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정당’, ‘전체주의적 사당’(홍영표 의원), ‘왕조형 사당’(전병현 전 의원), ‘개딸당’(이상민 의원), ‘이재명은 연산군’(설훈 의원)….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되거나 탈당한 비명 인사의 ‘비명(悲鳴)’이다. 극단적 감정을 토해내고 있다. 독한 말은 공천 파동의 실체다. 공천과정이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박병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박병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공천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천 갈등만큼 심한 적은 없었다. 이미 민주당은 ‘심리적 분당’ 상황으로 진입했다. 공천 갈등은 지도부의 균열을 낳았다. 친명과 친문 세력의 분화 조짐을 보인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층도 충돌하고 있다. 총선 패배의 위기감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이다. 특히 4·11총선은 민주당에서 질 수 없는 선거로 여겨졌다. ‘윤석열 정권심판론’이 압도했다. 연초엔 민주당 일각에서 ‘200석 확보’라는 낙관론이 제기됐다. 이 대표도 목표 의석으로 151석을 제시했다. 이조차 ‘엄살’, ‘부자 몸조심’으로 여겼다. 지금 상황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장담하는 민주당 인사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공천 실패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총선 승리가 아닌 다른 데 관심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즉 사당화라는 얘기다. 

필자는 그렇게는 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일이 있다. 감옥에 갈 뻔했다. 다시 그런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 장악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대표는 160석이 넘은 제1야당 대표다. 직전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거물’이다. 그런 국가지도자라면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미래세대의 삶을 걱정하지 않을까.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만 살자고 당을 죽이는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공천 결과가 지목하는 방향은 그게 아니다. ‘사당화’다. 

공천 콘셉트는 공천의 전체적 기조를 의미한다. 민주당 계파에 따라 공천 콘셉트에 관한 시각이 다르다. 친명계는 개혁공천, 비명계는 ‘복수혈전’이다. ‘복수’를 언급하는 사람은 한마디로 공정하거나 합리적 공천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공천기준이 ‘비명횡사’, ‘친명횡재’이라고 한다.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공천배제와 전략공천이 일단락됐다. 친명계는 ‘친명·친문의 조화도 꾀했다’라고 주장한다. 공천 막판에 전해철·이인영 등 친문 의원을 단독 혹은 경합 후보로 선정을 사례로 든다. 하지만 비명계는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논란과 별개로 전체적 공천 결과는 친명 독식이다. 친명 독식을 공천 실패로 본다. 극심한 공천 갈등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공천 실패는 선거 패배를 낳는다. 특히 공천 실패의 원인이 이 대표의 사당화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선거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정당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행스럽게도 그런 조짐이 일고 있다. 사당이란 무엇인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모인 ‘도당’이다. 대의민주주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이 배척되는 게 사당의 특징이다. 당연히 당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한다. 비주류가 설 자리가 없다. ‘사당화’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 대표의 경쟁 관계에 있는 핵심 비주류 인사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비명횡사의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홍영표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안규백 전략공천심사위원장은 컷오프 이유를 “경쟁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를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했다. 전략공천의 목적과 고려사항은 단 하나다. 선거 승리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으로 내리꽂아도 양해되는 게 상례다. 그럼 홍 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긴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가. 아니면 성폭행 비위라도 저질렀다는 말인가. 컷오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대표가 말하는 ‘개혁공천’에 대한 정당성, 도덕성을 잃게 된다. 그것은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이 대표의 권위도 땅에 떨어진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신뢰성의 상실이다. 1년 전부터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작업이 진행되어왔다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잠정적 당권·대권 주자가 제거 시나리오라는 고백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친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장과 박용진 의원도 공천과정에서 배제됐다. 도전자에게 절대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속내는 이미 드러났다.

공천은 불일치한 수요(자리)와 공급(후보)을 맞추는 작업이다. 공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소란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그런 잡음을 줄일 방법이 있다. 빈자리에 국민대표로서 손색없는 사람으로 빈자리를 채우면 된다. 나간 사람보다 들어온 사람이 낫다는 국민 평가받으면 된다. 민주당은 그런 후보를 선택했을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 이 대표의 재판과 관련한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인사가 공천받거나 혹은 경선 후보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무료변론’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이 대표 편든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비롯하여, 박균택·조상호·임윤태 변호사가 그들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으로부터 ‘대장동 공천’이라는 비난받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공천 파동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 책임은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는 이 대표에게 있다. 수습책임을 져야 한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런데 웬일일까. 갈등 관리와 수습을 방치하고 있다. ‘비명의 아우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으로 핑계 대고 있다. “1년 전에 만들어진 특별당규와 당헌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문제가 없다는 항변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운영은 누가 했는가. 또 시스템 속에 ‘정체불명 여론조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필모 전 선거관리위원장의 물음에 왜 답변하지 않는 것인가. ‘정성평가’도 비명계의 밀어내기를 위한 설계였다는 말인가.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제기한 ‘대선 패배 책임론’도 준비된 각본이라는 얘기인가.

이 대표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있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입당과 탈당은 자유”라고 말한다. 여기서 밀리면 더 밀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계양을 단수공천]= 민주, 이재명 계양을 단수공천…與 원희룡과 '명룡대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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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승리를 생각하는 공당의 대표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9명의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출신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만일 호남 출신 의원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진다면 사태 수습은 난망할지도 모른다. 호남 민심이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밀리기는 여론조사(서울 정당지지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더 큰 걱정은 투표율의 하락이다. 이는 민주당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전국적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았음을 때다. 선거에 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번 따져보자.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제1당의 위상을 지킨다면 민주당은 성공하는 것일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극복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신(新)친명 의원’이 대표를 위한 검투사나 호위병이 될 것 같은가. 큰 착오다. 이수진 의원의 사례를 보지 않았던가. 그는 ‘찐명’이었다. 민주당 강경파 ‘처럼회’의 일원으로 ‘공수처’를 만드는데 선봉에 섰다. 그가 어떻게 변했나. 이 대표의 저격수가 됐다. 이 대표의 아픈 곳인 ‘백현동’ 재판을 거론하면서 ‘무기 징역형’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고 있다”라고 맹폭하지 않았던가.

또 선거가 끝난 뒤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결코 이 대표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시달릴 것이다. 공천과정에서 있던 친문의 반발로 핑계를 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수진 의원 같은 ‘변절자’는 속출하게 되어 있다. 그게 ‘사람’이다.

김경은 칼럼니스트
김경은 칼럼니스트

민주당의 위기는 이익을 공익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한 이 대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얘기는 진중권 교수(광운대)의 말이다. 이 대표는 그렇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의 이익 즉 총선승리를 위한 결단 해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자기희생이다. 선당후사해야 한다. 총선 출마 포기도 방안 중 하나다. 스스로 공천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며 이 대표의 전도는 밝지 않다. 이 대표가 아무리 개혁공천이라고 주장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비명계 의원이 불이익을 수용하지 않는 한 그 불이익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의미 있는 물갈이도 ‘문명대결’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 대표가 자기의 세계에 갇힌 사고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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