로 쓰였다. 이 경기장은 사실상 임직원용 오락 시설이라 대회를 치르거나 관람하기엔 대단히 열악하긴 하나, 천연 잔디 구장이고 럭비 전용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부산, 경남은 더 열악해 2024년 전국체전을 치를 경남에선 주로 야구 전지훈련 등으로 쓰이는 남해 레포츠타운에서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2025년 전국체전을 치를 부산의 경우 부산시체육회에서 아직 경기 장소를 구하지 못한 세 개의 종목 중 하나가 럭비인 실정이다. 경남 출신 러거들이 뭉친 '경남 OB'가 일반부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남 - 하멜럭비구장, 진도공설운동장

강진군 하멜럭비구장, 강진군청 제공
강진군 하멜럭비구장, 강진군청 제공

전남에서도 가장 남쪽인 강진군과 진도군은 전국에서 럭비 개최에 가장 적극적이고, 인근 숙소비가 저렴해 집체식 대회 개최에도 용이해 대통령기, 종별 선수권, 춘계 리그 등 많은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진도군 진도공설운동장(전두럭비구장)
진도군 진도공설운동장(전두럭비구장)

진도군에만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이 있어 아마추어 저변은 좋지 못하지만, 국내 최강팀인 한국전력공사가 전남을 연고지로 삼고 있다. 천연 잔디 럭비 전용 구장 두 곳이 위치해, 2023년 대통령기는 하멜구장에서, 전국체전 (전남 개최) 럭비 경기는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치러졌다.

광주 - 없음

인근 전남이 럭비 대회 및 전지훈련 유치에 적극적인 반면 광주는 인프라가 발전하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럭비부 각각 한 곳밖에 없지만 OK 금융그룹 읏맨 럭비단(이하 읏맨 럭비단)이 광주를 연고로 하게 된 만큼 많은 발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다만 럭비 전용구장이 마땅하지 않아 2007년 전국체전도 럭비 전용이 아닌 상무시민공원 운동장에서 치러졌고, 읏맨 럭비단도 근무나 훈련은 수도권에서 하고 있다.

전북/제주 - 없음

전북은 대학팀인 익산 원광대학교 럭비부를 보유하고 있고, 이소망(스포츠응용산업학과 19)을 배출한 이리북중학교, 이리공업고등학교 럭비부 또한 자리 잡고 있다. 전용 구장은 없어 2003년 전국체전은 원광대학교 운동장을, 2018년 전국체전은 고창공설운동장을 사용했다. 제주도 사실상 럭비와 접점이 없다. 제주 NLCS에 럭비부가 존재했으나 일반 학생들의 접근이 불가한 국제학교다. 2014년 전국체전은 럭비 전용이 아닌 안덕 생활체육공원 내 운동장을 사용했는데, 지금부터 3년 후인 2027년 전국체전 럭비 경기는 어디에서 펼쳐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대전/세종/충남/충북 - 없음

예산군 예산종합운동장
예산군 예산종합운동장

호서 역시 럭비가 사양세다. 세종의 경우 연기군 시절부터 럭비와 접점이 없었고, 과거 대전이 1981년부터 2014년까지 34년간 충무기를 개최해 왔으나, 2015년부터 개최를 포기해 타지역에서 열리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열리지 못하고 있다. 대전은 동아공업고등학교 운동장이 럭비 경기에 치르기 비교적 적합했으나,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전환하면서 운동부를 운영하지 못하게 돼 럭비부가 명석고등학교로 이동하면서 학교 측에서 운동장 사용을 잘 허락해 주지 않고 있다.

예산군 예산종합운동장
예산군 예산종합운동장

충남 천안 오룡웰빙파크를 럭비용으로 쓸 수는 있으나 2009년 관중석을 모두 철거해 사실상 일반 시민용 운동장으로 봐야 하고, 2015년 전국체전이 치러진 충남 예산종합운동장, 2016년 전국체전이 치러진 충북 공군사관학교 성무구장도 럭비 전용은 아니다. 중고등부 일곱 팀이 충남, 충북, 대전에 고르게 위치해 있고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럭비부도 나름의 선전을 하고 있으나 그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

강원 - 영월 하늘샘 구장

강원은 과거 강릉상업고등학교, 영월공업고등학교 등 나름대로 아마추어 럭비가 있었으나 지금은 전무하다. 과거 럭비의 고장으로 불렸던 영월군의 세경대학이 최근 럭비부를 창단했었으나 지금은 등록 선수가 거의 없는 상태다. 경기장으로는 영월 하늘샘 구장이 간혹 전국 대회에 쓰인다. 청량리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저렴하게 갈 수 있다.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럭비 전용 구장은 꼭 필요하다. 또한 럭비계에서 일정 운영을 주체적으로 하기 위해서도 럭비 전용 구장의 필요성은 강조된다. 한편 경기장 현황에서도 지방 럭비의 양극화 문제가 잘 드러나는데, 지역 아마추어 럭비부 창단, 럭비 대회 개최 및 유치에 지방 시도 럭비 협회 관계자들의 노력이 당부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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