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 의사들의 사직이 현실화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의료 대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5위’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서울 시내 대형 병원은 전공 의사들의 집단 사직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술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5위 병원들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 의사들은 19일 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저 역시 일산병원 6개 과를 다니는데 혹시 언제 파업에 들어갈지 여간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네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럴수록 그리워지는 분이 ‘바보 의사 성산 장기려 박사님’과 아주대학의 이국종 교수이십니다. 지금 엄청난 보수를 받는 의사 분 들입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의 눈에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려는 투쟁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돈 없는 농부에게 치료 후, 돈까지 쥐여 주었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차비나 하세요.” 농부는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자기 집 한 채 가지지 못하고, 병원 옥상 사택에서 살다가 1995년 12월 추운 겨울날 새벽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한 분 우리가 좋아하는 바보 의사입니다. 바로 아주대학 병원의 ‘이국종 교수님이시지요. ‘아덴만 영웅 이국종 교수’는 2023년 12월 27 일에 ‘국군대전병원장’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이국종 신임 국군대전병원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국종 신임 국군대전병원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과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 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 등을 치료한 분이지요.

동아일보 이은택 기자의 글 <하얀 가운의 본질>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이 가슴을 울려 요약 정리해 함께 올립니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때 왼손을 성경에 얹고 선서를 한다.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한 뒤 “하나님이여 도와 주소서” 라고 끝 맺는다. 한국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 하며”로 시작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로 끝나는 선서를 한다.

간호대 학생들은 임상 실습에 나서기 전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촛불과 휘장이 갖춰진 가운데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라고 맹세한다.

선서하는 직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뛰어넘는 희생과 헌신,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그 자리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살리고 국가 공동체 유지에 없어선 안 되는 일. 그래서 이들의 선서는 때론 비장하고 뭉클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직무 선서는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보통 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학생들이 임상 실습을 앞두고 한다. 교수와 학부모까지 모여 의사 가운을 입혀 주는 ‘화이트 코트 의식’을 한 후, 청진기를 수여하고 선서문을 읽는다.

청진기를 주는 이유는 환자의 고통과 절망을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제(2월 20일) 부터 전국 병원 전공의 중 상당수가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항의하는 의미로 진료를 중단하고 환자 곁을 떠났다.

폐암 앓는 어머니를 둔 아들, 신장 이식 대기자, 제왕 절개 날짜를 받아 놓은 임신부 등은 날벼락 같은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다.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나는 아직 연락을 못 받았는데, 어디 병원인가요’ 등의 절박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선서를 읊던 의대 생과 환자를 외면하고 사직서를 던진 전공의, 그 사이의 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7일 의사 집회 중 단상에 오른 내과 1년 차 전공의는 말했다. “중요한 본질은 내 밥그릇을 위한 것이다.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 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 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라고 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밥그릇 선서로 수정돼야 마땅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의사들이 잘했다고 손뼉 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이 왜 싸늘하고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전공 의사들은 성찰 해야 한다. 병원을 뛰쳐나간 전공의 중에서 혹시 하얀 가운의 본질이 ‘하얀 밥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여전히 환자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당신의 가장 강력한 우군, 바로 당신의 의술에 생명을 맡겼던 환자들이 그곳에 있다.】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어떻습니까? 이제 파업에 들어간 그 수많은 의사 분이 장기려, 이국종 같은 바보 의사가 되고, 본인들이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본업에 복귀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기 4357년,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원기 109년 3월 4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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